(자동반복)


라타는 오늘따라 운수가 좋았다.


출근 중 길을 걷다가 500원을 주웠고, 야가다를 할 때 웬일로 추가작업 없이 일찍 마쳐 칼퇴근을 했고, 항상 붐비던 퇴근길도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덕인가 지하철이 한산해 거의 도착하자마자 탈 수 있었으며, 심지어 의자에 앉을 수도 있었다.


열심히 알바를해서 지갑 사정이 좀 여유로웠던 라타는 기왕 집에 일찍 들어가겠다, 뭐라도 맛있는 걸 사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 방송을 보며 저녁으로 먹자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은 평소에 늘 즐겨먹던 드레싱을 얹은 도토리 무침 샐러드 모듬으로 할까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이어트 겸 건강식단 겸 맛도 괜찮지만 너무 자주 먹어서 물리려고 하는 걸 또 먹자니 시큼한 위액이 솟구치려하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야가다를 하면 고기지. 주린 배와 요새 풀떼기만 먹느라 부족하게 느껴지는 단백질과 기름이 그립다고 그녀의 말초신경이 울부짖는다. 지하철에서 종착역에 도착해 내리며 집으로 가는 길목은 식당이 가득하다. 안 그래도 돈도 없구만 쓸데없이 침샘만 자극한다며 짜증을 부리던 그녀도 이번만큼은 근처에 식당이 있어서 감사함을 느꼈다.


후각이 좋은 그녀의 코를 간질이는 수 많은 양념 소스, 빵 굽는 냄새, 몸보신탕, 굴이나 멸치 같은 해산물 익는 냄새 등이 그녀의 이목을 끌었다. 라타통신C(COM)에서 얻은 정보로는 제각기 자랑하는 메뉴와 가게 평 등을 알 수 있지만, 그보다 더 그녀의 마음을 끄는 곳이 있었다.


배춧잎 몇 장만 먹고 살아 뱃거죽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헐렁한 지갑이 지금은 입에 도토리를 문 라타토스크 볼따구 마냥 빵빵한 지금, 그녀는 평소라면 감히 쳐다도 못 봤을 가게의 간판을 바라봤다. 그 간판은 세련된 네온 사인으로 프랜차이즈의 상호명을 찬란히 빛내었으며, 또한 그 상호명이 가지는 무게감을 엄중히 위용있게 알리는 캐치프라이즈 문구를 자랑스레 말한다.


<혀를 녹이는 맛 - 스테이크 레스토랑>


사람에 따라선 혀를 녹인다는 것이 마치 뜨겁거나, 산성 처럼 화학작용을 일으킬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를 애매한 문구가 쓰여있으나, 실제로 그 프랜차이즈는 본점이나 분점이나 맛에 대해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일반인은 물론이요, 라타통신과 비평론가 사이에서도 5점 만점에 5점대에 가까운 점수를 자랑한다.


허나 라타는 그러한 평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녀가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녀는 그날따라 굶주림과 여유로운 지갑사정만을 믿고, 무턱대고 가게로 돌격해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스테이크 종류도 다양하게 있다는 걸 새로이 알게 됐지만 처음 보는 메뉴들 뿐인지라 적당히 골라 먹기로 하여, 가게의 인기 품목인 것을 주문하고는 점내에서 먹을 지, 테이크아웃을 할 지를 물어 테이크아웃으로 포장된 따뜻한 스테이크를 받았다.


지갑은 먹은 배춧잎을 토해내느라 다시 뱃거죽이 홀쭉해졌으나, 라타는 자기 배만 채우면 된다며 개의치 않았다.


이제 집으로 가서 즐겁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 어엇!? "


갑자기, 눈 앞에 자기 앞 조차 못 볼 정도로 대량의 물건을 옮기던 자와 부딪혀 와르르- 무너진 잔해들에 라타는 쓰러지고 만다.


" 아야야… 앗!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


골목길에 무슨 물건을 이미 많이 들고 다니고 다니는가, 무어라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라타였으나, 한 순간 자신의 손에 느껴지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자 헉, 주변을 두리번 거려 포장된 스테이크를 찾았다.


" 아…. "


탄식. 단말마. 무언가 잘못됐음을 알리는 불길함의 징조. 그 짧은 한 단어를 들은 그도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을 쳐다봤다. 거기엔 스테이크가 있었다. 있었다. 스테이크 '였던' 것이. 아주. 처참하게.


" 아아아…. "


그녀는 얼빠진. 아니, 어쩌면 혼이 빠져나가는 것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스테이크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나 마음 속 한 편으로는, 그러기엔 이미 늦었다는 걸 안다. 안다. 알고는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집으면 먹을 수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썩은 동앗줄 같은 거무튀튀한 희망이라도 붙잡으려 했다.


그러한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애처로운 몸짓을 보는 남성은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가를 깨닫고, 죄책감에 양심이 찔렸다.


" 오늘… 모처럼… "


뜨끔, 그의 입에서 헉 하는 소리가 났다.


" 큰 맘 먹고 산… "


뜨뜨끔, 뜨아아아- 하고 허파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난다.


" 스테이끼-가아아…. "


그는 가슴을 찔러대는 죄책감에 머리를 북적북적 헝클어댔다. 대충 반응으로 보아 예상은 했지만 오늘 기대했던 비싼 음식이 무용지물이 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


" 미, 미안합니다! "


그의 입에선 단지 그 말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녀가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다.


" ………. "


그녀는 너무나 큰 충격에 화를 낼 마음 조차 없어져, 그대로 눈물을 흘렸다.


" 으에에엑……. "


그는 당황하며 허둥댔다. 이게 대체 무슨 영문인지. 어째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 이대로 있다간 순경이 와서 오해하고는 나를 잡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배상하는 것이 제일이라 여겼다.


" 배상해드리겠습니다…. "


그의 말을 들은 라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정말인 거시다? 라타에게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한 그 비싼 스테이끼-를 사주는 거시다? "


" 그, 그렇게 비쌉니까? 하지만 같은 걸로 사드려야 수지가 맞겠죠. "


" 그러는 너도 물건을 쏟은 거시다. 너는 괜찮은 거시다? "


" 제 거는 버릴 물건들이라 상관없습니다. "


라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온다.


" 고마운 거시다! 너는 정말 좋은 녀석인 거시다! 그냥 받기엔 뭐하니 라타랑 나눠먹는 거시다! "


" 굳이 나눠 먹을 거 까진…. "


" 사양말라는 거시다! "


그렇게 짐과 쓰레기를 정리한 둘은 가게로 가 스테이크를 주문포장하곤, 사양하는 몬붕이를 끌고 라타네 집에서 스테이끼-를 먹었다.


정말 행복한 듯 맛있게 먹는 라타의 모습이 귀여웠던 몬붕은 그 뒤로 자연스레 다가오는 그녀를 거부하지 못하고 도움을 주거니 받거니, 친해진 걸 계기로 사귀기 시작하는 일상 이야기.



같은 거 보고 싶으니까 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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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윗짤은 누가 리퀘받을 때 내가 요청했던 그림으로, 라타 생김새가 츠라이 상(케모노 프렌즈 아라이 상 밈)이랑 비슷해서 그려달라 했음.

받아놓고 묵혀두는 것도 뭐해서 이렇게 스토리 짜봤다.

이제 누가 좀 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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