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곰이 그 거대한 덩치를 바닥에 눕히자, 두 사람은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듯 풀석 주저앉았다.


"...아악...씨부랄...죽는줄 알았네..망할..."


욕을 내뱉으며 안도하는 게르트. 그런 게르트를 타이펀이 째려본다.


".......사람 놀래키기나 하고말이야."


원망스러운듯 게르트를 째려보며 타이펀이 말했다.

게르트가 흘긋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눈에는 눈물이 조금 맺혀있다.


"....그래, 내가 말한거 내가 못지켜서 미안하다."


"...혹여나 위험하다 싶으면 거리를 두라면서?....목숨이 제일 중요하다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노려보며 게르트가 한 말을 하며 타이펀이 불만을 토로하자, 게르트가 힘없이 답했다.


"...그랬지.."


그런 타이펀의 불만을 한귀로 듣고 흘리며 게르트는 자신의 변이에 대해 생각했다.


단지 한번 방심했을 뿐이지만 두사람은 평범한 곰보다 두배는 큰 목표를 상처없이 사냥했다.


전에 의뢰를 받아들였던 용병 파티도 세명이나 죽여 잡아먹던 곰이었다. 그 정도로 강한 짐승이라면 한순간의 방심으로 끝났어야 했을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곰이 능력을 사용했을 때, 두사람은 분명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 성히 의뢰를 마쳤다.


이유는 무엇일까? 게르트는 손으로 턱을 만지며 생각했다.


".....이봐, 게르트! 지금 듣고있는거야?"


불만을 넘어 조금은 화가 난듯한 얼굴로 타이펀이 게르트를 바라보고 있다.


"......미안하다니까. 방금 전엔 나도 모르게 방심해버려서 실수했던거야."


"....한눈팔고 있었지? 몸이 변한걸 느껴서. 그래서 방심한거지?"


".....알고 있었군."


"폼으로 너랑 붙어다닌게 아니야. 넌 일하는 중에 딴 생각 같은거 안하잖아."


"....집중력이 흐트러지니까."


게르트가 손을 바라보며 말하자, 타이펀은 게르트에게 다가왔다.


"...확실히 강해졌더라. 두달 사이에, 체감이 될 정도로."


타이펀을 바라보며 게르트가 말했다.


"...내 몸은 전보다 기초적인 신체능력이 더 강해졌어. 두달 전보다 훨씬. 뭐랄까, 마치.."


"...마치 몸 안에, 전에는 없던 힘이 흐르는 것처럼?"


".......이유를 알고있나보군."


타이펀은 게르트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몰라. 알리가 없잖아."


"왜 모르는건지 되려 이해가 안되는데?. "


".....그래서, 내 몸이 두달 사이에 급격히 강해진 이유가 뭔데?"


놀리듯이 말하는 타이펀을 바라보며 게르트가 말했다.


"두달 전에, 침대에서 몸을 섞었을때가 원인이야. 그날 이후로 너는 신체가 강화된거야."


"...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본능에 몸을 맡기며 게르트를 덮쳐 서로 몸을 섞었던 두달 전의 일을 타이펀이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랑 침대에서 굴렀을때가.. 강해진 이유라고..? 그게 뭔..."


"이런. 전혀 모르네.. 처음부터 알려줘야되나."


"그건 또 무슨.."


"처음부터 알려줄테니까, 일단 가만 있어봐."


게르트의 입을 막고 타이펀이 잠시 생각하더니, 팔짱을 끼고 설명을 시작했다.


"음... 이건 내가 있던 부족에서 가르쳐주던거야. 우리 리자드맨, 더 넓게 봐서 지금의 이종족들은 원래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들 해."


게르트는 잠시 타이펀의 대화에 집중했다.


"오래전에 우리 이종족들은 인간들에게 마물이라고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고 해.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으로 인간을 잡아먹고 그 악명을 떨치던 시대였다고 장로들은 말했지."


"잠시 질문. 혹시 우리 이종족 전체를 이끄는 왕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마왕."


타이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전혀 모르는거 같으면서도, 이런건 알고있네?"


"...그래서, 그 악명을 떨치던 시대가 뭐 어쨌는데?"


게르트가 타이펀을 째려보며 말했다.


"우리 이종족이 보통 강해지는 방법은 두가지야. 평범하게 단련해서 마력을 늘리거나, 정기를 취해 마력을 늘리거나."


타이펀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지며 말했다.


"....그 당시의 이종족..마물들은, 인간을 죽여 잡아먹고 그 힘을 키워갔지. 평범한 인간의 몸에는 정기가 흐르니까."


"그 악명을 떨치던 시대의 마물과 인간은 서로 대립하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암울한 시대였다고들 해. 그때, 그 시대를 이끌던  마왕이 현재의 마왕님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어."


"서큐버스인 지금의 마왕님은 전세대의 마왕들과는 다르셨어. 서큐버스인 마왕님은 인간을 그저 정기를 취하기 위한 식량으로 바라보는 분이 아니셨어. 서큐버스는...인간들과 몸을 섞어 정기를 흡수해가는 식사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마물이 서큐버스처럼 정기를 취하지는 않았지. 거의 대부분이 인간을 잡아먹어서 그 힘을 키워나갔으니까. 마왕님은 이걸 바꾸시기 위해 마왕의 자리에 올라오셨지."


"그리고 마물들은 마왕님의 영향 아래 새로운 모습을 취하게 되었어."


타이펀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모든 마물들은 마왕님의 영향으로, 인간 여성의 모습을 본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어. 바뀌기 전부터 갖고있던 여러 특성과, 여성의 모습을 합친 새로운 모습. 이게 지금의 이종족의 배경이야."


