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그 일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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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흐릿한 시간 속에서 그 곳, 그 사람만이 깊은 음각으로 남았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점점 더 깊어지는 두통을 부여잡고,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젠가였는지도 희미해질 만큼 오래 반복된 일상, 그 가운데 선명한 기억은 내게 혼란만을 가져다 주었다.


발걸음이 땅을 딛는 것조차 희미하고, 그저 흔들림만이 전해져 올 때 즈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을까?

"괜찮으세요?"


꿈 속에 있는 듯하게, 끔찍하도록 밝은 흔들림이었다.


어린 마음으로 닿고자 했지만, 꿈이 그리워질 뿐이었다.


바스러지는 시야 위에서 이상하게 선명하도록,


축축하고 뜨거운, 계몽의 감각이었다.


자국은 없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감각만이 그 흔적을 남겼을 뿐.


언젠가 믿었던 불신들이 내 눈 앞에 쌓이다가


그대로 무너졌다.


물론 유한하겠지만, 반복되는 광명 아래,


나는 바래는 유채색을 바라보았다.


무너져 내리는 기둥에는,


깊은 음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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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를 넘어 밝은 방, 촉수, 나, 인영 하나


나의 것, 뒤섞인 사유물, Doryteuthis bleekeri Kefer- stein, 상호소유


"나도."








치명적일 뿐 드물지 않은, 아름답도록 잘 짜인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