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번 째 침입자인가, 나는 언제쯤 편하게 잘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재화를 훔치기 위해 잠입해오는 인간들의 기술을 날로 발달하고 있고 나이를 먹은 드래곤은 점점 더 피곤해져만 간다.

늙으면 잠이 많아진다는 것은 비단 인간에게만 쓰이는 말은 아니다.


또 침입자다.

드래곤은 겨우 감은 눈을 억지로 띄워 곧 들어올 침입자를 마주할 준비를 한다.


"...괜찮은가?"

"..."


홀쭉하게 들어간 볼과 심하게 내려온 다크서클과 마른 입술.

도대체 얼마나, 몇 일 동안 굶고 수면도 취하지 못한 것일까.

날카롭다면 자신도 못지 않을터지만 톡 건드리면 죽을 듯한 모습인 생명에게까지 성질을 부릴 정도로 드래곤의 성격이 나쁘지는 않다.


"피... ㅂ... 배... 이어..."


오랜 경험으로 미뤄봤을때 아마 자신은 뱀파이어며, 피를 달라는 뜻.

그녀의 종족은 뱀파이어며 무슨 일을 당했는 지는 모르겠다만 오랜 추적 같은 것으로 수면도, 식사도 하지 못했음이라고 짐작이 간다.

불쌍한 인생이로다.

드래곤은 손톱을 세워 자신의 팔을 찌른다.

비늘을 타고 내려오는 정말 작은 붉은 피 한 방울을 세심한 움직임으로 뱀파이어의 입 안에 넣었다.


바싹 마른 입술은 약간의 생기를 찾아가고 홀쭉 마른 볼도 나름 부풀어 오른다.

아무리 영양이 풍부한 드래곤의 피라고 한들 마법의 약이라고 불리우는 엘릭서만은 못하고 이런 심각한 영양실조를 순식간에 해결 할 정도는 아니다만 큰 도움은 됐을 것이다.

이 이상을 먹이면 오히려 해가 될 터, 드래곤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긴장이 풀렸는지 결국 잠에 빠져든다.


기상.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래곤은 다급히 뱀파이어가 누워있던 자리를 바라보자 앉은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뱀파이어.

얼굴을 보니 별로 시간이 흐르지 않은듯 하다.


"은혜에 감사... 합니다."

"피는 더 필요한가?"


오랫만에 드래곤은 폴리모프를 사용한다.

인간의 모습은 정말 오랫만이다.

그가 지닌 세월과 연륜을 파악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깊게 새겨준 주름과 하늘색의 소복.

신선이 존재한다고 하면 정말 정확하게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이 드래곤이 신선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청객이지만 그녀도 자신이 이 동굴에서 사는지 모르고 들어온 것이 분명할 터, 그렇다면 나름의 손님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 먹지 못하였는데 이런 은혜를... 정말 감사합니다."

"쫓기고 있나?"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뱀파이어는 배척 받으니까요."


이 나라는 뱀파이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족들을 배척하고 있다.

자신의 둥지를 침입하는 인간들의 논리.


[인간도 아닌 자가 재화를 취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쓰이지도 않는 재화를 수거하는 것 뿐.]


드래곤이 벌어들인 재화는 모두 정당한 노동으로 벌어들인것.

긴 잠에서 깨어나 영양을 섭취해야 할 때 재화의 대부분이 소모가 된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이다.

묘안이 떠올랐다.


"자네는 따로 정착하는 곳은 없나?"

"아쉽게도 그런 처지가 되었네요."

"그렇다면 내가 너를 고용하지."

"고용...?"

"자네 종족은 피만 마시면 생활이 가능하지.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잠들어 있으면..."


드래곤은 다시 한 번 몸에서 피를 내 대야에 받아두고 보존 마법을 걸어둔다.

이러면 피가 굳지 않을 것이고 오염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침입자가 오면 바로 나를 깨우는 것이 조건이네. 사례는 이 피로 하지."

"...!!"


절대 거절 할 수 없는 조건.

그녀의 안전은 나로 인하여 보장이 될 것 이고 그녀의 존재로 나도 오랫만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이다.

동굴에 설치해 놓은 마나선을 뱀파이어에게 연결을 한다.

이로서 수면을 취하는 동안 꾸준하게 자신을 불편하게 하던 일도 해결이다.


그리고, 드래곤을 깨울 수 있는 적당한 물건을 그녀의 손에 쥐여준다.


"스턴건이다. 이 버튼을 눌러서 나한테 찌르면 된다네."

"오..."


그녀는 신기한 물건인지 이리저리 둘러보다 스턴건 버튼을 눌러 자신에게 사용


"어."


....


"그래, 호신용으로 사용하는 물건이긴 하다만 나에겐 큰 불쾌감을 줄 정도인 물건이지."


시간이 지났다.

드래곤의 피를 마실뿐인 생활, 보석이나 금 같은 귀중품이 있는 재미없는 공간에서 뱀파이어는 침입자의 기운이 느껴지면 드래곤에게 스턴건을 찔러넣는 생활을 이어간다.


"...살이 좀 쪘군."

"그렇죠?"


1년정도 시간이 흘렀고 드래곤도 예전 생활보다 편안한 삶에 피로감 대부분이 해소되었다.

그 말인 즉슨 드래곤도 약간 혈기가 돈다는 뜻.


"내 딸이 생각 나는 구만."

"딸도 있어요?"

"요새 뭐 하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만 어디가서 맞지 말라고 열심히 수련시켜줬지."

"오..."

"자네, 혹시 힘을 원하는가?"

"예?"


이 드래곤은 한창 혈기 왕성했던 시절, 자신의 힘을 단련하는데 미쳐살았던 드래곤이었고 남을 가르치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다.


"혹여나 내가 못 깨어날때 혼자 힘으로 극복 할 수 있어야지, 안 그런가?"

"..."

"여기 있는 무기는 너가 사용하기엔 너무 무겁고 그렇게 어울리지 않지. 그리고 늘 홀로 싸울 가능성을 생각하면... 역시 방패지."


드래곤은 투박한 방패를 그녀의 손에 쥐여준다.


"무거운데요?"

"들고 앉아."

"예?"

"한 세트에 7회, 5회 반복."

"예?"


시간이 흘렀다.

매일이 실전 같은 드래곤과의 싸움, 영양가 있는 식사, 충분한 숙면.
그녀는 방패 하나만 들면 2명 정도는 능히 상대 할 정도로 강해졌다.


"훌륭해. 젊어서 그런지 배움이 빠르구나."

"...."


계약과는 다른거 같은데.


뒷 목이 찌릿했다.

또 침입자다.


"저기... 또 침입자가 왔습니다. 빠르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빠! 나 싸움 알려줘!"

"...아빠?"

"어? 얜 누구야? 안녕 안녕~"


마법도 제대로 사용 못할 만큼 무식하지만 몸 하나는 지나치게 튼튼한 우리 딸이 찾아왔다.


"앵간한 생물들은... 너에게 상대가 안될텐데? 내장이라도 타격 할 수 있다면 모를까..."

"..."


70패 달성, 그녀는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




너처럼 강한 남자와 맺어지는 것이 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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