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했을 때, 솔피보다는 다른 애들과 먼저 인사를 나눈 다음, 맨 마지막으로 솔피한테 "안녕!" 라며 해맑게 인사하고 싶다.



우리 집 귀여운 멍멍이의 이름을 '솔비' 라 짓고 싶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솔피에게 으르렁거리는 솔비에게 "어허! 솔비야! 그러면 못 써!" 라 단호히 말하며, 만세 자세를 하게끔 솔비를 쭈욱 들어올리고 싶다.



우리 집으로 놀러온 솔피를 설렁설렁 넘겨 버리고, 그저 침대 위에서 거대한 범고래 인형을 꼬옥 껴안은 채 아기 옹알이와도 같은 잠꼬대를 하고 싶다.



요즘따라 유독 나한테 문자를 자주 보내는 머샤크와 혹등고래, 그 둘과 이야기를 나눈 내역을 보여주며, "요즘따라 이 둘, 나한테 이상하리만치 문자를 많이 보내더라." 라고 말하고 싶다. 



땅거미가 눌러앉은 밤 10시, 조용히 방문을 걸어 잠근 채로 본능에 이끌린 생리 활동을 하던 와중, 양 손에 치킨과 맥주를 잔뜩 들고선 온갖 문이란 문은 다 부시고 끝끝내 내 방에 당도하는 데에 성공한 솔피한테 은밀한 생리 활동을 하고 있던 걸 걸리고 싶다.



오랜만에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솔피의 전화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힘들다는 말만을 남기며 전화를 끊어 버리고 싶다.



요즘 뜨고 있는 '몬무스 아이들'의 신곡 MV를 넋이 나간 듯이 보는 와중, 옆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시선은 눈치채지도 못한 채 "와.. 이렇게 예쁜데.. 노래도 잘 하네.. 진짜 사기캐.." 라는 발언을 해버리고 싶다.



같은 반 몬무스 친구들과 게임 이야기를 하던 와중, 내 어깨를 살짝 붙잡는 솔피를 향해 "어어.. 좀 이따가..!" 라는 말을 남기고, 계속해서 씹덕 몬무스 친구들과 게임 얘기를 계속하고 싶다.



간단한 야자 타임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잠시만 따라와 주라는 솔피의 말,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슬픈 기운에 그냥 잠자코 따라가고 싶다.



쾅, 잠시 동안의 정적,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만이 나도는 이 공간 안에서, 갑작스레 귀를 관통해오는 누군가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살짝 당황하고 싶다.



...여태까지 본 적이 없던, 눈물에 젖어 엉망이 된 얼굴을 띄운 채, "...몬붕이는... 내가... 싫은 거야..? 으응..?" 라고 가불기를 걸어버리는 솔피에게 "아...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 얼버무리는 말만 해버리고 싶다.



"...증명해 봐... 그럼... 싫지 않다는 걸... 직접 증명해 보라구.."

쩔그럭, 쩔그럭 어느새 잠긴, 학생이라곤 우리 둘 밖에 없는 저녁 9시 불 꺼진 음습한 교실의 문, 피할 수 없는 속박에 말 없이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싶다.



옷을 풀어헤쳐 드러난 아찔한 맨살을 보란 듯이 은근히 어필해대며, 거센 들숨 날숨을 입 안 가득 머금은 채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솔피가 보고 싶다.



"싫지 않다고.. 사실 좋아한다고 말 한 마디만 해 줘.. 나를 속으로는 사랑한다는 걸... 제발 증명해 줘.." 나를 있는 힘껏 끌어안은 얄팍한 사랑이란 목걸이의 굴레, 그러는 동안에 은근슬쩍 내 옷을 찢어발기려는 솔피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고 싶다.



피할 수도,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널 향해 싫다고도 말 할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그저, 마음 속 깊이 묶여있던 한 마디만을.



힘겹게 내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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