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호환마마 전쟁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다.
이는 이세계도 마찬가지였다.

대역병.
판데믹으로 불려야 할 역병이 돌자 이세계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신성과 마법의 힘에 의지해온 이세계인들에게 힘이 사라진 뒤의 처방을 알리가 없던 것이다.

“꺼져!”
“역병이다! 역병의 기수가 왔다.”

한 사내가 돌을 던지던 아이를 데리고 도망간다.

그가 다니는 곳에 역병이 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역병이 퍼진 곳에 그가 오는 것이니...
이세계 인들에게 ‘잠복기’라는 개념은 아직 등장하기 전이기에 그가 오면 발병한다 생각하겠지.

“후우..욱.”

까마귀 가면의 입이 벌어지자 안에서 시들어버린 허브가 후두둑 떨어졌다.

다행히도 이번엔 늦지 않았다.
나에대한 반응이 격한것을 보면 보균바 밖에 없는 모양이니.

[오너라]

사라져가는 진언이 흘러나오자 마왕의 저주가 새어 들어온다.

작은 샘물이 흘러 바다에 흘러가 합쳐지듯.
역병의 저주도 그의 몸에 단단히 자리한 재액에 합쳐졌다.

“쿨럭.”

비틀 흐트러진 가면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재생력도 한계인가.”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인간은 너무나도 연약했고 그런 몸으로 세상을 구한 은인의 마지막 유언이었으니까.

“쓰-으...”

그렇게 이름 잃은 트롤은 모멸의 길을 헤치고 나아간다.
이 세상에 역병이 모두 사라질때 까지.

이미 파란데

“아빠!”
“엉?”

아들놈이 학교에서 무언가 가져왔다.
네모난 플라스틱 조각은 어린 시절 TV에서 보았을 법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장난감? 아빠는 사준 적이 없는데...”
“장붕이 꺼야! 아빠 가져!”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럼 장붕이 돌려줘야지... 왜 아빠를 주니?”
“장붕이가 갑자기 이상해져서...평생 함께할 친구라서 주는거래. 난 아빠랑 평생 같이살거니까 아빠 가져!”

별 생각 없이 조각을 받았다.
아들의 생각이 기특했던 탓이다.

그런데 그날밤.
아들이 준 딱지가 시퍼렇게 물들었다.

“... 이거 회색 아니었나?”

키이이잉!
빙글 돌려본 딱지에서 갑자기 빛이 터져나오며 내 몸을 삼켰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몸.
작아지는 손발과 실크 벨벳천이 휘감는 느낌.

목에서 낯선 미성이 튀어나왔다.

[사용자 등록 완료}
[푸른 가시, 미라클 시리우스! 여기서 등장!]

뇌리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
아들이 시발놈을 친구로 두었구나.

끼이익-!
퇴근길.
긴 스키드 마크를 남긴 오토바이가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시,시벌...”

사고날뻔 했네.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 근미래적인 디자인의 바이크에서 내린 여자가 매끈한 슈트차림으로 날 번쩍 들며 말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잠깐 실례!”

순식간에 납치되어 끌려간 곳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지하 공동이었다.

그곳에.
처참하게 망가진 거대 로봇이 서있었다.

“축하해! 인류최종병기 메카 장붕이야!”
“이걸 본 이상 일상으로 돌아가지도, 원하지도 않게 될 테지만!”

우우우웅.
그녀의 말에 호응하듯 거체가 낮은 진동음을 내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접니까! 전 그냥 프로그래먼데...”
“그거? 그야...”

거대 메카쪽에서 홀로그램이 튀어나왔다.
오랜 시절 내 첫사랑.
김장붕이었다.

“얘가 너 아니면 안된다는걸?”
[네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코딩인걸?]

책임져주기로 했잖아.

[내 몸을 고쳐줘, 내 안에 들어와줘!]

여기서 라이터 훔친 새끼의 일생에 대해

“휴... 잘 살고 있구나.”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

비록 원하던 사람들과 연은 끊겼지만.
그래서 누구보다 고마웠던 은인에게 경멸까지 받았지만.

그는 비로소 미소지을 수 있었다.

화르륵.
마도구 ‘청염’이 분하다는 듯 불길을 내뿜는다. 

