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서문: 미믹은 무엇인가


2.현대 사회 속의 미믹의 생태 


3.N과 P의 기록 : 미믹-인간 부부와의 인터뷰.  



미믹(Mimic)은 주로 상자 모습으로 의태하는 마계 마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상자뿐만 아닌 다른 것도 모방(의태)하여 건드리는 것을 습격해 먹어치우는 지구 토착 마물이다. 과거에는 누군가 행방불명이 되면 미믹의 소행이라고 여길 정도로 위험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미믹도 현대 사회가 되면서 법과 도덕이 점차 강해진데다가 마계에서 지구로 넘어온 몬무스가 대두하기 시작하자 따라 생존에 위협을 받기 시작했고, 생존본능이 깨어난 미믹들은 몬무스화된 마물들의 방식을 모방하면서 본능으로만 살아가던 방식을 버리고, 의태하기 전의 본체(생식체)를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몬무스화한 미믹들이지만 물건으로 의태해 욕망을 가진 인간-지금은 남성에 한정하지만-이 건드릴 경우 본색을 드러내 붙잡는 근본적인 행동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는 강하게 발달한 이빨로 붙잡은 희생자를 씹어 삼켰다면 지금은 퇴화한 이빨 대신 발달한 촉수로 욕망을 먹어치우는 방식으로 바뀌어 위험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미믹은 인간을 해치는 마물에서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마물이 되어 인간-마물 상호 보호법의 토벌 지정종에서 제외되어 정식으로 몬무스로 인정받게 되었다.  



과거의 미믹은 발생한지 얼마 안된 유체라고 해도 최소 2kg는 넘는 무게를 갖고 있었지만, 몬무스 미믹은 500g를 간신히 넘기는 것으로 그치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는 당사자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있지만 몬무스화하면서 의태 능력과 체중, 근력이 감소한 대신 강화된 지성과 욕망을 먹을수록 강해지는 능력을 획득한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따라서 미성숙한 몬무스 미믹은 인간의 작은 욕망부터 조금씩 먹어치우면서 안전하게 성장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주로 도난율이 높고 의태하기 쉬운 택배 상자나 자전거 부품으로 의태하는 편이다.   


욕망을 먹으면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미믹은 과거 최초로 몬무스화되어 성장한 미믹들이 만들어낸 커뮤니티에 참가하여 먼저 결혼한 선배 미믹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선호하는 욕망이 가득한 직장을 얻어 일하면서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을 찾는데, 미믹이 인간을 성적으로 덮지기 위해서는 인간 남성이 강한 성욕을 가진채로 의태한 미믹에 접촉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미믹은 성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으로 의태하여 남성을 유혹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외부에 놓여져있는 외설스러운 물건에 욕망을 갖고 접촉하는 인간이 요새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미믹들은 커뮤니티에서 모은 자금으로 세운 남성용 성인용품 회사의 제품으로 의태해 주문자인 남성의 집에 배송되는 전술을 사용하는데, 기분좋게 성욕을 풀기 위해 성인용품을 주문한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때아닌 날벼락이겠지만 미믹과 결혼하게 된- 비록 그것이 원해서 한 결혼은 아니겠지만은- 남성의 98%가 결혼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니 미믹이 덮쳐오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N:인터뷰에 앞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맡은 기자 N이라고 합니다.


P:마찬가지로 인터뷰를 맡은 기자 P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이제 결혼한지 3개월 차에 접어든 미믹 M이에요. 저야말로 이번 인터뷰를 통해 미믹을 비롯한 몬무스들이 얼마나 무해하고 매력적인 존재인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좋은걸요.


D:남편인 D입니다. 이번 인터뷰가 미믹 뿐만 아니라 다른 몬무스분들과도 결혼한, 혹은 결혼할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N:그럼 인터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디보자... 독자 투표에서 가장 높은 득표를 기록한, 모두가 기대하는 대망의 첫번째 질문은 첫만남이네요. 인간 사회에 몬무스들이 많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몬무스를 만나는 것은 희귀하기 때문일까요?


M:음... 여러분의 생각보다 몬무스들은 꽤 가까이 있답니다? 


D:...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겠군요.


P:잠깐 딴길로 샜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죠. 두 분은 어디서 처음 만나셨나요?


D:첫만남이요? 참 말하기 부끄러운 주제네요.


M:부끄러울게 있나요? 저희들의 첫만남은 남편의 집이었어요. 정말로 황홀한 밤이었죠.


N:잠깐만요. 지금 남편분의 집에서 처음 만나셨다고 하셨나요? 


D: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네, 사실입니다. 여러가지 불운한 일이 겹쳐서 혼자서 술에 잔뜩 취한 날에 무엇을 주문했었는지, 몇 주 뒤 택배 상자가 와서 열어보니 물건으로 의태하고 있던 그녀가 있더군요. 그렇게 처음 만난 그녀는 엄청 사랑스럽고, 결혼 생활도 매우 만족스럽지만 아직도 그날은 마가 꼈던 날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N:아내분은 남편분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으신가요?


M:아뇨. ...솔직히 말해서 합법이기도 하고, 미믹 입장에서는 사실상 유일하게 결혼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듣고 보니 인간 입장에서는 꽤나 받아들이기 힘들긴 하겠네요.


P:몬무스와 인간의 관점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서로를 이해하려면 대화가 필요하기 마련이지요.


D:오늘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P: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도록 할게요. 이번에는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관한 물음이네요. 


D:이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한다고 말하면 신상이 특정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N: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세세하게 말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불안하시다면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인간보다는 몬무스들이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한게 주된 이유니까요.


P: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얹혀 산다던가, 어쩌면 범죄에 손을 대고 있을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최근에는 음마들의 강간 사건으로 시끄럽기도 하니까요.


M:범죄라뇨! 음마들이야 그럴 수 있겠지만 저희 미믹들은 건전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금연상담사로 일하고 있답니다. 


N:생각보다 건전한 직업을 가지고 계시네요. 


P:미믹이라면 흔히 카지노 딜러 같은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M:그런 미믹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많지도 않아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미믹도 선호하는 욕망의 종류가 다르니까요. 교도소에서 일하는 미믹도 있답니다.


N:그런 말을 들으니까 내심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M:괜찮아요. 미믹도 마물이었던 시절엔 인간들을 많이 잡아먹었다고 하니, 그런 생각을 해도 이상하진 않겠죠.


D:아직 서로를 잘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으니까요. 


N:그렇긴 하죠.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P:서로가 생각하는 남편/아내의 좋은 점과 이것만큼은 고쳐줬으면 하는 점에 대한 질문이네요. 


D:아내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는게 능숙하고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여성이에요. 제 욕망을 억제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요. 다만...


N:다만?


D:삐졌을때 속옷으로 의태하는 것은 그만뒀으면 합니다. 요즘 회사에서 산업 스파이를 막기 위해 의태 경보 시스템을 설치해뒀는데 경보가 울려서 확인하면 바지 안쪽에서 얼굴을 빼꼼 내미는데 다른 사람들은 금술이 좋다고 웃어넘기지만 저한테는 정말로 심장에 안좋습니다.


M:그렇게 말하면 저도 할 말이 많아요. 자는 도중에 양말을 벗어 던져버려서 찾아내기 힘드니까 양말 신고 잠들지 말라고 제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고칠 생각을 안하잖아요?


D:어흠...


M:그래도 그게 큰 흠이 안될 정도로 남편은 좋은 사람이긴 해요. 친절하면서도 근면하고, 무엇보다 테크닉이 엄청나서...


N: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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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몬무스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싶어서 그런걸 잡지나 보고서 형식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실패한 컨셉이 되어버린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