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붕이가 죽었다.


 우리들이 함께 살고있던 자취방. 편의점 알바를 끝내고 돌아오니 몬붕이가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요 며칠간 정말 바빠서 꽤 쌓여있었기에, 발로 스윽 밀며 일어나라고 말하려 했었다.


 발끝에 닫는 감촉은 차갑고, 딱딱했다. 그제서야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팔도, 다리도, 배도, 얼굴도, 전부 단단하게 굳어버리고,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언제나 먼저 다가가는 나에게 마지못하는 척 껴안는 그 따스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소름돋을 정도로 차가웠다.


 당혹스러운 머리로 생각한다. 경찰, 일단 경찰을 부르자. 핸드폰을 들어 112를 누르지만, 손가락이 떨려와 몇번정도 다시 눌러야 했다.


 경찰관에게 말했다. 남자친구가 죽어있다. 주소를 묻기에 대답했다. 그녀가 금방 출동한다고 말하자, 전화는 금새 끉어졌다.



 "아, 아아아...."



 스마트폰을 대충 던지고 차갑게 식어버린 그에게 다가간다.


 마치 잠든듯한 그 얼굴.



 "일어나, 일어, 나라고....!"



 어딜 만져도 차갑다. 딱딱하다. 마치 살아있는게 아닌 것만 같다. 처음부터 살아있는게 아니였을까 라고 착각할 정도로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어째서일까. 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데....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자다가 갔으니 고통스럽진 않았을 거라 말하는 의사를 한대 후려치자 그대로 나가떨어진다. 그런 나를 붙잡으며 말리는 몬붕이의 부모님과 나의 엄마.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사건성도 없고, 부검결과는 매우 단순했다. 사고사. 하늘이 내려준 불운일 뿐이였던 것이다.


 그런 보잘것 없는 이유로 몬붕이의 죽음은 모두에게 받아들여졌다.


 장례식은 금방 진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몬붕이의 학창시절 친구들, 대학교 시절의 동료들 등등.


 몬붕이의 대학시절 선배였던 바포메트도 찾아왔다. 그녀의 그림자진 얼굴을 보자, 복잡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피어오른다.


 그녀는, 몬붕이와 몸을 섞은적이 있다. 딱히 둘이 바람난 것은 아니다. 그녀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했었다. 대학시절 그를 좋아했었고,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단 하루만 허락해 달라. 그렇게 말했었다. 그때의 나는 고개를 끄덕였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울고있었다. 나도, 눈물이 흘러나온다.


 신기하게도 질투나, 혹은 부정적인 감정은 들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남자를 사랑하고, 같은 남자를 잃어버린 불쌍한 여자일 뿐이다.


 그저 그것 뿐이였다.








 자취방을 정리하고 있다. 여길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딜가나 그와의 추억이 떠오른다. 이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뭘 그렇게 많이도 했는지, 곳곳에 몬붕이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큰 가구들은 전부 버렸다. 물품들도 거의 정리가 끝나간다. 곧 버릴 것이다. 그래도 보이는 낡아빠진 벽지에서조차 행복했던 그와의 시간들이 뇌리에 깊숙이 박혀온다. 그렇기에 떠나는 것이다.


 어느정도 정리가 끝나가자, 몬붕이의 컴퓨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몬붕이 부모님 댁으로 보내야 하나."



 그렇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말을 중얼거리며, 컴퓨터로 다가간다. 낡은, 손때가 느껴지는 컴퓨터. 나는 딱히 컴퓨터를 자주 쓰진 않지만, 몬붕이는 꽤 자주 들여다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라면 이렇게 했을까. 의자에 앉아 그가 했던 것 처럼 전원을 누른다.


 곧이어 켜지는 화면.


 이런저런 아이콘들이 널려있다. 카톡처럼 익숙한 아이콘도 몇개 있었다. 적당히 몇개를 눌러본다. 딱히 큰 의미를 두고있는 행동은 아니였다. 그저, 지금은 사라진 그를 조악하게 나마 따라하는.... 그런 애처로운 발버둥일 뿐이였다.


