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랑 동족 구별 못하고 다가와서 구애의 춤 추다가 몬붕이가 자긴 인간이고 넌 하피 아니냐고 하니까 고개 갸웃거리다가 화들짝 놀라는 댕청한 하피가 보고 싶다.



한참 몬붕이 앞에서 고민하다가 다른 수컷들보다 너가 좋다며 달라붙어서 부비적대는 하피에게 기겁하고, 몸은 작은데 날개 힘은 좋아서 떼내지도 못하고 결국 같이 살게 된 몬붕이가 현타가 오면서도 귀여우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 보고 후흐흐 웃는 하피가 보고 싶다.



댕청해서 구구단도 3단까지밖에 못 외우고, 순진해서 가지고 놀던 게임기 뺏어가도 화 안내고 돌려달라며 볼 빵빵하게 부풀린 채 소파 위에서 날개 파닥거리는 거 보면 귀여울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같이 살다가 유난히 우울해하는 하피 모습을 보고 물어보니 오랫만에 하늘을 마음껏 날아 보고 싶다고 소심하게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거 보고 스위치 켜진 몬붕이가 바로 하피 안아들어서 어?어??? 이러면서 얼굴 붉힐 때 차에 태우고 출발하는 것도 보고 싶다.



그렇게 하피가 가자는 대로 바다 인근의 높은 절벽에서 멈춰선 뒤에 몬붕이는 내려서 자기가 왜 왔나 혼란스러워하는데 신중하게 날개 파닥여 보다가 만족한 듯 끄덕이는 하피.



몬붕이 쪽으로 우다다 달려오다가 자기 날개에 발 걸려서 넘어지고, 울먹거리는 하피 입에 챙겨온 샌드위치 하나 물려주니까 눈물방울 단 채로 옴뇸뇸하면서 갉아먹는 거 보고 어찌됐든 상관없다며 타협하는 몬붕이.



하피가 나는 걸 보여주겠다면서 다짜고짜 절벽으로 돌진해서 뛰어내리고, 멍하니 그걸 보다가 퍼뜩 정신이 든 몬붕이가 허겁지겁 절벽 쪽으로 달려간 순간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단숨에 날아오르는 하피가 보고 싶다.



멍하니 자길 바라보는 몬붕이의 시선을 느끼고 해맑은 얼굴로 파닥이다가 몸 뒤집혀서 비틀거리는 하피랑 저 댕청한 애가 괜찮을지 가슴 졸이면서 보는 몬붕이.



몬붕이의 걱정이랑은 다르게 너무나도 자유롭게 하늘을 비행하는 하피를 보고 뭔가 묘한 감정이 몬붕이 안에서 싹트는 것도 보고 싶다.



몬붕이가 하피에게서 시선을 못 떼니까 뭔가 이상한 착각이라도 한 건지 하피는 몬붕이에게 다가가서 발로 잡아챈 뒤 날개 세차게 파닥이면서 날아오르고, 갑자기 몸이 들려지니까 기겁한 몬붕이가 버둥거리다가 발밑에 펼쳐진 경관을 보고 작게 감탄하는 거 보고 싶다.



자기가 보고 싶었던 풍경이 이런 거고, 너한테도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며 들뜬 하피와 이제까지 일에 치여 살면서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여유도 없던 몬붕이가 이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하피를 아주 약간 부러워하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한참을 비행하다가 몬붕이가 추워하니까 기겁한 하피가 절벽으로 가려고 허둥지둥하다가 그대로 넘어져서 구르고, 자연스럽게 맞닿은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게 보고 싶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했고 하피가 마음껏 비행할 수 있게 절벽 근처의 마을에 정착했으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하피들이 비행을 경험시켜 주는 겸 남편을 찾는 명소로 변한 거 보고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미소짓는 몬붕이와 하피가 보고 싶다.


노래 듣다가 갑자기 알바트로스 생각나서 씀

알바트로스는 야스할 때 커다란 날개로 감싸안고 만족할 때까지 못 빠져나가게 할 것 같다

폭풍야스 한 지 3시간도 안 지났는데 까먹고 오늘은 왜 안해주냐면서 울먹일 때 애무 살짝 하면 아직 예민한 몸 파드득거리면서 가버리고 어리둥절하는 것도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