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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나무를 숨기려면 숲 속으로 향하라는 말이 있듯이 제이슨과 실비아, 아그네스가 위치한 주점은 들락거리는 손님이 많아 이들이 비밀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다.


"새로운 동료라면, 한 명을 더 포섭하신 건가요? 이번엔 교단 소속입니까, 아니면 기사단 소속입니까?"


실비아가 두 눈으로 예리하게 제이슨을 벨 듯이 노려본다. 그녀의 눈빛에 악의는 없다.


"둘 다 아니야.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이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맹해보이면서도 마물들을 향한 증오만큼은 진심인 것 같고..."


"....교단도 기사단도 아니라면 모험가 출신입니까?"


실비아의 눈이 번뜩인다.


"어...그것도 아니야. 그냥 민간인 같은데."


"."


실비아는 어처구니가 없는 듯 아무 말없이 입을 벌리고 제이슨을 응시한다. 아그네스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 듯 눈을 굴리더니 이윽고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아니 믿어도 괜찮다니까?? 내가 직접 얘랑 부대끼면서 느낀 건데 얘는 이상한 애인데 위험한 애는 아니야."


"....차라리 서큐버스의 젖을 마시고 레벨을 높이는 게 더 그럴싸합니다. 보스."


"......그 역겨운..."


제이슨은 실비아의 말을 듣고서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잠깐, 한번 해볼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천벌을 받을 거에요!!"


다들 제이슨의 의견을 예상했듯,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실비아와 아그네스의 혹평이 이어진다. 이에 단숨에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되지만 제이슨은 포기하지 않고 냉정하게 말을 이어간다.


"생각해 봐. 인간이 십 년을 넘게 훈련해도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서큐버스를 상대하는 게 버거워. 게다가 그년들은 따로 훈련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 잡아먹기만 해도 강해지잖아. 역발상으로 그년들 젖을 짜다 우유처럼 마시면..."


"보스, 그만하십쇼. 상상만 해도 토나올 것 같습니다."


"신이시여....저희 대장님이 드디어 미친 것 같습니다... 부디 구원을.."


친용사파 기사단원과 교단측 간부들은 국왕 명령 이행파가 승리한 후 전원 레벨 드레인을 당하여 현역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해져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제이슨은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서큐버스의 뿔을 갈아 슬라임에 타다 마실 각오도 되어 있는 상태다.


"음...시도해볼만 한 것 같은데...일단 실비아, 고마워. 나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아."


"세상에."


"...구원을...!"


이들은 약 삼십 분 가량을 더 영양가 없는 추억팔이 옛날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해산하게 된다.

그리고 제이슨은 실비아가 농담으로 던진 말을 진짜로 시험해보기 위해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서 마을 외곽의 버려진 저택들의 다 썩어가는 나무 문을 발로 차 부숴가며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한다.

.....



"꽤나 건강해보이는 멋진 남자가 제발로 들어오다니, 이게 웬 횡재야?"


큰 소리와 함께 나무 문이 박살나면서 흙먼지가 일었으나 제이슨의 검격에 사그라들어버리며 흙먼지 뒤에 감춰진 풍만한 실루풍의 주인. 서큐버스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박이로구나."


서큐버스들의 숫자를 세던 제이슨은 삼을 찾는 심마니처럼 흥겨워 하더니, 단검을 던져 천장의 샹들리에를 박살낸다. 그 영향으로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만이 유일하게 방을 빛내게 된다.


"그런데 너희도 참 징해. 어딜 가나 있단 말이지. 이런 다 무너져 가는 집에 말이야. 바퀴벌레 같이. 누가 믿겠냐고,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린 후라는 사실을 말이야...!"


두 자루의 쌍둥이 늑대가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난다.


"뭐야..? 평범한 인간이 아닌가..? 그리드 서큐버스님께서 용사는 활동을 멈췄다고 그러셨는데..?!"


"이름도 없는 것들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런 소문을 떠들고 다니는 거냐?"


"그리드 서큐버스님은 너같은 것 정도는 순식간에 싸는 것 밖에 모르는 인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실 수 있ㅇ.."


무너져가는 나무장판이 찢어질 정도로 빠르게 도약하는 제이슨. 그는 맨 앞에 나와 있는 서큐버스의 목을 베어버리고서 검을 회전하여 피를 덜어낸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 지금부터 너희의 젖을 짜겠다. 여기 있는 양동이에 짜 넣도록."


......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고... 김몬붕과 레이첼은 유리를 쓰러트리고서 피로로 인해 이틀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숙면을 취했다.


"...김몬붕 씨, 이것 좀 드세요."


"아....고마워요. 레이첼 씨."


레이첼은 생선을 나뭇가지에 끼워 모닥불에 구운 후 기지개를 켜며 스트레칭 중인 김몬붕에게 건네준다.


"...김몬붕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스물여덟이요. 레이첼 씨는요?"


"아..저는 스물넷이에요. 저보다 연상이신데,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어..그럼 레이첼 씨도 편하게 불러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존댓말이 편하답니다. 김몬붕 씨야 말로 편하게 말해주세요."


김몬붕은 레이첼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녀가 김몬붕이 말을 놓는 걸 허락하고, 두 사람은 어색한 듯 침묵을 유지하며, 어색한 분위기는 조용히 타오르는 모닥불 소리로 채워진다.


"...그나저나 보스가 좀 늦네요.."


