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세상에...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 모습은 대체 뭐니, 페나르핀?"


엘프 검사, 페나르핀을 바라보며 한 인물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카트리오나."


타루갈 숲의 조용한 변두리. 커다란 나무 사이에 조그맣게 만든 나무집의 대문에서 나온건 아울메이지, 카트리오나였다.


페나르핀은 게르트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가지 의문과 상황정리를 위해 같은 숲에 살고있는 숲에 살고있는 친구를 찾아왔다.


아울메이지인 카트리오나라면 자신이 왜 죽지 못했는지, 오른팔에 붙어있는 뼛조각과, 그 안에서 불타는 불꽃은 무엇인지를 알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꽤나 무서운 몰골이 되버렸네.... 일단 들어와. 들어와서 얘기하자."


"......그래."


카트리오나의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큰 내부. 분명 마법을 사용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페나르핀은 안내받은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카트리오나가 차를 내어주고는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페나르핀을 바라보며 카트리오나가 맞은편에 앉았다.


카트리오나가 한쪽 눈을 감자, 찻잔이 허공에 뜨기 시작했다. 둥실거리며 허공에서 움직이는 찻잔은 카트리오나의 입에 대어졌다.


차분히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나머지 반쪽 눈으로 페나르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거니? 내 마지막 기억속의 너는 언데드가 아니었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단번에 페나르핀의 변화를 눈치챈 카트리오나가 물어보자 페나르핀이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숲의 현자로군."


"나는 그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남보다 조금 더 알고있을 뿐이야. 현자라니, 분에 넘치는 표현이라구."


허공에 떠있는 차를 다시 한번 마시며 카트리오나는 말했다.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을래? 이래뵈도 꽤나 걱정스러워서 물어보는건데."


"..... 긴 이야기를 원하나? 아니면, 짧은 이야기를 원하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언데드가 되버렸는데, 어떤 사정인지는 전부 들어줘야지."


"....그렇군....어디부터 얘기할까.."


페나르핀은 오치무샤가 된 모든 경위를 설명해가기 시작했다.


게르트를 만나, 어머니로서 그를 키워왔던 이야기부터 자기가 저지른 살인, 마음속에 쌓여가던 죄책감과 혐오와 떠나버린 게르트. 그리고 귓가에 속삭이던 목소리까지.


페나르핀은 과장도 생략도 없이 모든것을 이야기했다. 카트리오나는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결국 나는 나를 부추기는 그 목소리를 따라, 내 안에서 끓어오르던 혐오를 이기지 못한채 목을 그어버렸지. 그리고... 의식은 멀어져만 갔어."


페나르핀이 말을 끝내자, 듣고만 있던 카트리오나가 입을 열었다.


"....그랬지만 너는 눈이 뜨였고, 그리고는 언데드로 되살아나게 되었다...는 거고?"


허공에 떠있던 찻잔이 달각거리며 접시로 돌아왔다. 카트리오나는 감고있던 눈을 뜨고는, 페나르핀을 바라보고 있었다.


페나르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차를 한모금 마셨다. 허브티의 향이 목을 타고 느껴졌다.


"흠...과연. 흥미로운 이야기였어...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고."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나를 보는 시선은 분명 달라질거라 생각한다. 하지만..나는 지금 내가 어떤 상태가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너와의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러니 답해다오. 나는 무엇이 된거지?"


마음의 준비를 하며 페나르핀이 한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며 카트리오나는 골똘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네 외형에서 오는 특징, 자의식을 가진 언데드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너는 오치무샤가 된것같네."


"...오치무샤?"


"그래, 오치무샤. 들어본적 없니?"


"....글쎄.."


"뭐, 잘 모르는것도 무리는 아니지. 보통 언데드는 자주 볼수있는 존재들이 아니니까."


페나르핀의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며 카트리오나가 말했다.


"예전에 책에서 본적이 있어. 오치무샤. 지팡구의 묘소들에서 간혹 생겨난다는 언데드로, 보통 무사나 강한 정신력을 지닌 자들이 미련을 갖고 죽게되면 그렇게 변이한다고들 해."


그리고는 눈을 빛내며 카트리오나는 이 페나르핀에게 일어난 괴현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좀비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점이 있어. 좀비들은 썩고있던 시체에 마력이 불어넣어져서 일어난 영유아와 같은 상태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송장이야. 지금의 너의 상태와는 전혀 다르지."


"......그렇군."


그러면서 페나르핀의 오른팔을 보며 카트리오나는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오치무샤는 좀 다르지. 너는 죽었지만, 제대로 자의식도 있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없어보여. 거의 완전히 살아생전의 모습과 같지. 뭐.. 그 오른팔이랑 피부색만 빼면 말이야."


