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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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이 우리를 직접 초대하다니....이게 무슨 경사인가 싶었지.........정말....다 끝났구나...이제는 편히 쉬어도 되겠구나....빨리 설화 아가씨를 뵙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싶다...라는 속편한 꿈을 가지고서 세레브티스 왕국으로 향했어.





세레브티스 왕국

여신교 신전 - 낙원의 입구




"자아....용사님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이제....용사 피터는 저를 따라 천계로 올라가서 여신님을 뵐테니 준비하고 계세요."



"엇.....피터만 가는거에요? 우리 셋은??"




지라크는 여신상 앞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새하얀 피부와 날개를 가진 천사에게 소심하게 따졌지만....천사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않고,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더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우릴 정말 가소롭게 여겼을거야....그 천사년도....




".....뭐, 여신님께서 나와 개인적으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보지. 나 먼저 가있을테니까 너희들도 나중에 천천히 오라고."




피터는 멋쩍은 미소를 짓고서 볼을 부풀리며 삐지려하는 지라크를 위로해주고...천사의 손을 잡았지.

그 순간, 새하얀 광휘가 휘몰아치며 피터와 그 천사를 감싸더니....빛이 사라지고나니, 피터와 천사는 이미 사라져있었어..


그리고...다른 녀석들은 못본것 같은데...나는 봤어. 확실하게 봤다고.


그 천사년이 피터의 손을 잡는순간 지었던 소름끼치는 미소를....




...........




그렇게 우리는 기다렸다. 분명 10~20분 정도면 우리도 부르지 않을까 하며 말이야.


그런데....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우리를 부를 천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라고.




".....너무 이상한데....무슨 일이라도 있는거 아니야?....설마...."



"원유, 너무 그러지마세요. 여신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내가 이의를 제기하자, 시스티아는 그때까지만 해도 여신을 정말 맹목적으로 믿는 독실한 신자였지....바로 내 말을 끊고서 나를 노려보더군.




"하아~ 씻팔~ 나도 천국가서 신기한것들좀 많이 구경해보고 싶은데, 언제오는거야 다른 천사들은~"




지라크는 쭈그려 앉아서 단검으로 신전 바닥을 그어 그림을 그리며 뾰루퉁해지고...




".....내일 다시 와보도록 하자."




기다리다 지친 나는 결국 동방성대국으로 돌아가는것을 잠시 늦추고, 일단 시스티아랑 지라크와 함께 세레브티스 왕국에 머물면서 천사들을 기다려보기로했어.




.........




그렇게....하루가 지나고....이틀이 지나고.....사흘이 지나고.....마왕도 쓰러트렸으나, 걱정과 근심이 가득하게 매일을 보내고있던 그때....


드디어....나흘째 되던 날, 천사가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




".......아....귀찮은데.....바빠 죽겠는데 왜 나한테 하라는건지...."




순백의 머리칼과 흑백의 드레스. 뱀파이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붉은 눈.




"....너네가 나머지 세명의 용사야? 다들 뭐 별거 아닌것같은데.

나는 대천사 크루엘. 잘 부탁해? 한낱 피조물들이 뭘 알겠냐마는."




처음 용사들을 보자마자 한다는 말 꼬락서니까지 완벽한.....크루엘은 그렇게 우리의 운명을 갈아버리기 위해 온것 같은 모습이었어.

물론 대천사는 여신의 최측근이기에...우리는 반사적으로 예를 갖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고...




"....동방성대국의 용사, 한원유. 고귀하고 위대한 대천사님께 질문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 뭐, 그래. 말해봐~"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질문했지만, 크루엘 그년은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아가며 검지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둘둘 말아가며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루하다는듯이 건성건성 대답하더군.




"......세레브티스 왕국의 용사....피터 브륀헬....그는 지금 어디있습니까?"



"......너 좀 싸가지없다?"




내 질문이 조금 날카로웠는지, 크루엘은 하던짓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지.

.....양손검을 들고서 말이야.




"하아.....처음으로 대천사를 보고 한다는 질문이, 뭐? 친구는 어디있어요? 너 뒤질래?"



"......죄송합니다...제가 실수했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대천사님."



"하....동방성대국 애새끼들은 다 하나같이 노여움을 푸세요~ 이런다니까. 그렇게 잘못한걸 알면서 왜 그런 질문을 던진거지?"




양손검의 칼날을 내 목에 들이대며 짜증을 내던 크루엘을 보고...나는 반사적으로 그년이 들고있던 검의 정체를 보고말았다.




"...어....이.....이...검은...."



"왜, 네 친구 검이라서 놀랐어?....어...잠깐....이거 알면 귀찮아지는데...."




크루엘은 이마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더니...내 머리를 구둣발로 짓밟았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콰직ㅡ)




하아....고개 숙이고 눈 깔고있을것이지....왜 고개를 쳐 들고 지랄이야?!!"



"크웁......으......죄송...합니다...."



"...버러지 같은 인간들이나, 역겨운 마물들이나. 나는 둘다 마음에 안들어....다 죽여버려야....어라...야, 너 고개들어봐.."