"...그러게, 제이슨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동굴 밖을 바라보며 이야기 주제를 새로 꺼내보는 레이첼. 그녀는 힘든 와중에도 서신을 계속해서 써서 제이슨과 실비아, 아그네스에게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제이슨에겐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으며, 실비아와 아그네스에게서 천사 혼혈, 위치 서큐버스 등에 관한 소식과 더불어 괴이한 정보를 한 가지 더 얻었다. 그리고 이 정보가 그녀가 제이슨을 걱정하게 되는 이유 되시겠다.


"....보스가 이상성욕에 눈을 뜬 것 같다니...무슨 말일까요.."


"....슬라임 오나홀??"


"김몬붕 씨."


"죄송합니다."


실비아가 서신에 적은 괜한 말에 레이첼과 김몬붕의 불안함과 걱정이 소리없이 커져가던 그때. 동굴 입구 위에서 사람이 떨어진다.


(쿵ㅡ)


"꺄아아악!!!! 씨발 뭐야!!!"


"침착하세요, 김몬붕 씨. 보스에요."


제이슨의 화려한 등장에 긴장이 풀려있던 김몬붕이 여성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놀라서 뒤로 자빠지고 레이첼이 일어나 그를 일으켜세워준다.


"잘들 지낸 것 같아 다행이다. 소식 들었어. 레이첼 관할 마을의 마물을 토벌했다며? 정말 장하다 친구들!!"


제이슨은 출렁거리는 흰색 액체가 가득한 양동이를 들고서 레이첼과 김몬붕에게 다가온다.


"...보스...이 역한 건 대체..."


"뭐야, 이거? 달콤한 냄새 나."


레이첼은 마물의 진향에 검지, 엄지손가락으로 코를 잡고 뒷걸음질치지만 김몬붕은 배도 고프고 하니 눈 앞에 맛있는 케이크 냄새가 나는 무언가를 향해 다가간다.


"먹을래?"


제이슨은 양동이를 기울여 컵에 우유(?)를 덜어 김몬붕에게 건네준다. 레이첼은 이 광경을 멀찍이 떨어져서 혐오스런 눈으로 지켜본다.


"....맛있어! 너무 달아 이거 뭐야!"


김몬붕은 한 모금 맛을 보더니 고소하고 달콤한 우유 맛에 컵에 담긴 나머지 우유도 마저 원샷한다.


"아 이거? 서큐버스들 젖에서 짠 거야."


제이슨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들린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 레이첼과 김몬붕의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보스!!!!!!!"


"뭐의 젖?"


레이첼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제이슨에게 소리치고, 김몬붕은 어안이 벙벙하여 다시 한 번 되묻는다.


"....마셔라. 몸에 좋은 것이다."


"지랄 마!!"


경건한 눈빛과 함께 진중한 목소리로 내리깔며 말하는 제이슨. 김몬붕은 헛구역질이 나와야 정상인 상황에 오히려 맛있는데다 아랫도리가 커지는 느낌이 들어 모순된 자기혐오에 빠져 제이슨에게 화풀이한다.


"당장 버려요, 보스!!!!"


레이첼과 김몬붕이 양동이를 뺏으려 제이슨에게 달려들고, 제이슨은 이를 사수하려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


양동이 속 우유(?)는 결국 김몬붕이 1, 제이슨이 9를 모두 먹어치워 이렇게 서큐버스 모유사건은 일단락된다.


제이슨 크루거 레벨 45 -> 72

김몬붕 레벨 5 -> 8

레이첼 피에도르 레벨 20


.....


"자, 아무튼.. 꺼억...음..흠흠..!!"


"보스, 역겨우니까 트림은 100미터 정도 떨어져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레이첼이 무표정하지만 굉장히 열 받은 듯한 서늘한 목소리로 손사래를 치며 제이슨을 나무란다. 김몬붕은 이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제이슨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아무튼..내가 양동이 들고 젖만 짜러 다닌 게 아니란 말이야, 찾았다고...무려 용사의 파티 멤버였던 사람을!!"


"진짜?!!"


"그래!! 아이들한테 백마법 가르치면서 지내고 있다던데? 아직 내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니라 확정은 아니지만."


김몬붕은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찾은 것인가 싶어 마음이 들뜬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른다.


"확실히...백마법이라면.. 백마술사 시스티나. 그녀가 유력해보이네요. 하지만 국왕에게 해산되고 모든 아이템을 몰수당한 용사 파티가 도움이 될까요..?"


"밑져야 본전이지. 용사의 옆에서 같이 싸운 마왕 토벌 유경험자라고. 설마 마물 편이 되어있겠어? 아무리 미쳐버린 세상이라지만 그런 막장 같은 일이 있겠냐~"


제이슨은 호탕하게 큰소리치며 웃는다. 레이첼은 혹시 모르는 불상사를 대비해 예비 대책을 세우기 시작하며, 김몬붕은 앞으로 있을 일들을 생각하며 걱정 반 기대 반 고민에 잠긴다.

........


"여러분, 백마법은 사념을 억제한 맑은 마음의 힘으로 발동됩니다."


은신처에서 멀리 떨어진 또다른 마을의 외딴 곳. 청순하고 가련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 학생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백마술을 가르친다. 사념을 억제한 맑은 마음을 중시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라인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옷을 입고서.


"모두 사념을 억제하는 힘을 몸에 익혀봅시다♡"




백마술사 시스티나 레벨 80



ㅡ회귀 횟수 8회ㅡ



젖 짜는 건 건전이지 ㄹㅇ

언제나 재미있게 봐주는 너희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야.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 근데 서큐버스 젖은 무슨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