오른손을 쥐락펴락 하면서 페나르핀이 물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나는 죽은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것같지가 않아. 그런데도 내 오른팔은 어째서.. 뼈만 남아있는거지?"


"흠.. 이렇게 물어보기는 뭐한데, 자살한게 언제인지 기억나?"


"음...정확히는 모르겠군. 생전의 나는.. 스스로를 짓누르는 그 정신상태 때문에 제대로 무언가를 분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음... 그래..?"


"....면목없군. 그런 상태였다면 너에게 찾아가는게 맞았는데."


"...그 이야기는, 일단 이 상황을 설명해주고 나서...하도록 하자. 알았니?"


카트리오나는 그 커다란 눈으로 페나르핀을 쏘아보며 화난듯이 말했다. 카트리오나의 온화한 성격에서는 상상하기가 힘든 표정이었다. 페나르핀은 움찔거리며 시선을 찻잔에 맞추며 시선을 돌렸다.


순간, 카트리오나가 페나르핀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몸에 마력이 둘러지며 눈에는 은은하게 안광이 나오기 시작했다. 강한 어조로 페나르핀에게 강압적으로 말했다.


"대답해 페나. 이 문제는 상황 설명이 끝나고 나서 하자. 알았니? 대답해. 어서."


알수없는 신비로운 기운에 사로잡힌 페나르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그래....알았다......너와의 대화를 위해서 남아있도록 하지..."


"좋아. 알면 됐어. 그럼, 계속 설명할게?"


훅, 하는 소리가 들리며 카트리오나의 몸에 둘러진 마력이 사라져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언제 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었지. 흠.... 뭐, 그렇게까지 중요한건 아니니까 괜찮아. 일단 그 오른팔. 그건 오치무샤가 가지는 외형적 특징중에 하나야."


카트리오나는 팔의 날개로 가슴의 털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오치무샤는 보통 뼈로 된 오른팔에 견갑과도 같은 뼛조각이 붙어있고, 이 뼈 안에는 푸른 불꽃이 고정된 상태로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해. 너처럼 말이야."


카트리오나의 설명을 들어며 페나르핀이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마치 신화에 나오는 괴수의 턱뼈처럼 생긴 뾰족한 뼛조각들이 견갑처럼 어깨에서 상박까지의 부분에 붙어있고, 상박의 끝부분에(팔꿈치 근처) 작은 청색의 불꽃이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런게 생기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학자들의 추측으론 부활하며 불어넣어진 마력이 영혼이 육신에 다시 깃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이과정이지 않나, 라고 하는 이론의 학자들이 몇몇 있었어."


카트리오나는 오른팔을 날개로 오른팔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리고, 오치무샤의 오른팔은 어지간한 금속보다 단단하고, 그 뼈에 가둬진 불꽃은 평범한 불꽃이 아닌, 마치 사람의 체온과 같은 온도로 일렁이기만 할 뿐인...오치무샤 본인의 영혼. 이라는 이론도 있지."


"...확인된 바가 거의 없군. 이론 뿐이라니."


"당연하지. 나같은 아울메이지나 언데드들 모두 인간의 아종이라구? 사람을 상대로 실험해서 그걸 입증시키는건 명백히 금기라고 생각하지 않아? 엄연히 인간이니까. 그러니 모두 추측만 할 뿐인거지."


어깨를 으쓱하며 카트리오나는 말했다. 페나르핀은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트리오나에게 물었다.


"...그럼 나는..엘프에서 오치무샤..라는 종족으로.. 변이된거군? 여기까진 이해했다. 그런데..그 이유는 뭐지?"


카트리오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왜 너는 죽을수 없었는가....글쎄, 일단 이건 내 추측이지만, 너에겐 미련이 있었잖아? 게르트와....함께 있고 싶다는 미련."


".......그래.."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며 페나르핀이 대답했다.


"강한 미련을 품은 강한 정신력. 오치무샤는 이 두가지를 지닌 죽은 자가 마력으로 인해 부활한 사람들이야. 너는 그 두가지가 모두 있고."


"하지만..불가능 하지않나? 그도 그럴게.."


오치무샤는 지팡구에서만 나타나는 언데드들로, 보통은 그 지역에서 살고있는 인간이 죽어 변이되는 특이한 언데드들인 것이다. 그러니 오치무샤가 되는건 불가능하다. 라고 페나르핀이 말하려 하는 순간, 카트리오나가 말을 끊었다.


"그래, 여기는 지팡구가 아니지. 그러니 너는 오치무샤가 될수가 없어. 하지만 지금 너는 오치무샤가 되었고, 이렇게 내 눈앞에 되살아나 움직이지. 여기서 내 추측이야."


카트리오나는 페나르핀의 허리춤에 메어진 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칼, 지팡구에서 만든 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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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나르핀 : elves die twice


팅팅탱 퍽 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