크루엘 그 잡년,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 신나게 내 머리를 꾹꾹 눌러가던 구둣발을 치우더니, 이번엔 발로 밟혀 반쯤 헝클너진 내 상투를 잡고 들어올리고서 내 얼굴을 바라보더라고..




".........너 좀 괜찮네, 조금만 어렸으면 내가 데려가는건데...아쉽다? 그래도 마음에 들었어....네가 죽어서 환생하면 그땐 나랑 같이 가자. 알았지?♡"



"......네...알겠습니다...."




미친년인가 싶었지만....대충 빠져나올 생각으로 그년이 말하는대로 승락해버렸어. 그랬으면 안됐는데......




"꺄하하하하! 기분이다! 너희들, 좋은 소식 알려줄게. 여기서 계속 기다려도 너희를 데리러 내려올 천사는 없을거야. 그러니 그냥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네....??"""




나뿐만 아니라 같이 고개를 숙이고있던 시스티아와 지라크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던때....크루엘은 지 할말만 하고 다시 새하얀 광휘가 번쩍이며 사라져버렸어.

그럴거면 왜 내려온건지......




............




(휘이이이잉......)




아무튼, 시스티아는 루시아 제국으로, 지라크는 아라비아나로, 나는 동방성대국으로 돌아갔어.

가보니까.....옛날 생각이 나도록 추운 눈바람이 불어오더군...

분명 세계를 구한 용사의 귀환인데.....패잔병 같은 터덜터덜한 발걸음을 옮기며 왕궁으로 돌아갔지...




"....용사 한원유, 그대의 공을 이 나라 전체가 칭송한다. 그 의미로 왕궁에 그대의 모습을 본뜬 동상을 세울 것이야."




마왕이 토벌돼서 그런가.....정혜진 여왕은 처음 봤을때보다 자애로워진듯한 미소로 나를 환영해주셨지.




".....황공하옵니다."




형식상 인사를 마치고, 여왕이 준비해준 산해진미를 만끽했지만....크루엘을 보고난 후부터 내 속은 그리 편하지가 않았어.




'........빨리 가서 설화 아가씨를 뵙고싶다....'




궁궐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한몸에 받으며, 설화 아가씨가 나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하는 설렘을 가득 안아 크루엘로 인한 내 정신적 피해를 치료하며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보려던 그때...나는 보고말았어.




"어이구, 그래서 말이야. 그때 그 김씨가...!"



"그래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용사로서의 모험이.....5년이었으니.....12년인가....12년 전에....내 아버지를 두들겨 패 죽인, 교부타누키 마님댁의 종놈들이었지.




"............"




나는 그 두놈을 보고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검을 차고 두 사내의 뒤를 따라갔을 뿐이지.




.........




"마님, 저희 왔습니다요."



"바깥이 너무 추워서....거래상이 평소보다 값을 높게 쳐달라고 했습니다요...."




두 종놈의 뒤를 소리없이 뒤따라가던 그때, 분노로 가득찬 내 머릿속은 '어떻게 이것들을 죽여야 최고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기에....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새 타누키의 집 마당까지 들어서있더군.




(끼이익....)



"......이 멍청한 것들...그럴때는 값을......응....?...

근데....네놈들의 뒤에있는 사내는 누구더냐?"




내 예상대로였어. 안방 문을 열고 나온 타누키....그녀는 날 못알아보더군.

그리고.....그년의 방 안에서는 남자아이의 흐느끼는 소리가 미세하게나마 들려오더라.

난 그때 생각을 마쳤어. 행여나 타누키가 과거의 일로 반성하여 지금은 착하게 살고있다면 나는 그녀를 용서해야하는가. 하는 마음이.....곧바로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지.




"....네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어허, 이놈이 칼까지 차고....이런 버르장 머리없는놈을 다봤나!"




두 종놈이 나를보며 혀를 찼지만.....그들도, 타누키도. 내가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버렸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는건지.....아니면 내가 너무나도 많이 바뀐건지....."



"....하...?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죽고싶은게야?!"




타누키는 나를 멸시하는 눈으로 내려다보고....나 또한 증오로 가득한 눈으로 그년을 노려보며 쐐기를 박았다.




"내 아비를 그리도 무참히 패죽였으면, 적어도 조금은 변한게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아....뭐라는 건지...............어....?"




타누키도, 두 종놈도 뭔가 잘못되었다는걸 깨달았는지 긴장해서 떠는게 나한테도 느껴지더라고.




"설마.......너.......너.........유....?"



".....나는 노비로 태어나, 용사로 거듭났지만."




(스릉ㅡ)




재빠르게 타누키의 안방 마루로 뛰어올라 검을 그년의 목에 들이대고....




"양반으로 태어난 버러지는, 왜 단 한가지도 변한게 없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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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재밌게 봐줘서 너무너무 고마워...그런데 너네 과거 회상 별로 안좋아하는구나...많이 재미없어도 조금만 참아줘 금방 하연이랑 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