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오랫만에 누워보는 침대에 술도 마신 둘은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늦은 아침까지 숙면을 취했다.


"...으음..."


니콜라이는 그 즈음에 눈을 떴다.


"...zzz....zzz.."


새근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는 카트리오나는 마치 곰인형을 안고있는 소녀처럼 니콜라이를 꼭 안고있었다.


밖에서는 비가 오는 중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바람을 타고 깨진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빗물들이 흘끗 보이기도 했다.


"....."


'설마 비때문에 그 조합인지 뭔지가 항구로 오지 않는건 아니겠지.'하고,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레티에라로 갈 수단을 잃어버리게 된다.


"...zzz...zzz....zzz...."


하지만 그런 중대한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사과를 먹고 잠든 공주처럼 잠들어있는 카트리오나.


"...이봐."


"....zzzz.....zzzz...."


"....이봐!"


"....zzzzz......zzzzzz...."


니콜라이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듯 계속해서 자고만 있는 카트리오나.


".........."


'...그나저나...왜 같이 자고있는거지...?'


아무리 아트리아인인 니콜라이라 하더라도, 어제의 그 증류주는 너무나도 강렬했었다.


심지어 카트리오나의 마안의 힘으로 반은 세뇌당하다시피 눕혀지게 된 니콜라이는 왜 같은 침대에 있는지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zzzz....zzzz...."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트리오나는 그저 곤히 잠들어있다.


"....zzzz.....zzzzz...."


태평하게 자고있는 카트리오나를 보며, 한숨을 쉬는 니콜라이.


이성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몸을 뒤척이던 찰나.


'.....근데, 나는 왜 옷을 벗고있는거지?..'


불현듯, 그는 웃옷을 벗고 여성과 나란히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


그 사실을 알아채고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히는 니콜라이.


'...설마, 마안으로 나를 벗기고..?'


서둘러 몸을 만져보는 니콜라이.


다행히도 바지를 입고 있는걸 보니, 사고를 치진 않은 모양이였다.


니콜라이는 카트리오나와 자신이 서로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는것에 안도했다.


"....으음...."


니콜라이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얼굴을 찡그리며 뒤척이는 카트리오나.


"...으음....zzzz.....zzzz...."


하지만 이내, 자신의 품 안에 니콜라이를 집어넣으며 그녀는 다시 잠에 들어버렸다.


얼굴과 손 전체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감촉.


그리고 그녀에게서 나는 숲의 냄새와, 그녀의 고동소리.


"...으읍..!"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니콜라이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마치 부드러운 마쉬멜로우처럼 말랑거리는 가슴이 얼굴 전체에서 느껴졌다.


'으악!으아아악!!!미친!미친!'


니콜라이는 껴안는 카트리오나의 손길 그대로 굳어 그녀에게 안겨있었다.


"....zzzz.....zzzz...."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자는거냐고! 나는 너의 테디베어가 아니라고!'


니콜라이는 껴안아진 상태에서 그녀의 얼굴을 노려봤다.


입도 막아져있어서 말을 걸수도 없고, 그렇다고 움직이자니 가슴을 건드린다.


니콜라이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푹신한 털의 감촉과, 얼굴과 가슴,손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거대한 흉부의 감촉.


니콜라이는 애써 흥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릴적 고향에서 보던 눈 덮힌 숲을 상상하며 최대한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녀에게 욕정하려는 몸의 본능을 니콜라이는 자신의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막고있었다.


"...후-...후-..."


코로 숨을 고르며, 흥분을 가라앉히던 그때.


"....으음...?"


숨을 너무 크게 쉬던 탓인지, 그녀가 일어나버렸다.


'....추워...바람이 부는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불어오는 바람에 추위를 느낀 카트리오나는 지금이 늦은 아침이라는것을 인지했다.


그리고, 품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뭔가 딱딱하지만, 매우 따스했다, 마치...


'마치...사람같이....?!'


카트리오나의 눈은, 이전에 없었을 정도로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얼굴은 마치 라바골렘의 그것처럼 붉어졌다.


"......?!?!"


그리고, 어젯 밤에 있었던 일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마안'을 사용해 그의 옷을 벗긴것, 끈적한 키스를했던것, 상의를 벗은 니콜라이를 곰인형처럼 껴안고 잤던것까지 전부.


그리고는 심지어, 추위를 느끼며 더 꽉 껴안고있는 자신의 모습까지.


왜 그런 짓을 한걸까 생각해보려 했지만, 그럴 틈은 없었다.


언뜻 보이는 니콜라이의 붉어진 귀와 심호흡을 하고있는 그가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껴안고 있어서 느껴지는 그의 고동마저도, 니콜라이는 진작에 일어나있었음을 알수있었다.


"................."


카트리오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어젯밤의 일이 부끄러운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부끄러운것은, 지금 자신이 했던 짓이었다.


어린아이처럼 곰인형을 껴안듯, 성숙한 남성을 껴안고있는 자신의 모습.


결혼을 한 사이도, 연인도 아닌 사이임에도 이런 짓을 강제로 했다는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카트리오나가 입을 열었다.


".....니콜라이...?"


꼭 쥐고있었던 압박을 풀고, 그가 고개를 움직일수 있도록 해주자, 그가 홱 고개를 돌려 얼굴을 가렸다.


"..............."


그리고, 방 안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 조용한 방 안에서 들리는것은,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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