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씨부림 모음집

나이를 먹으면서 20대가 되어 철도 들고, 세상물정 알아가면서 이전과 같은 독기는 사라진 슈엔.

물론 틱틱대는 버릇은 여전하지만, 이제 니케를 고철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패악질도 안부림.

주변 사람들과 니케들은 적응 안되지만 예전 애새끼였던 시절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중.


시간은 흐르고 흘러 30세 독신이 되어 버린 슈엔.

20대 때에 다양한 곳에서 혼담은 오갔는데, 수준 맞는 놈도 없고, 다 부모 지위로 나대는 놈들 뿐이라 관심 하나도 안가짐.

'내가 굳이 저런놈들이랑 결혼해서 손해봐야해? 혼자 살면 얼마나 좋은데?' 이러면서 결혼 황금기 다 보내고 진짜 혼자 살게 된 슈엔.

정신 차려보니 미실리스 여직원들 다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중. 회사에 있는 결혼 적령기 여성 중 혼자 독신임.

혼자 살겠다는 결심도 뒤늦게 철 들고 나니까 흔들리기 시작함. 미리 연애같은 것도 해볼껄 하고 후회하지만, 20대 때에는 '나는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고 생각했음.

근데 이제 좆됐음. 암만 생각해도 방법이 없음.

메티스 애들이랑 오순도순 살아볼까도 생각 했는데, 얘네는 아직도 "히어로 등장~~~" 이러고 있어서 같이 못 다니겠음.

게다가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다 슈엔을 피해다님. 괜히 잘못 얽히면 좆된다는 통념이 있기 때문에.

심지어 미실리스 신입으로 들어온 잘생긴 놈 하나는 슈엔이 이유없이 잘해주니까 본인 과거 소문듣고 퇴사함.


계속해서 '굳이 결혼 해야해?'와 '더 늦기 전에...'라는 생각이 서로 상충하는 슈엔.

근데 옆회사 CEO 하나가 상폐하고 고독사하기 직전이라는 소문을 듣게 됨.

뭔가 남일 같지가 않음. 자신의 미래가 그려지는 듯함.

안되겠다 싶어서 사교모임에 자주 얼굴 비춤. 괜히 괜찮은 2세 놈 주울 수 있을까 해서.

근데 젊은 놈들 다 똑같은 놈임. 20대 때 보던 놈들에서 변한게 없음.

니케들 개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방주 일반 시민들 천민 취급하는 놈들 보니까 성질나고 쪽팔려서 고개도 못들겠음.

그 와중에 생각해보니 거울치료 당하는 것 같아서 온몸이 배배 꼬임.

내가 이렇게 한심한 놈들이랑 동급이었다는게 수치스럽고, 지금까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봤을지 생각하니까 쥐구멍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임.


그러다가 한 사교모임에 사모님들 이야기하는 걸 엿듣게 됨.

"이번에 아는 사람 아들 지휘관 하겠다고 집 나갔다더라구요"

"어머나 인생 개좆됐네요?"

이런 이야기들을 듣던 중 갑자기 불현듯 생각난 한 사람

어릴때부터 자주 투닥거리던 그 지휘관이 생각난 슈엔.

그놈은 예전부터 니케들한테도 잘해주고, 이곳저곳 들쑤시면서 착한 짓 많이 하던 거 보면 인성도 나쁘지 않아 보임. 게다가 처음 만났을 때가 사관학교 갓 졸업했을 때라 쟤도 아직 30대임.

슈엔은 과거를 돌아보다가 자기합리화와 추억 보정으로 예전에 서로 으르렁거리던걸 친한 친구끼리 티격태격하던 수준이었다고 착각하는 지경에 와버림.

'걔랑 나 꽤 친한데(?) 한번 꼬셔봐? 그래도 내가 회사 CEO인데 좀 잘해주면 넘어오지 않겠어? 그 녀석 정도면 뭐, 나쁘지 않지' 이런 생각을 함.  

근데 아님.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고, 이미 방주 상층부에서는 국민사위 취급임.

지휘관으로서의 업적이 말이 안됨. 지상 나갈때마다 별의별 성과를 다 물고옴. 상부에서는 그냥 풀어놓으면 금덩어리 물어주는 보더콜리 수준으로 겁나 아껴줌. '전설의 지휘관, 샛별, 니미니스트 Let's Go'임.

방주 테러위기도 다 막아주고, 납치된 윗대가리들도 아우터림 뚜까패서 구출해오기까지 해서 이미 방주 아이돌 그 자체임.

당연히 혼담도 많이 오갔는데, 전부 거절하고 30대 중반까지 와버린 거임. 이미 급이 다른데, 슈엔만 몰랐음.


아무튼 슈엔은 몰래 SNS 수색해서 계정 찾고 염탐을 시작함.

원래 잘생긴 얼굴이 나이 먹으니까 성숙미 터져나오고, 몸은 꾸준히 단련해서 근육질 그 자체임.

한눈에 뻑감.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포인트들이 하나같이 취향저격임.

고민도 안하고 연락해서 다짜고짜 만나자고 비벼봄. 바로 컷당함.

애초에 최근 몇년동안은 연락도 한적 없으니까 당연함. 지휘관은 연락처도 지운거 같음. "누구십니까?"라고 연락 받았음. 

이런저런 핑계대면서 겨우 만나게 되었는데, 실물은 더 미쳤음. 진짜 모임에서 보던 40대인줄 알았는데 20대였던 그 오징어들이랑 비교해보니 도저히 같은 인류가 아닌거 같음.

물론 눈 마주칠때마다 지휘관 표정은 썩어들어가지만, 그 와중에도 수저 세팅해주고, 컵에 물도 따라줌.

