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구원으로 이끌까.


 나름 많은 시간을 허송세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릿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것은?


 저걸 뭐라고 불러야 하지? 


 애초에...


 아니다


 그냥 잠깐 쉬자


 나는 손을 잡고 벽 구석에 몸을 기대고 앉았어.


 일단 내가 알 수 있는 건 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


 내 앞에 뭔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아까 전, 구원에 대해 생각했다는 것.


 아니 애초에- 뭔가가 '있다'라는 것만 알고 그게 어떤 모양인지 색인지 모르겠다는 게 말이 돼?


 어떤 미친 사이언스-사디스트가 내 뇌에 찌릿찌릿 자극을 주면서 자위하는 게 아니라면 이해가 안 되는데.


 '있다'라는 걸 확신하면서 그게 어떤지 인식할 수가 없다는 게 대체 뭘 의미하는 거야?



 그래서 일어났어.


 저게 뭔진 몰라도 내게 뭘 하진 않았잖아? 다시 말해 나는 여기서 답보하고 있는 셈이고, 아주 유력한 원인은, 저 보이는데 안 보이는 저거고.


 그렇다면 최소한 지금보단 낫겠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히 걸어갔어.



 잠깐, 내딛을 바닥이 있었던가?


 바닥이 무너지고, 그 아래에 더 큰, 아니 더 근원적인 '그것'이 있음을 직감하고 위로 손을 뻗었는데


 닿을 리가









내가 닿은 것은 어두웠어. 손이 빛난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손 뿐만 아니라 나라는 것이.


 그래 믿기지 않겠지, 나도 그래 지금도. 


 어떻게 사람이 빛이 나겠어. 그러니까 난 이렇게 생각했지.


 여기서 너무 어두워서 모든 게 빛나 보인다고.


 아쉽게도 바닥에 비치지는 않았지만, 이럴 때는 아프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지.




 그렇게 몸을 뉘이니까 이해하기 힘든 끌림이 있어 끌리는 쪽을 바라보았는데,


 뭔가가 있었어.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말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밝진 않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발이 스스로 서고 


 가볍게


 끌리듯이


 내 등을 부드럽게 미는 것처럼


 약간의 열락과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서


 나는 그녀의 품으로 돌아갔어.




아아 이것이 바로 구원이었던 것이야.


 나는 결국 그녀의 만분의 일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영원을 꿈꾸며 그녀의 팔 밖의 품에 몸을 맡길 수 있어.




 그 환대에 점점 약해지는 빛을 껴안고 졸음과 춤을 추며 그녀의 사랑 섞인 자장가를 들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