타이펀이 게르트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여기서 또 질문. 강력한 힘을 지닌 마왕과 휘하 마물들에게 대적하기 위해, 인간들이 꺼낸 무기는 무엇일까요?"


"...용사."


"정답..이긴 한데, 마왕이랑 용사를 알면서, 다른건 모르는게 좀 이상한데?"


게르트는 잠시 자신이 나고 자란 숲과, 자신을 길러준 스승님을 생각했다.


"...마물이니, 용사니 하는건 대강 알고있었어."


"...하지만 현 마왕님에 대한걸 모를 뿐이고? 흠."


조금 의아하단 표정을 짓는 타이펀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네 고향이 어딘지, 항상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거기엔 제대로 된 선생님이 없었나보네."


게르트의 표정이 굳어지자, 타이펀이 당황하며 말을 바꿨다.


"뭐, 그럴 수는 있어. 가끔 인간 어르신들도 나를 보면 마물이라고 두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그래서, 마왕과 용사가 만난건가? 서로 죽이려고?"


게르트가 본론으로 넘기자, 타이펀이 안심했다는듯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맞아. 용사는 마왕님을 죽이기 위해 마왕성을 향해 찾아왔었지. 하지만, 마왕님의 행동이 모든 걸 바꿔버렸어. 우리 모두의 생활을 전부 바꿔버렸지."


"....마왕은 서큐버스라고 했었지."


예상이라도 된다는듯 게르트가 말하자, 타이펀이 웃으며 말했다.


"말했다시피, 마왕님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신 분이셨기에, 마왕이 되시기 전에도 인간을 관찰하며, 인간에 대해 배우셨어. 그리고 깨달으셨지. 인간이나 마물이나, 똑같이 지성이 있고 감정이 있는 존재들이라는걸. 그리고 용사를 만난 마왕님은 용사와 사랑에 빠지셨어."


"...둘의 마음은 일치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마왕님과 용사는 부부가 되었어. 그리고 그 영향은 우리 이종족에게도 퍼졌지."


"서큐버스인 마왕님의 영향으로 이종족들은 모두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잔인했던 성격들도 음란하게 바뀌게 되었어. 거기에 사랑에 빠진 마왕님 부부의 영향으로, 우리들은 모두 인간을 사랑하게 된거야."


타이펀의 말을 듣던 게르트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음란하다니.....확실히....그날 보인 모습은..단어 그대로이긴 했다만.."


".......잠깐, 집중좀 해줄래? 이것도 다 설명해 줄게."


타이펀이 게르트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확 올려 자신과 눈을 맞췄다. 타이펀의 볼이 부끄러운듯이 붉어져있다.


"...나도 설명하면서, 조금 부끄럽단 말이야. 참고 들어달라고."


"....그래..."


뱀처럼 세로로 찢어진 노란색의 눈을 멍하니 보며 게르트가 대답하자, 타이펀이 손을 놓고 헛기침을 했다.


"...흠흠. 마왕님 부부는 그렇게 서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몸을 섞으셨어. 그러는 중에, 두분은 어떤 현상을 발견하셨지."


"......힘이 강해진건가보군."


"그래. 정기를 취해 강해지는건 마물만의 힘이 아니었어. 서로의 마력과 정기를 나누던 두분의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 현상은, 나같은 평범한 인간과 너같은 평범한 이종족이..몸을 섞어도 나타나는 현상이군."


"그래 맞아. 서로의 정기와 마력을 교접해서 순환시키면.. 서로의 힘이 강해져."


"...그래서 마왕 부부는 어떻게 됐지?"


"...지금까지도 쭉 힘을 키워가고 계신다고 해. 오랜 시간동안 계속...교접중이라고 하지."


"...용사는 늙어 죽을때까지 빨리다가 복상사로 조만간 죽겠군."


"그건 아니야. 정기와 마력이 순환되어 서로 강해지면, 인간은 마력의 원 주인의 영향을 받아서 몸이 변이해. 용사의 수명이 마왕님의 수명으로 변이되는거지."


타이펀의 설명이 끝나자, 게르트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마에 손을 짚고 게르트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가 강해진 이유는...너와 내가 정기와 마력을 순환시켜서 그런거다..라는거지?"


게르트의 질문에 타이펀이 끄덕였다.


".....하아....."


붉어진 얼굴의 게르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곰의 사체로 다가갔다.


"게르트, 뭐하는거야?"


".....이리와서 해체하는거나 도와줘."


"아아, 해체.. 그러고 보니, 시간이 꽤 흘렀지."


"...그래...의뢰 끝내고..잠시 좀 쉬자.."


게르트는 마치 몇일은 못잔 사람처럼 피곤해하며 곰의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수련하는 것보다 섹스하는게 더 강해질 ㅅ.."


"제발. 말로. 표현. 하지마."


단어마다 끊어 말하며 강조하는 게르트.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타이펀이 키득거렸다.


"하하하하. 왜 이렇게 이런쪽에는 약한건지 모르겠다니까."


이게 마왕이 끼친 음란함의 영향인가. 게르트는 생각하며 타이펀의 정조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해가 기울어지려 하는 늦은 오후, 찬바람이 불어오는 숲속에서 게르트와 타이펀이 소리를 내며 거대한 곰의 사체를 해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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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는 스승의 영향으로 항상 마인드컨트롤 하며 스스로를 다잡는 훈련을 해왔음.


엄격한 지도 아래 세워진 정조관념이 게르트를 혼전순결충으로 만듬


근데 따먹히고 동정도 잃고 멘탈도 나간게 첫부분.


야스하면 쎄진다는걸 듣고 멘탈한번 더깨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