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monmusu/55031799(원본글)

https://arca.live/b/monmusu/55121041(아틀락 나챠편)

이거 쓴다고 했던거 계속 이어서 씀

이번편은 나이트건트다



세상엔 참 쓰레기같은 법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지나치게 엄격한 교통법이나 지나치게 가벼운 형법같은것들.

그리고 오늘 그 쓰레기같은 법들 모음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정부는 내일인 7월 18일을 기점으로 하여 가구당 몬무스 할당제를 시행하여 1가구당 1명 이상의 마물소녀를 두는것을 원칙으로 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뉴스에 나오는걸 듣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러니까 이제 내일부터는 우리집에 몬무스가 온다고?

여자라곤 고등학교때 고백하고 까인경험밖에 없는 모솔아다의 집에?


"좆됐네..."


입에선 저절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우선은 집에 모아둔 동인지 컬렉션부터 어디다 숨기면 들키지 않을지부터 생각해야지.


그렇게 어떻게든 집을 나름 깔끔하게 청소한 다음날.

도착한 마물소녀와의 조우는 생각보다 이상했다.

라텍스 슈트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이상한 옷을 입은 무표정한 여자가 우리 집 문을 두들겼다.


"어...혹시 오늘 온다던..."


"..."


무표정이고 라텍스고를 떠나서 이 여자의 생김새는 굉장히 기묘했다.

엉덩이쪽부터 나온걸로 보이는 꼬리,보라색 브릿지가 들어간 장발, 거기에 머리에 달린 두쌍의 뿔.

왠진 모르겠지만 라텍스 옷이 약간 젖은것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그것보다 제일 중요한건 이 여자, 말을 안한다.

실어증...같은건 아닐테고 약간 종교적인 이유인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많았지만 우선 집에 들여는 보내야지.


"일단 들어오실래요? 밖에서 얘기하기엔 그림이 조금 그렇고 하니까."


"..."


침묵은 긍정의 의미라는 말이 어느정도 맞기는 한건지 우선 집에 들어는 온다.

이제 좋든 싫든 둘이 붙어살아야되니 여러가지 알건 알아두면 좋겠지.


"통성명부터 할까요? 제 이름은 몬붕이에요. 김몬붕. 올해로 26입니다."


"..."


"혹시 불편하신 거라던가 같이 살면서 이런건 지켜줬으면 좋겠다 하는게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주세요. 최대한 배려해드릴게요."


"..."


왜 아무 대답도 없을까.


"혹시 말로 대화하는게 불편하신 거라면 노트같은거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


미묘해서 잘 못봤지만 방금 끄덕인거 맞지?

일단 노트랑 펜을 가져와서 건넸다.


'나이트건트에요. 사람 나이로는 26살이니까 편하게 부르셔도 되고요. 제가 아침엔 자고 저녁에 활동해서 좀 불편하실수도 있을것 같아요. 혹시 저에 대해서 궁금한점이라도 있으신가요?'


뭔가 글자체도 얼굴을 닮은듯 무표정을 글씨로 나타내면 이런 느낌이지 싶었다.


"초면에 되게 실례되는 말이지만 혹시 말을 안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같은게 있나요? 그리고 짐이 딱히 없어보이시는데 그 옷 단벌로 생활하시려는 건가요?"


잠깐 머뭇거리다가 글을 쓰는걸 보니 무슨 사정같은게 있나보다.


'저희 종족 특성상 말로 표현을 잘 못하고 표정도 제대로 못지어서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옷은 사실 지금 입고있는것도 옷이 아니라 제 몸에서 나오는 점액같은게 굳은거라서 딱히 필요 없어요.'


어쩐지 젖어있는것처럼 보이더니 그게 다 점액때문이었구나.

근데 그러면 지금 사실상 알몸이란 얘긴데 외간남자 앞에서 이래도 상관없는건가?


"우선은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지금부터 잘 지내보죠!"


"..."


쓰지는 못하니 묵묵히 악수를 받아들이는 모습.

생각보다 나이트건트라는 종족에겐 무표정과 침묵에서 오는 미묘한 매력같은게 있었다.

그래도 일상이 크게 바뀌는 일은 없겠지?




대략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그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됐다.

첫번째로, 요리를 굉장히 잘한다.

