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오느라 고생이 많구나."



백택은 울타리 마당 안에서 자신에게 오는 청하에게 상냥한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거리가 거리라서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래. 이제 잘 알겠지? 세상은 네가 생각 한 것 처럼 멋지지 않다는 걸... 자 엄마랑 같이 집에 들어가자."



백택이 청하에게 손을 내밀자 청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사실 그게 말이죠... 그러려고 온게 아니에요."


"뭐?"



청하의 대답에 백택은 미간을 움찔거린다.



"그게 무슨 소리니? 그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한 네 자신을 보렴. 세상이 네가 생각 한 것 보다 더 혹독하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했니?"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제가 아직 그런 세상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미숙한 이유를 이제 알겠더라고요."


"그래? 왜라고 생각하니?"



청하는 당당하게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대로라면 백택에게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 한 그 울타리 안에 스스로 들어와 백택과 마주 한 것이다.



"탐정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면 제가 스스로 혼자 독립 할 수 있다고 엄마에게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제 의지와 포부를 입증할 수단이 아니였어요."


"호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엄마에게 직접 그걸 입증해야 했죠."


"그래서?"



청하는 백택에게 자신의 진심을 백택에게 전한다.



"엄마... 아니 어머니. 전 어머니가 생각한 것 처럼 그렇게 나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에 대한 집착도 그만 하실 때가 됐잖아요... 절 위함이 아닌 어머니를 위해서."


"널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란다. 난 너 뿐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니?"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 어머니의 집착이 족쇄가 되듯 어머니에게 있어 저에 대한 관심은 어머니의 족쇄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니."



청하는 백택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이제 저의 인생이 아닌 어머니의 인생을 살아주셨으면 합니다."



백택은 청하에게 위화감이 들었다.


자신의 눈앞에 어린 아이가 어른의 말투와 행동과 함께 품격있게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아니. 나의 인생은 너의 인생이야, 너의 인생은 나의 인생이고... 부모와 아이의 끈은 끊어질 수 없단다."


"영영 어머니를 떠나겠다고 한 게 아니에요. 전에는 치치를 찾고 어머니에게 빠져나가는 것만이 제 삶의 목적이었어요. 도망치는 것 뿐이었어요."


"지금은 다르 다는 거니?"


"한스 선생님과 치치와 함께 수많은 사건을 경험하고 알았어요. 분명 정권이 바뀌고 인간과 마물이 서로 공존해도 숨어있는 위험이 있었어요. 어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잘 아는 구나."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어머니와 함께 평생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뭐?"



청하의 말에 백택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게 무슨 말이니?"


"지금이야 이런 범죄나 위협은 빙산의 일각이겠죠, 그렇기에 전 모든 세상을 돌아다니며 탐정으로서 이 세상에 숨어있는 사건과 위혐을 전부 제 손으로 풀어 모두가 안심하고 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저를 위해서 치치를 위해서 뿐만이 아닌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청하의 제대로 된 의지와 꿈을 들은 백택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언제나 단호하고 자신의 아들을 자신의 품에 영원히 안고 살고 싶어진 그 마음이 청하의 진심이 담긴 말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백택은 자신의 마음에 청하의 진심이 닿아도 아직 어린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에 진실을 부정했다.



"필요 없어."


"......"


"네가 왜 생판 모르는 모두를 위해 그렇게 까지 고생해야 하니! 넌 내 아들이야! 만에 하나라도 작은 흠집이라도 나는 순간에 내 마음은 난도질 당한 것 같은 걸 왜 모르니!"


"어머니."


"됐다! 그 여자를 떼어내도 네 의지가 꺾이지 않는 다면 나도 어쩔수 없구나!"



백택은 청하에게 성큼 성큼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까지 했는데 듣지 않으려 하시는 군요. 어머니."


"널 위한 일이야."


"그건 절 위한 일이 아니라 미련이라고 하는 겁니다."


"......"



청하는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백택을 보곤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자세를 잡는다.









"맞서겠다는 거니?"


"계속 이러시면요."


"몇번을 해도 넌 나에게 지는 걸 알면서?"


"지면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고 맞설 수 없다면 빠지고 다시 준비해 오면 됩니다. 그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성장하는 과정이란 걸 전 알았어요."


