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째서, 저 같은 걸 지키려고…. "


" 이 정돈 별 거 아니야. 그보다 꼬맹아, 수도로 가는 길은 기억하냐? "


" 알긴 아는데… 그, 그건 왜요? "


" 느려터진 널 데려가느니 저놈들 상대하는 게 내 복창이 덜 터지겠거든. "


" 이런 상황에 무슨 농담이세요!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아. "


" 가라. 절대로 뒤돌아 보지 말고. "


" 아저씨……! "


" …나중에 다시 만나자, 꼬마 아가씨. "




머리에 뿔이 달린 소녀는 하염없이 달렸다.


뒤로는 마치 지옥에서 건너온 듯한 이글거리는 불길이 숲을 잡아먹어, 달 마저 가려져 어두운 밤이었음에도 길이 환하게 비춰졌다.


길을 알더라도 헤매기 쉬운 숲 속에서 불길만이 방향을 알게 해줄 유일한 지표가 되어, 그녀가 무사히 수도로 향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귀족 가문의 영애인 아가씨는 암습에서 살아남아 단신으로 귀환한 후, 암습 모략을 짠 자의 배후를 캐 철저한 피의 응징을 가했다.


시간이 흐른 뒤, 왕궁에서 고위직을 맡을 정도의 자리를 꿰찬 그녀가 내로라하는 귀족 가문들의 청혼을 전부 거절하고, 때때로 우수에 찬 눈을 한 채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소문만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