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직 러시아에 황제가 있던 시절에 한 키키모라가 살았어요. 이 키키모라는 집이 너무 가난한 나머지 기근이 돌자마자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무서운 바바야가에게 검은 빵 5덩이에 팔렸어요.

바바야가의 노예가 된 키키모라는 자신이 삶아질까 구워질까 무서워 벌벌 떨었지만, 바바야가는 조금 다른 사람이였어요. 마법으로 만든 은이 많았고, 그것을 다른사람에게 빌려주는 일을 하는 바바야가였죠. 

하지만 바바야가가 괜히 바바야가란 이름이 붙은게 아니죠. 바바야가는 키키모라에게 마법을 걸었어요. 자신에게 은을 빌린 채무자 1000명에에 돈을 받아올 때 까지 주인을 모시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저주를 말이죠. 선물도 하나 줬어요. 빚쟁이들이 표시되는 지도죠.

키키모라는 열심히 돈을 모으러 다녔어요. 그녀에게 침을 뱉어도, 돌이 날라와도, 그녀는 문을 똑똑 두드리고는 이렇게 말했죠.

"바바야가는 당신의 주머니를 알고 있습니다."

라고.

돈을 순순히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죠. 키키모라는 총을 쓰는법을 배웠어요. 주먹은 말을 이기고, 칼은 주먹을 이기고, 총은 칼을 이겼으니까요. 물론 그 위엔 펜이 있었지만 은으로 펜을 부러트리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니죠.

그녀는 어느세 전설이 되었어요. 바바야가에게 은을 빌리면 지옥 끝 까지 쫓아오는 총잡이 귀신으로 유명했죠.
붉은 수염들이 이 땅에 몰아칠때도, 그 누구도 바바야가를 건들일 순 없었죠. 그럴 사람들은 전부 머리에 구멍이 났으니까요.

키키모라는 키키모라 특유의 성실함으로 999명을 체웠어요. 이제 한 명만 더 체우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거란 희망을 품었죠. 하늘에서 나팔소리가 들리기 전 까지는요.


저 하늘에서 그림자가 귀를 찢는 나팔소리를 내며 내려오던날, 바바야가는 천벌을 받았죠. 거대한 화염폭발로 재가 되어버린 거에요. 키키모라는 처음에는 기뻐했어요. 바바야가가 죽었으니 저주도 풀릴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정신을 차렸죠. 자신도 바바야가랑 같은 집에 있었다는걸.

키키모라는 죽지 못했어요. 키키모라는 러시아인 답게 머리에 리볼버를 몇발이나 쏴 봤지만 소용 없었죠. 저주는 아직 남아있었던 거에요. 키키모라는 지도를 펼쳐봤죠.

그 지도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키키모라는 보드카를 샀어요. 그리고는 떠돌기 시작했죠.저주가 있는한, 키키모라는 주인을 섬길 수 없었기에 행복할 수 도 없었어요. 오직 보드카와 총만이 그녀의 친구였죠.

그러던 어느날 지도에서 작은 빛이 났어요. 의문이 들지만 누군가가 바바야가의 은을 가져간거에요. 키키모라는 처음엔 취한줄 알았어요. 하지만 빛은 계속 선명했죠.

키키모라는 총을 챙겼어요. 그리고 그 빛이 나는 곳으로 향했죠. 그 곳은 바다 건너에 있었지만 크게 문제 되진 않았죠. 

키키모라는 지도가 가리키는 집 앞에 서 있었어요. 그리고 시대에 맞춰 초인종을 눌렀죠. 집 안에는 젊은 남자가 힘없이 나왔고, 키키모라는 그의 머리에 리볼버를 들이댔어요.

"바바야가는 당신의 주머니를 알아요."

바바야가는 없고, 그는 바바야가를 모르겠지만 상관 없죠. 중요한건 남자에게서 빚을 받아내는 것이니까요.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 났어요. 

