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순수하게 원망만을 담은 물음을 던졌다.

일개 용병보다 조금 나은 수준.

그러나 어떤 세계에서는 주인공이었다는 것이 괜히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그는 천천히 괴물이 되어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용사의 앞을 막아섰다.

동료였고, 친구였다는 과거는 이제 상관없었다.


그저 헤어지기 전 그녀가 말하고 갔던 사실을 되묻기 위해 서 있는 것이었다.

"강해지고 싶었어."

"왜?"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세상만큼이나."

남자는 창을 쥐었다.

자신이 용사를 상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만, 어떻게든 용사라면 자신을 죽일 테니까.

대답을 듣고 나서 자신은 죽어야 하니까.

그런 마음으로 자세를 잡고, 달려들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네가 지키고 싶은 한 사람 때문에, 네가 말한 '원래의 세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났어."

"그렇겠지. '주인공'의 희생을 대가로 막아낸 비극인데. 당연히 네가 이러고 있으면 일어나야 하지 않겠어?"

"그렇다면, 날 희생시켰으면 됐잖아! 너도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 괜히 싸움에 말려들 뿐이었어! 우리가 아카데미에 있을 때 넌, 이런 싸움에서 상처입지 않아도 됐는데! 왜 모두가 불행해지는 상황을 만든 거야!?"

휘익-

바람이 불었다.

점점 거세지는 바람은 이내 한곳으로 압축되어갔다.

"내가, 내가 어떻게 그래."

바람은 여러 개의 봉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씩, 남자의 주변에 꽂혔다.

"네가 죽은 세상에서,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데."

"뭐..?"

"내가 널 질투해서 이랬다고 생각한 거야?"

허공엔 마지막 하나의 봉이 가만히 떠있었다.

"널 잃기 싫었을 뿐이라고."

쿵-

바람은 감옥을 이루었다.

"기다리고 있어. 상처뿐인 길이지만, 그래도 네가 살아있는 이 여정을 끝내고 올 테니까."





좀 이상해지긴 했는데 아무튼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기연을 뺏은 회귀자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