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는 저녁에 피어오른다.

 몬순이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가장 친한 친구-라미아-의 생일이 가까워진 것이다.

 사교성이 그다지 좋지 못한 몬순이에게 하나 뿐인 친구는 정말로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니만큼 아주 조심스럽게 선물을 준비해야만 했다.

 라미아를 아내로 두고 있는 삼촌에게 물어보았지만, 어이 없게도 답변은 "쥬지 박으면 꼼짝도 못해" 였다.

 주변의 라미아와 가까이 지내는 아저씨들에게도 여쭈어보았지만 답변은 비슷했다.

 '몸을 선물로 주면 좋아하더라' 대충 요약하자면 이랬다.

 애인은 커녕 절친한 십년지기 친구 관계에도 도달하지 못한 둘 사이에 무슨 육체를 선물하는가.

 몬순이는 포기하고 친구가 주구장창 노래를 하던 값비싼 꼬리장식과 함께 꽃다발, 케이크를 선물하기로 했다.

 라미아 친구는 아주 밝은 얼굴로 몬순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꼬리 장식을 선물하는 행위의 의미를 설명해줬다. 라미아에게는 청혼과 같은 행위라는 것이라는 말이다.

 몬순이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저 친구가 그토록 노래를 하다못해 하루 온종일 때를 쓰듯하던 그 꼬리 장식을 선물해준 것인데, 그것이 친분의 표현이 아닌 그 이상을 상징하는 물건이라는 것이니 말이다.

 몬순이는 그저 그 라미아와 친구로만 있고 싶었다. 그러나 라미아는 갑작스레 몬순이는 휘감았다.

 몬순이는 당황하고, 이내 항변한다. 

 자신은 동성애에 일언반푼어치도 관심이 없고, 절대로 여자와는 몸을 섞고 싶지 않다고.

 라미아는 몬순이를 풀어주고, 꼬리를 다시 말았다.

 그리고 며칠간, 직장동료였던 그 라미아가 출근하지 않았다.

 그 라미아도 그다지 사교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몬순이가 자진해서 그 라미아의 집에 찾아가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의외로 좋지는 않았다.

 아니다, 끔찍했다.

 라미아는 목을 메고 있었다.

 단 10초만 늦었어도 더는 살아서 다시 만나지 못할 뻔했다.

 몬순이가 밧줄을 풀고는, 왜 그랬는지,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는지를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 뒤로 3년이 지났다. 몬순이는 그 라미아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까뮤. 이름이 분명 그랬을 건데.

 수소문을 했지만 그런 이름의 라미아는 찾을 수 없었다.

 최소한 사죄는 하고 싶은데, 최소한 다시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은데.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날, 몬순이는 뱀의 눈깔을 잘랐을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피어오른 코스모스 밭에서 몬순이는 하염 없이 울었다.

 어쩌면 라미아도 코스모스의 사이에서 울었을 지도 모른다.

 몬순이는 채울 수 없는 공허감을 느끼며,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안고 살아가기로 했다.

 어쩌면 코스모스 밭에서 흘린 그녀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었으면 하고 빌었다.

 그러나 뱀의 눈깔을 자른 몬순이는 영영 고독에 묻혀살기로 했다.

 그 라미아 친구만을 기다리며.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라고.

 몬순이는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잘린 뱀의 눈알은 돌아올 수 없다.

 그저 그 라미아가 행복하기만을 기원할 수 있는 몬순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