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보디빌딩으로 온몸이 탄탄한 사람이 벌레를 두려워하거나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생선 내장을 손질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피를 보면 질색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제가 어두운 곳을 광적으로 두려워하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어두운 곳, 빛이 닿지 않는 곳이 너무나도 무섭습니다.

지금도 밤에 잘 때 방 안에 불을 켜놓고 자는데다가, 밤에는 가로등이 설치된 거리가 아니면 절대로 걸어가지 않을 정도니까요.

제 어둠에 대한 이 광적인 공포는 제가 어린 시절에 겪은 무시무시한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렵고, 어떻게 보면 기이한 이 이야기를 지금부터 여러분께 들려주고자 합니다.



때는 제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적, 더운 여름의 방학날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다른 또래 애들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성격이 약간 소심했다는 점만 빼고요.


그 날도 여느 다른 방학 날과 다름이 없이 친구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무 전조도 없이 이변이 생겼습니다.

어느 아이가 산 속에 있는 폐가에 담력체험을 가자고 제안했던 것입니다.

해는 져 가고 있던데다가, 엄마가 돌아오라고 말했던 시간도 가까워져서, 저는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이 평소에 소심하더니 결국 이런 것도 못한다느니,
지금 친구들을 버리고 가는거냐느니 하며 제 자존심을 건드리며 꼬아낸 탓에 저도 어거지로 그 담력체험에 참여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아이들도, 심지어는 말을 꺼냈던 아이조차도 무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 폐가는 산 속에 있는데다, 실제로 귀신을 봤다는 사람도 있었고, 무당이 갔다가 기절한 채로 나왔다느니, 사람이 죽었다느니 하는 무서운 소문이 가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거기다 폐가 자체도 굉장히 오래되고 낡아, 주변에 가까이 가는 것 만으로도 그 음산한 기운에 몸을 떨게 되는 탓에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그쪽에 가까이 가는 것을 꺼렸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산을 올랐습니다.
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그 어린 나이의 충동과 만용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니까 아마 그 이유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30분 정도 산을 오르자 그 폐가가 보였습니다.
대들보는 썩어서 무너지고, 위에 얹힌 지푸라기는 숲 속의 습기에 젖어 기괴한 귀신의 머리칼처럼 보였습니다.

거기다 해는 거의 다 져서 보라색의 황혼만을 산자락에 길게 내어놓고 있어, 그 폐가의 기괴함은 배가 되었습니다.

그 모습에 지금까지 당당하게 올라왔던 모든 아이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 맨 처음 의견을 꺼낸 아이가 용감하게도 먼저 폐가에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은 또 다른 아이가, 또 다른 아이가, 또 다른 아이가... 그리고 저까지.

다들 폐가 안쪽에 발을 들였습니다.

여기저기 망가진데다가 허물어져 있어 원래 무슨 역할을 하던 곳인지 구별하기는 어려웠습니다만,

부뚜막이 있었고, 깨진 솥의 뚜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처음 발을 들인 곳은 아무래도 부엌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거의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다, 라고 말할 수준으로 겨우 문짝에 붙어있는 창호지 문을 보고 우리는 다시 전원 굳어버렸습니다.

기괴하게도 그 거의 다 헐어진 문짝에는 누런색에 새빨간 색으로 기이한 문양과 한자가 적혀진 부적들과 각종 그림, 절대로 접근하지 말라는 글이 여기저기 붙어 있던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어떤 것은 최근에 붙여진 것으로 보였고, 어떤 것은 다 낡고 헐어서 옛날 옛적에 붙여진 것으로 보이기도 했으며, 어떤 것에는 교과서에나 볼 만한 옛 한글이 써져있기도 했습니다.


다들 겁을 먹고 한마디씩 했습니다.


귀신이 나온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무당이 들어갔다가 기절해서 나왔다는 말도 진짜인가보다, 문 열면 귀신 들리는 거 아니냐

그러면서 아무도 그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역시, 처음에 제안했던 아이가 이번에는 가위바위보를 제안했습니다.

가위바위보를 진 아이가 문을 열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그리고... 젠장.

제가 걸리고 만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동정심과 기대감이 동시에 어린 눈길을 받으며 그 문에 덜덜 떨며 손을 가져다 댔습니다.

문고리에 손을 대고, 살짝 손가락만 걸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살짝만 당겼는데, 녹이 잔뜩 슨 경첩은 그 작은 충격조차 견디지 못하고 쩡 하고 떨어져나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문이 돌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작렬하고, 저와 다른 아이들은 모두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 안은 온통 깜깜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아이가 언제 챙긴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들고다니는 건지, 작은 손전등을 주머니에서 꺼내 방 안을 바추었습니다.

방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의외로 깔끔했습니다.

정작 열어보고 나니 별 거 아닌 그 폐가의 내부 모습에 다들 안도의 안숨을 내쉬었고, 하나도 안무서웠다느니, 별거 아니라는 등의 허세등등한 말을 한마디씩 웃으며 뱉었습니다.