남자가 웃었죠. 큰 소리로, 세상을 털털 털어내듯. 그리고 주머니에서 은화를 꺼냈죠. 그리고는 키키모라에게 거래를 재안했어요. 남자는 일부러 저주받은 은화를 구매했고 키키모라가 찾아오길 기다린거에요. 조금 특별하게 죽고싶어서였죠. 자신이 직접 은화를 가져다 줄태니 바바야가가 살던 그 곳에서 자신의 머리에 리볼버를 쏴달라고 했어요.

조금 이상한 제안이긴 했지만, 키키모라는 받아들였어요. 당장 자유가 된다 해도 보드카만 줄창 마실것 같았거든요. 

이렇게 남자와 수금인 키키모라의 여행이 시작됬죠. 둘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기차를 탔죠. 비행기를 탈때의 그 둘은 조용했어요. 둘 다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였거든요. 기차를 탄지 하루 쯤엔 마요네즈 뿌린 다쉬락을 같이 먹었고, 2일이 지났을땐 러시아인들에 대해 농담을 했어요. 3일이 지났을땐 키키모라가 겪은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4일째는 남자의 자살선망에 대하여 이야기 했죠.

남자의 인생은 마음이 없는 나날들이였어요. 그의 부모님은 그가 하려하는 모든것을 반대해 꼭두각시 처럼 만들었고, 그 누구도 그런 그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자는 잘해보려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부모님은 이걸 이유로 그를 구속했죠. 그는 살기 싫었어요. 어차피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특별히 죽기로 했고, 진심반 의심반으로 경매 사이트에사 은화를 산거죠. 은화가 가짜라면 그는 목을 매기로 했었죠.

키키모라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자신의 부모는 빵 다섯 덩이에 키키모라를 팔아버린 개자식들 이니까요. 키키모라는 만일 자신이라면 좀 더 잘 돌봐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어요. 남자는 죽는것으로 계약했으니까요.

어느덧 기차는 역에 멈춰섰고, 남자와 키키모라는 숲으로 향했어요. 타박타박 눈 내린 숲을 그들은 걷기 시작했죠. 둘은 말을 하진 않았어요. 대신 손을 잡았죠. 남자는 은화를 돌려줘야 하고, 키키모라는 그의 머리를 날릴 수 있어야 하니까요.

천천히 나무들 사이로 돌덩이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나무들은 거의 썩었지만 돌로 쌓았던 벽의 흔적은 남아있는 폐혀였죠. 바바야가의 집에 도착했고, 남자는 소원을 빌듯 은화를 폐혀안에 던졌죠.

키키모라는 뭔가 가슴 따뜻한걸 느꼈어요. 더는 돈의 유령이 아닌거죠.

남자는 어서 계약대로 자신의 머리를 날려달라고 했어요. 눈 덮힌 땅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죠. 키키모라는 늘 하듯이 총을 꺼내려 했지만-

가슴이 떨렸죠.

뭔가 쓰라렸어요. 도저히 총을 꺼낼 수 없었어요. 남자는 무릎이 시려우니 깔끔하게 어서 끝내달라고 했죠.

그래요, 키키모라에게 약속은 중요했어요. 그녀는 총을 꺼냈죠. 리볼버의 탄환은 언제든 그의 머리에서 뇌수를 해방시킬 준비가 되었고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거죠. 안톤 체호프가 말했듯, 총이 나왔으면 그건 발사되어야 하는거에요.


키키모라는 남자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고-

두번 툭툭 쳤죠.

남자는 의아한듯 눈을 떴고, 키키모라는 웃으며 말했어요.

"키키모라는 당신의 마음을 알아요."


그 뒤에 남자와 키키모라가 어떻게 됬는지는 말하지 않을게요. 다만 한 가지 알려줄게 있다면, 안톤 체호프는 극에 총이 나오면 그 총은 발사되어야만 한다고 했다는거 기억해요? 


적어도 키키모라와 남자 사이엔 그런일이 없었어요.  대신 다른것이 키키모라의 손에서 남자의 머리에 발사 됬어요. 그것은 남자의 머리를 꿰뚧었고 평생갈 무언가를 남겼죠.


사랑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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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 머리를 누가 총으로 쏴줬으면 좋겠다 생각했을 때 기분을 살려서 적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