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빛이라도 있으면 인간의 시야라는 것은 어둠에 적응할 수 있다더라. 별빛이라던가 달빛이라는 것만 있으면 적어도 앞은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방 팔방으로 고개를 돌려보아도 그저 칠흙같은 어둠 속 안이다. 기억도 어두컴컴해 있고, 생각과 미래마져도 짙은 어둠에 감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빛. 빛이 필요해. 내 빛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나는 두 눈을 뜨고 있다. 감각으로 알 수 있다. 이리저리 손을 더듬더듬 거리며 바닥을 만진다. 차갑다. 까끌까끌하고. 부스러기 같은. 흙과 모래가 만져진다. 건물 안은 아니고. 완전히 흙바닥은 아니다. 오히려 단단한. 돌과 바위. 기다싶이 앞으로 더듬거리며 나아간다.


축축한 느낌과 마주한다. 어쩐지 모를 생리적 작용으로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선다. 그걸 쿡쿡 찔러보다가. 어쩐지 모를 오한을 느껴 뒤로 물러섰다. 차가운 것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았다.


차가움은 바닥을 가득 채우고, 습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발 밑으로 질척거리는 액채가 찰랑이는게 느껴진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이 끈적한 것은 움직이고 있다. 나는 필사적으로 건조한 바닥을 찾아 해맨다. 안전한 곳으로. 안전한...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질척한 것이 발을 붙잡고 놔 주질 않는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왜? 여긴 에초에 어디고. 난 왜 여기 있는 건가. 그것이 서서히 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내가 지금 뭘 경험하고 있는 거야? 서서히 몸으로. 깊은 물 속에 빠지는 것처럼 그것은 몸 전채를 감싸안는다. 압박감. 깊은 수압.


빠져나가려 손을 휘졌는다. 온 몸이 짖눌리는 기분. 장면은 없고 감각 뿐. 손을 휘저으려 했는데, 움직일 수 없다. 콘크리트 안에 처박힌 것처럼. 아. 아. 비명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내 목 안으로 파고들어온다. 숨을 쉴 수가 없어. 숨을 쉴 수가 없어. 없어. 없어. 없어.없...


푸하! 콜록. 콜록. 우웨엑! 켈록. 하아. 하아. 하아...


생명을 갈구하는 숨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리고. 울음이 생존의 끝에서 터져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여전히 반신은 그 질척거리는 것 안에 있기에. 


끄륵거리며 울음소리가 나려 하고. 차갑디 차가운 것에 맡닿아 있어 몸이 덜덜 떨렸다. 춥다. 나는 익사할 뻔 했던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는 것 같다. 차가운 것이 이번에는 숨구멍만 남겨놓는다는 듯 머리만 빼고 나머지를 전부 자신의 안에 집어넣었다.


몸에 작렬하는 압박감. 저항할 수 없어 느껴지는 무력감은 공포이자 슬픔이며. 차가운 현실이다. 가장 끔찍한 것은 목 부분에 가해지는 끔찍한 압박감이다. 목을 비틀어 보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쳐도 꽉 붇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제발. 왜. 싫어. 하지 마. 그만 둬. 온값 말이 터져나오고. 그 말이 들어지는 일은 없다. 


사신이 천천히 인사를 하러 다가온다. 그녀의 손을 붇잡고 싶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압박감이 풀어지고.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게 되며. 해방시켜주지 않을게. 하고 나에게 선언되는 것이다.


제발 그만둬... 제발... 제발...


내 외침은 닿지 않는다. 웃음소리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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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은 그저 그랬다. 기숙사 룸메이트가 목을 자주 졸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