저도 안도하고 웃으며 아이들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다 저는 그만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떨어져나가 바닥에 내팽겨진 그 문짝에 붙어있던 부적들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고, 그림들은 마치 먹물이 번진 듯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는 너무나 놀라 그대로 정지해버렸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저를 보며 왜 안 오냐며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그 부적과 그림에 나타난 이상현상을 말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저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순수한 공포에 기초한 끔찍한 비명에 저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고,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그 어두컴컴한 방 안에, 원래 아무것도 없던 데다가 뭐 하나 들어올 틈도 없던 그 방 안에,
두 개의 안광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다들 그 기이한 것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달렸습니다만, 저는 폐가에 가까이 있었던 만큼 다른 애들보다 뒤쳐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그 두 눈빛이 새까만 숲 속의 어둠 속에서 저를 쫒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달렸고, 그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멀어지는 것도, 발 밑에 나무뿌리가 많아진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발이 걸려 넘어졌고, 제가 흙바닥에서 공포에 질려 버둥거리는 사이, 그것은 제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 검은 것이 눈에서 보라빛 불꽃을 튀기며 말 그대로 제 코앞까지 다가왔고, 저는 그만 공포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사방이 어두컴컴해서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흙바닥은 아니라는 것과 실내라는 점만 알 수 있었지요.

그러다 저는 달빛이 비쳐 들어오는 낡은 창호지 문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건드려서 뜯겨져 나간, 그 폐가의 것임이 분명했습니다.

그 문은 문짝에 억지로 끼워맞춰져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바닥에 떨어진 문을 주워서 억지로 끼워막은 것임이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제가 있는 곳이 그 폐가 안이라는 것을 깨닫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그러면서 누군가가 들을지도 모른다는 실오라기같은 희망을 붙잡고 소리도 질렀으나 돌아오는 것은 어두운 방 안에 울리는 메아리 뿐이었습니다.

저는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지르다가, 너무 무섭고, 지쳐서 그 자리에 엎어져서 울었습니다.

배가 고팠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엄마...엄마아... 흐윽... 흑...\"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울음을 뚝 그치고 저는 벌벌 떨면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제 뒤에 낡아서 여기저기 해진 검은 소복을 입은, 길고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린 여자가 무릎을 꿇고 저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 눈빛은 아까 저를 쫒아왔던 그 보라색 안광과 똑같았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어떤 소리도 낼 수가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가 손을 뻗어 제 몸을 끌어안았습니다.

방 안은 완전한 암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름끼칠 정도로 새하얀 피부는 잘 보였습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돌았고, 뭔가에 기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당신이 저를 구해 주셨군요...
정말 기뻐요... 너무 답답했어요 그동안...
그리고... 당신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러면서 그녀는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습니다.

제 윗옷이 벗겨졌습니다.


\"당신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신을 쫒아갔는데... 그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버리고...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이제 우리는 여기에 있잖아요?\"


차가운 손가락이 제 가슴팍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기에 있을 거고요. 그쵸?\"


그녀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아름다웠으나, 도저히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어서 너무나 무서웠고, 어둠 속에 반쯤 녹아든 그 몸도 기괴해 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뭔가가 기어나와 제 바지와 속옷도 벗겨버렸습니다.

그 새까만 것은 마치 문어의 촉수처럼 마구 휘어지면서, 제 몸 곳곳을 훑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고 그 검은 촉수들은 저와 그녀의 몸을 구속했습니다.

저와 그녀는 마치 샌드위치처럼 착 달라붙은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하반신은 그녀의 몸에 붙은 어둠에 먹히고 있었습니다.


\"아...아아... 뭔가 이상한 느낌이... 아... 들... 들어온다... 아...\"


감자기 이상한 감각이 올라왔습니다.

공포 속에서 온 몸을 소름끼치게 만들며 스쳐지나가는 그 감각은 공포로 인한 소름이 아니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상한 감각이었습니다.

그녀도 그 감각이 이상한 것은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갑자기 신음소리 비슷한 것을 내었고, 제게 몸을 밀착시킨채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반항해보려 했지만 그녀의 힘이 더 강했고, 그녀는 제 양 팔을 검은 촉수로 묶어버리고는 더욱 빠르게 허리를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내는 신음소리을 점점 격렬해지더니 결국 거의 비명을 지르는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꺄아... 아흑.... 아으읏... 좋아요... 너무 좋아요오... 당신이 너무 좋아... 사랑해요... 사랑해... 아아... 아.... 아 ...... 하앗....\"


저는 몸 아래에서 뭔가가 솟구쳐 오르는 게 느껴졌습니다.

불쾌하진 않았지만 처음 느끼는 감각인터라 무서웠습니다.

그녀가 저를 꼭 껴안은 채로 길게 신음을 내뱉었습니다.


한참 뒤 그녀가 어둠 속에서 몸을 빼내자, 완전히 헐벗은 하반신이 드러났고, 다리 사이에서 끈적이는 흰색의 무언가가 길게 늘어져 흘러내렸습니다.

그녀는 그걸 보고 신기하다는 듯 다리 사이에서 꺼내 만지작거리다가, 냄새맡고, 맛보고 했습니다.


저는 의식이 점차 멀어져가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보며 공포와 혼란 속에서 잠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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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갤 아카이브에 있던 것 가져옴. 이거 개꼴렸는데 아카라이브엔 없어서 가져와봤다


근데 이거 소설이라 창작 탭 적었긴 했는데 남의 것도 창작 탭 가야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