"그럼 나도 더 할말이 없구나."



긴장감 넘치는 상황, 가을 낙엽을 실은 바람이 그들에게 세차게 불기 시작한다.



'어머니 특성상 날 죽이시진 않으시겠지. 하지만 내 팔다리를 전부 잘라 내는 건 충분이 가능하셔.'



청하는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막고... 흘려보내 반격... 다시 일어나 꺽고... 피해서 연격...'



"...이건..."


"답이 잘 안나오나 보구나?"



청하는 몇번이고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백택과 마주했다.


하지면 수십번의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보여지는 결과는 청하의 패배였다.



"이제 기다려 줄 수 없구나."



백택이 단숨에 청하의 품에 파고든다.



"!!!!!"



그녀가 손바닥으로 청하의 명치를 치려하자 청하는 무릎으로 쳐 궤도를 틀었지만.



"커흑!"



백택의 몰아치는 공격을 맞고 마지막엔 옆차기에 마당을 구른다.



"왜 그러니? 뭐가 잘 안되니?"


"후우~!"



청하는 다시 일어났다.


'좀 바꿔보자. 항상 상대가 먼저 다가오게 했으니 이번엔 내가 먼저 다가가 보는 거야.'



이번엔 청하 쪽이 백택에게 달려든다.


온갖 역경과 힘든 사건을 맡아 온 청하의 공방과 바리츠 실력은 이미 일반인의 실력을 넘어섰다.



"그래. 전보다는 매섭구나."



청하는 한 숨도 멈추지 않고 백택에게 맹공을 날린다.


막히면 남은 팔다리로 공격하고 흘려보내지면 자세를 바꿔 백택에게 맞섰다.


하지만.



"으윽!"


"흐읍!"



백택에게 팔이 잡힌 청하 백택은 그 상태로 청하의 몸에 펀치 세레를 날린다.



"커흑! 어윽! 허윽!"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게 다! 널! 위한 일인 걸! 왜 모르니!!!!"



마지막 일격이 청하의 뺨을 강타했고 청하는 다시 마당을 구른다.


얼굴에 멍이 들고 조금이지만 뼈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래! 확실히 어설픈 전 보다 많이 성장했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여자 하나 제대로 못지킨 네가 모든 걸 끓어 안고 어떻게 그 매서운 세상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으으윽... 헛!"



백택은 청하가 힘겹게 일어나도 뛰어올라 발차기를 날렸다.


다행히 청하는 피했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였다.



'왼쪽!'


"흡!"


"커흑?!"



백택의 자세로 공격위치를 예측해 막으려 했지만 공격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들어왔다.



"으으윽...!"


"방금 거로 갈비뼈 두 세군데는 부러졌을 거다. 자, 이제 그만하고 엄마랑 함께 집에 가자구나."



백택은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괴롭다, 두렵다. 여지것 만난 범죄자들과 차원이 다른 판단력과 사고력... 한스 조차 맞서길 거부한 자신의 어머니 백택, 하지만 청하는 그녀에게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위해 마지막 수업을 내준 한스와 자신을 대신해 심한 꼴을 당한 치치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이라는 미련을 가지고 인생에 족쇄를 스스로 채운 어머니 백택을 위해서.



"하아, 하아."


"그래도 일어서는 거니?"



청하는 백택의 말에 씨익 웃으며 자세를 잡는다.



"곧 어른인데 이 정도로 뻗으면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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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입원실]



"....으으."


"치치? 치치!"


"진...코님?"



치치가 눈을 떳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탐정... 은...."


"아. 그 아이말인데..."



진코는 치치의 손을 꼭 잡고 그녀에게 말한다.



"잘들으렴. 내 남편 한스의 제자인 그 탐정은 네가 그토록 찾던 남자아이. '청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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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붕이들 몬하~


이번 글은 잘 써져서 다행이야 이거 또 꼬이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술술 써져서 좋은 기분이야 :)


난 내년이면 닌텐도 스위치를 사야해, 하나는 내거고 하나는 중1 급식인 내 동생을 위한 선물로... 돈 깨져욧!!!



이번에도 내 글 재미있게 봐준 몬붕이들 너무나도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