 그리고 켜지는 하나의 프로그램. 디스코드, 라고 읽는건가? 연락용 프로그램중 하나인 듯 했다. 카톡과 비슷한 건가.


 그곳에는 아무런 메세지들이 남아있지 않았다. 기록도,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하나를 제외하면.


 몬붕이와 누군가가 메세지를 주고받았다. 내용은 다 잘려나가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오늘이라고 말하자, 저 너머의 누군가는 알았다고 대답한 것이 전부였다.


 날짜는, 그가 싸늘한 채 발견된 바로 그날이다.








 너 누구냐, 몬붕이를 알고있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고있냐 등등... 격하게 감정을 모니터 너머로 쏟아붓고 있을 때, 상대편에서 조용히 주소 한줄을 대답했다.


 경찰에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만약 저 너머의 누군가가 그를 죽였다면, 나도 그녀석을 죽여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물러터진 법의 심판을 받게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고, 갈아타서 조금 더 달려 내렸다. 30분 정도 걸어가니 그 주소지가 보였다. 마치 단독주택처럼도 보이는, 약간 낡은 건물이였다. 주변에 상가들 밖에 없으니 그냥 평범한 집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그 문을 두드렸다.



 "열러있으니 들어와요."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여자다.


 문을 열자, 뭔가 특이한 냄새가 난다. 향초, 인가? 장례식장에서의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그곳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난잡하다'였다. 수많은 그림들과 정체모를 조각상들. 향을 꼽아둔 향로는 불교적인 냄새가 물씬 느껴졌고, 나머지 그림과 가구, 조각상들도 불교 내지는 인도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안쪽의 방으로 들어가자. 붉은 피부의 네개의 팔이 달린 데몬이 앉아있었다. 왠지 모르게 점쟁이같은 차림새의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그녀의 맞은편에 놓여진 의자에 털썩 앉고,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편지봉투 한장을 내밀었다.



 "읽어보시죠."



 라는 말에 나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 데몬을 한번 쏘아보고, 조용히 그 봉투 속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솔피누나는 죽었다.


 나는 그것을 누나와 사귀고 나서, 몇년이나 지나고 나서 깨달았다.


 누나는, 나에게 있어서 언제나 동경하는 사람이였다. 어린시절 유치한 이유로 왕따나 당하고 있던 나를 구해주고, 무심한 척 옆에 있어주고, 나서야 될 때는 거침없이 몸을 던지던 누나를.... 나는 계속 좋아했었다.


 십년도 넘게 참아왔던 말을 꺼냈었다. 대학도 졸업하고 돈을 조금 모았을 때의 일이였다. 누나가 미소를 지으며 몇년을 기다린줄 아냐고 말했을 땐, 정말 기쁜 나머지 하늘정도야 가볍게 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행복한 시간이였다. 몇년이나 함께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다시한번 새롭게 바뀌었다. 처음 함께 밤을 보냈을 땐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언가 천천히 어긋나기 시작했다.


 주말 아침에 나를 깨워주던 누나의 손길이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일상에서의 주먹질은 횟수도 강도도 늘어났다.잠자리에선 격렬하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거울을 보니, 내 몸에는 시퍼런 멍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그 일이 일어났다.


 누나와 데이트를 하고 모텔을 찾았다. 누나가 먼저 가자고 했었다.


 씻고 나오니, 침대에 앉아있는 것은 솔피누나가 아니라 대학시절의 바포메트 선배였다. 선배는 평소의 그녀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힘으로 나를 밀어붙히며 옷을 벗겨갔다. 저항은 무의미했다. 그정도로 그녀의 힘은 강했다.


 선배가 말했다. 이미 이야기는 끝났다고, 대가도 모두 지불했다고, 오늘 밤 만큼은 나의 것이라고.


 악몽과도 같은 밤이 지나고, 죄책감과 나약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


 누나에게 나처럼 더럽혀진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강압적이라고 했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누나는 나에게 있어서 그렇게나 고결하고 빛나던 사람이니까.


