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병석에 누운 그녀가 말했다

눈물을 꾹 참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

괴로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넸다


"제가 처음 주인님께 거둬졌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어찌 그 날을 잊을까


내가 그녀를 만나게 된 날은 추운 겨울이었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눈과 같이 하얀 털을 지니고 조심스레 나를 쳐다봤었다

그렇게 작고 귀엽고 여린 아이가 먼 길을 뚫고 내게 도달했을 때의 느낌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름을 붙여주고 그녀를 거두어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아직 적응을 못해서 조마조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거나

신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건을 건드려 보거나

난생 처음 본 물고기를 보고 깜짝 놀라서 내게 다가오던 그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내 품으로 달려와 꼭 껴안기며 잠을 자던 그녀

언제나 환한 웃음을 내게 건네며 다음은 어떤걸 보여줄지 꼬리를 흔들며 기대하던 그녀


산책을 하며 바깥을 마음껏 만끽하고 다시 내게 돌아와 애교를 부리던 그녀

간식 하나를 두고 빤히 쳐다보며 자신에게 줄지 안줄지 고민하는 눈빛을 내게 보내던 그녀


그녀는 쑥쑥 자라서 어느새 전력으로 내게 달려들면 내가 넘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제나 만나서 행복하다는 듯

또 어떻게 놀아줄 것인지 바라는 눈빛

다음엔 또 무슨 음식을 줄 것인지 기대하는 눈빛

친구가 생겨서 내게 자랑하던 그 몸짓

하나하나가 너무도 귀여워서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언제나 쓰다듬어주며 보듬어주고 지칠 때 까지 놀아줬다


그러던 그녀도 어느새 자신의 짝을 만나 아이를 키우고

자신의 아이들을 이끌어 내게 달려오던 그녀

하나같이 자기 엄마를 닮아 사랑스러웠던 그 아이들

시끄럽다고 옆집의 사는 이웃과 투닥거리던 그 광경조차도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일이 바빠 놀아주지 못했어도

언제나 꾹 참고 있다가 다가가면 기뻐서 내게 안겨오던 그녀

기가 드세서 다른 여자가 다가오면 살벌하게 기를 내뿜던 그녀


하루는 나가 놀자며 달려가더니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던 차에 돌아와

이리저리 지저분해진 꼴을 보여주며 재밌었다며 또 놀자며 걱정하던 주인을 내팽개쳐두고 마냥 미소 짓던 그녀


그렇게 행복은 영원할 줄 알았던 그저 내 오랜 이기심은 병석에 누운 그녀를 보며 산산히 부숴졌다

괴로운 가슴을 붙잡으면서도 내게 화 한번 내지도 않던 그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돌봐주지 못했어도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다가오던 그녀는 그렇게 내품에 안기며 잠을 자듯 세상을 떴다


그녀는 지금 쯤 자기 아이들과 저 하늘 높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언제까지 기다릴거야? 이것도 하루 일과가 된지 벌써 얼마나 오랜데"

"그치만 이렇게 기다리지 않으면 언제 올지 모르잖아"

"그 사람은 널 까맣게 잊어버리고도 남았을걸"

"무슨 소릴 그렇게 해 절대 그럴 분이 아닌걸"

"에휴 또 잔소리 들어도 난 모른다?"

"조금 있다 저녁 때 보자~"


"언제 저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주인님..."




예전에 한결같이 날 좋아해주던 하얀 강아지를 회상하며 끄적여봅니다

다시 보고싶구나 또 하루 종일 밖에 나가 뛰놀고 지칠 때 까지 같이 달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