냉장고에 틀어박혀있던 재료들만으로 어떻게 먹든 맛있는 요리들을 뚝딱 만들어낸다.

두번째로, 무표정속에 은근 표정이 있다.

아직 지낸지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슬슬 무표정 속에서 표정을 읽을수 있게 된것 같다.

세번째로, 요새 알게 모르게 이상한 방법으로 날 유혹해온다.


'혹시 촉수물에서 촉수가 되고싶다고 생각해보신적 있나요?'

'한번만 몸에 제 점액을 묻혀봐도 될까요?'

'매력적인 대상이 촉수로 더렵혀질때 성적인 쾌감을 느끼시나요?'

'부카케에 대해 꼴린다고 생각해보신적 있나요?'


처음엔 좋았지만 갈수록 방향이 이상해지니 슬슬 무서워진다.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이렇게 서로 엇나간 사랑은 원치 않는다.

비슷한 혼돈마물인 아틀락 나챠가 걸린 친구에게 하소연하니 이상한 글의 링크를 하나 보내줬다.


"할당제 혼돈마물 배정된 인붕이들 참고해라...?"


내용을 읽어보니 혼돈마물들은 인간과는 다른 애정관을 가져 인간들이 하는 애정표현에 생소하니 잔뜩 인간식 애정표현을 해서 당황시켜 혼내주라는 내용이었다.

그중 나이트건트에 대한 내용은


나이트건트는 점액과 촉수를 통한 축축하고 미끈한 애정표현엔 익숙하지만 반대급부로 인간에게 받는 부드럽고 따뜻한 허그에 약하다

얘네는 위에서 설명했던 아틀락 나챠보다 온순해서 한번만 해줘도 바로 넘어온다

막 안아주면서 이번엔 무표정이 아닌 말로 대답해주세요 이런 부탁 하면 효과가 네배는 뛰니까 참고하고

웬디고는...


그러니까 껴안으면서 고백하면 된다는 얘기지?

때마침 오늘도 어딘가 엇나간 유혹을 하러 그녀가 다가온다.


'혹시 이종족간의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상외로 정상적인 질문.

이번엔 대답 대신 그녀의 몸을 꼭 껴안고는 얼굴을 마주봤다.

분명 무표정이지만 그 속에는 당황과 혼란, 설렘이 담겨있었다.


"나이트건트씨, 사랑해요."

"처음 봤을때부터 한눈에 반했어요."


그녀는 무표정에서 변화는 당연히 없었지만 굉장히 당황했는지 손을 떨며 노트에 대답을 적으려 한다.

그 손을, 빠르게 잡으며 말한다.


"이번만은, 노트가 아닌 말로 대답해주세요. 당신의 진심이 듣고 싶어요."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대사 선정은 하나같이 최악이었다.

그렇게 좀더 좋은 멘트는 없었나 후회하던 그때, 그녀가 우물쭈물하다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런 사람이라도 사랑해줄수 있으시다면, 네♡"


처음으로 들은 목소리에 난 그대로 굳어버렸다.

지금까지 들어본 어떤 목소리보다도 곱고, 아름다웠다.

당황하는 내게 그녀가 작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맞췄다.

처음으로 본 표정에 처음으로 들은 목소리.

예상은 했지만 자극이 너무 강해 흐믈거리고 있는 내게 그녀가 다시 속삭였다.


"그런데 이건 너무 치사하지 않나요? 전 사실상 알몸으로 당신에게 안겼는데 당신은 멀쩡히 옷도 입은채로 안겼잖아요♡"


"네?"


"그러니까 우리 둘 모두가 똑같은 상태에서 다시 한번 껴안아야 된다고 봐요♡ 일단 옷부터 벗고 생각할까요 몬붕씨?♡"


"예?"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밤은 길테니까♡"


아무래도 말문을 트이게 하면서 다른것도 트이게 한 모양이다.

근데 그런게 뭐가 중요할까.

어쨌든 나나 그녀나 둘다 행복한데.


-끝-



쓰면서 예상한것=개꼴리는 2500자 단편

쓰고보니 나온것=죽여달라 애원하는 난잡한 3000자짜리 문자덩어리

웬디고편은 이거보단 재밌게 나오겠지 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