 한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건물을 나섰다. 누나가 카톡으로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도망치고, 숨으려고 했다. 그때의 겁쟁이가 그랬던 것 처럼. 건물 뒤편의 주차장 쪽으로 몸을 숨기고, 나는 웅크렸다. 아아, 옛날에 이러고 있었으면 언제나 누나가 구하러 와줬는데. 지금의 난 그럴 자격도 없는 쓰레기다. 그런 감정에 잠겨있었다.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솔피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듣고 어린시절 언제나 날 구해주던 누나의 모습이 떠올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바포메트 선배가 누나의 맞은편에 서 있었다.


 둘은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머리속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만약 솔피누나가 어젯밤에 있던 일을 눈치챈다면 어떻하지. 선배는 분명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그것은 내가 저지른 죄다. 게다가 누나가 폭행죄로 경찰에 끌려가기라도 한다면.... 그런 절망적인 생각이 머리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리고, 바포메트 선배가 솔피누나에게 돈을 건넸다.


 한두푼도 아니였다. 두껍게 묶인 오만원권 다발을 받아든 솔피누나는 웃으며 그걸 가방에 집어넣고 떠나갔다.


 누나의 카톡이 왔다. 어디야? 라는 질문에 나는 화장실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절망이 심장을 가득 매우고 있을 뿐이였다.


 솔피누나는 죽었다. 나는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가 사랑했던 누나는, 언제나 나를 구해주던 영웅같은 누나는, 내 가슴속에서 항상 미소짓던 누나는, 이미 죽어있었다.


 하지만 지금 침대에 자고있는 누나도 솔피누나다. 누나와 다르지만 누나다. 모든것이 혼란스럽다. 어두운 감정이 가슴속을 좀먹어 가는 느낌이다.


 죽고싶다, 라고 생각했다.


 누나. 내가 사랑하는 솔피누나. 이미 사라져버린 솔피누나. 미안해. 이런 약해빠진 나는 평생 누나를 만날 자격이 없어.


 나는, 죽고나서도 누나를 만나고 싶지 않아.





 "....뭐, 야, 이건."


 "그의 유서입니다."


 "그걸 왜, 너가 가지고 있는건데....!"


 "제 일이니까요."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고 어딘가로 떠난다. 천국, 지옥, 극락, 또는 윤회전생. 육신이 사라져도 영혼은 남아 각자 자신이 믿는.... 혹은 갈 장소로 간다. 죽음의 너머에서도 만남은 존재하고, 사랑도 이루어진다. 결실을 맺는 일은 없겠지만.


 그리고, 그 어디도 아닌 곳으로 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의 바램을 이루어 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직업, 혹은 생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눈앞의 여인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얼굴을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 광인처럼 '나때문에' 라는 말만 중얼거리며, 간간히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다. 부서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이윽고 그녀가 팔을 늘어뜨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은 마치 죽어버린 시체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이봐."


 "네."


 "내가 죽으면, 그를 만날 수 있어?"


 "아뇨. 만날 수 없겠죠."


 "....왜."


 "그게 제 일이니까요."


 "어째서...."


 "그가 그것을 원하고 있었으니까요."


 "어째서...!"


 "당신도 슬슬 그 이유가 느껴지지 않나요?"


 "어째서!!"


 "이미 늦었지만."



 쾅, 하고 그녀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러고도 힘을 계속 주는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부서질 것 같네.



 "어째서, 왜, 왜 그런거야! 도대체 왜!!"



 라고 그녀가 말하길레, 대답했다.



 "그것을 물어볼 사람은, 제가 아니겠죠?"



 분노로 일그러졌던 그녀의 얼굴에서 표정이 빠져나가듯 사라진다.


 침묵과 함께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약간 비틀거리며 이곳을 나갔다.


 나는 그럭저럭 버텨준 테이블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역시 부서져 버렸네."



 세상도 참 좋아졌다. 나같은 악마가 일하지 않아도 먹이가 알아서 찾아오니 말이다.


 라고, 나는 속으로 비꼬는 것이였다.







 념글에 / https://arca.live/b/monmusu/28317304 - 솔피눈나랑 헤어지고 싶다. / 이거보고 팍 떠올라서 빠르게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