그 사소한 매너에 숨겨져 있던 여성성 쏟아지기 시작함. 분명 날짜 아직 아닌데, 배란한 거 같음.

그 이후에도 연락 계속해서 겨우 몇번 만날때마다 최대한 착한 척했는데 이상하게 사이가 나아질 기미가 안보임. 

알고보니 예전에 자신이 패악질 부린게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던 거였음. 

갑자기 과거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멍청해 보임. 좀만 더 잘해줬으면, 그때 내가 편들어 줬으면, 하는 의미없는 후회가 막심함.

근데 이제 엎질러진 물일 뿐임.


어차피 안될거 같으니까 서러움 폭발해서 모든걸 포기하고 막나가기 시작함. 그냥 어린시절 쓰던 특유의 말투로 말하기로 함.

근데 아까 말했듯이 나이 들어서 독기가 다 빠져서 말투는 틱틱대는데 중간중간 배려와 상냥함이 공존하는 츤데레 같은 말투를 사용하게 됨.

어처구니 없게도 이게 통함. 지휘관도 인지도 올라가서 숨기게 된 성격을 표출하기 시작함. 20대 때로 돌아간 것처럼 할 말, 안 할 말 뇌 안거치고 이야기하다보니 급속도로 친해짐.

그렇게 이후에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다니고, 뭔가 썸타는 분위기로 흘러가긴 하는거 같은데, 문제는 본인이 모쏠임.

이게 잘 되는건지, 아닌건지, 확신이 안듬. 누구든 먼저 고백을 해야 결혼식 날짜라도 잡아보겠는데 여지를 주는데도 지휘관이 먼저 할 기미가 안 보임.

그런다고 내 쪽에서 먼저 고백하기에는 아직 쟤가 나를 생각하는 정도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음.

답답해서 아는 여자한테 물어봐야겠다 했는데, 아는 사람이 없음.

고민고민하다가 겨우 한명 찾았는데 잉그리드임. 근데 뭐 어쩌겠음. 다른 사람이 없는데.

잉그리드랑 약속잡고, 자초지종 설명한 다음에 고민 상담 하려는 순간 잉그리드한테 멱살 잡힘. 그리고 갑자기 지혼자 엎어져서 엉엉 울길래 무서워져서 도망침. 이유는 아직도 모름.


'어차피 인생 한번인데, 들이받아보고, 안되면 진짜 메티스랑 히어로 놀이하러 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뭔가 쎄함.

지휘관 이새끼 결혼 다 팅긴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니미니스트 새끼라 그런거 같음.

인간한테 성욕을 못 느끼는 고철박이면 이미 끝장임. 수소문 해보니까 친하게 지내는 인간여성이 심지어 나 하나임.

뭔가 기쁘면서도 불안함. 소문이 사실같음.

그래서 사실확인을 위해 은근슬쩍 운 띄워봤는데...

"이번에 부하직원 하나가 니케랑 결혼한다면서 난리 쳐서 짜증난 거 있지? 아무리 그래도 결혼은 인간끼리 해야하는 거 아냐?

"뭔 상관이야? 결혼은 서로 좋아하면 하는거잖아?"

아, 이새끼는 진짜임.

   

생각해보니까 이유를 알 것만 같음. 얼마전에 길에서 지휘관 발견해서 친한 척하려는데 5명쯤 되는 니케들이 먼저 달라붙은 적이 있음.

찬찬히 살펴보니까 니케들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탈인간급이었던 외모가 십수년 전부터 달라진게 없음. 게다가 그 기간동안 형성된 친밀감은 어느 누구도 침범이 불가능해 보임. 쟤네 스쿼드 4명은 이미 가족이랑 다를 바 없음. 

몇몇 니케랑은 예전부터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하던데, 진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듬. 

결국 도무지 방법이 없음. 방안에 틀어박혀서 우울해져 있는데, 갑자기 놀라운 생각이 남.

지휘관이 니케를 좋아하면 슈엔 본인이 니케가 되면 되는거였음.

5일동안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어서 정상적인 판단이 안됨. 근데 좀만 생각해보니 본인이 니케된다고 선언하면 회사 개박살남. 임직원들 단체로 들고 일어나서 절대 안될거임.

적당한 후견인 세우고 실종된 것 처럼 하려고도 해봤는데, 인간을 니케로 바꾸는 게 쉬운일이 아님.

당장에 미실리스 말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엘리시온, 테트라인데 걔네한테 니케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사회적으로 자살하겠다는 거랑 똑같음.

그렇게 다시 우울해져 있는 슈엔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발상.

'내가 니케가 못되면 쟤를 니케로 만들면 되잖아?'

'니케를 좋아하니까, 자기 자신이 니케가 되면 두배로 좋은거 아냐?'

아까도 말했듯이 5일 날밤 세운 슈엔에게 이성적인 사고는 불가능함. 바로 연구에 돌입.

300시간 무수면 연구 끝에 남성형 니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함.

이제 지휘관만 잘 싸잡아서 통에 넣어버리고 니케로 만들면 끝임.

근데 가드가 너무 쌤. 주변에 니케만 무슨 300명씩 있는거 같음. 진짜 지휘관을 지상으로 납치해도 30분만 주면 찾아올 수준임.

근데 방법이 진짜 이거 하나뿐이라, 이쪽도 절박함. 이러는 시간에도 본인의 30대가 지나가고 있음.

그렇게 슈엔은 자신의 결혼과 사랑을 위해, 니케들의 추적을 피해서 지휘관을 남성니케로 만들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다음 이 시간에 계속


원래는 이런 내용으로 장편연재해보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까 뭔 소린가 싶네;;; 

나도 이제 모르겠다ㅋㅋ 슈엔 죽어 그냥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