[멍청하긴.]
“아아, 좋아. 더해줘.”
[...]

지포 라이터 그대로 봉인된 이상 대악마는 계약자 하나 찾지 못하는 신세일 뿐이었다.

급한 불은 껐다.
화염 능력자로 그를 구한 은인은 더이상 타락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사람 좋은 성격도 작은 돈도 생각할 정도로 사리분별이 생기지 않았나.

“이제... 슬슬 세상을 구해볼까.”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여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냐!”

골목길에서 볼 수 없는 무도회 의상의 여자다.

“으.흐.흐.흐. 거.기.서.라.”

그녀를 따라가는 것은 누가 봐도 황실 근위병. 심지어 여자였다.

“꺄아악!”

풀대쉬로 내게 몸을 처박자 근위병은 내게 꾸벅 인사를 올리더니  잘 들리라는 듯 손을 모아 국어책 읽듯 말했다.

“아앗! 이럴. 수가. 방해꾼이라니. 도망. 가야지!”

사라진 근위병을 확인하자 품안의 여자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흐흑. 도와줘서 고마워요.”
“... 누구시죠.”
“여는...아니, 다시 말할게요 장붕.. 후, 저는...”

...
뭐지?
처음 보는데...
이름도 말한 적 없는데...

“저는 이 나라의 공주. 곧 여왕이 될 몸이에요! 저와 결혼해 이 나라를 구해주세요!”

여자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탐욕에 눈이 번 눈빛이다.

“... 갑자기?”
“사랑에 갑자기는 없어요!”

어깨가 아파 슬쩍 보니 여자의 손이 새하얗게 보일 정도로 꽉 붙들고 있는게 아닌가.

“빨리... 이나라엔 시간이 없어요!”
“어..어어?”

시간을 뛰어넘은 공주는 그날 왕국을 구할 반물질 광자 마법을 구성할 대마법사를 얻었다.

"그러니까 장붕씨? 결혼은 해줄테니까..."
"위장결혼이자나.... 니들 레즈인거 감추려고..."
"그러니까... 원하면 돌아가면서 손으로 빼주겠다고..."
"장붕씨도 이득이잖아요? 그... 음... 사창가보단 우리가 나을거고..."

오열했다.

저런! 너무 눌러서 후타나리가 되어버리셨네요!

"그럼 임신했을 때 바꾸면 어떻게 돼?"
"그러게..."

피임이 되어 메챠쿠챠 섹스했다.

이건 좀 천천히 쓰겠슴

마왕과의 전투가 끝난 뒤.
세상은 생명을 연장했고 나는 눈을 잃었다.

“고생했소.”
“... 그래. 고생했다.”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간다.

‘베르투스 너마저도...’

서로 목숨을 기대로 삶의 끝에도 지켜주던 사람들이 떠나간다.
하지만 난 그들을 하염없이 부르기만 할 뿐 잡을 수 없었다.

손을 뻗어봐야 허우적 허공을 스칠 뿐이니...
가는 모습이라도 미련을 심어주지 않게 오연해야지.

그래.
“오연해야지.”

천천히 고개가 떨궈진다.
때 따듯한 품이 머리에 닿았다.

“장붕, 저 좀 도와줄래요?”

성녀의 목소리다.

“시장에 가려는데, 혼자가면 위험하니까요.”
“...”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봐야 들리지 않을테니...

청각을 잃어도 보고 말하는 것은 될텐데.
눈병신인 내가 왜 필요한 걸까.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사라질까 두려워 말없이 닿은 그녀의 허리를 더듬어 손을 마주잡을 수 밖에.

“자, 가요.”
“... 고맙다.”

들리지 않겠지만.
꼭 부여잡은 손이 대답을 대신했다.

에드거 앨런 포우는 말했다.
비극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최적이며 그 중 어린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야 말로 극치라고.

플로렌스 남작의 삼녀는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저 실없이 머리가 빈 여인들은 황태자만을 위해 꽃단장을 하고 나왔을터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의 마음을 앗아간 사람은 계승권 저 너머 밖인 삼황자였으니까.

데뷔탕트에서 친분을 나눈 여인들이 으레 씹어대길 ‘꿩대신 닭’이라던가.

그럼에도 그녀의 바람은 주제넘은 꿈에 불과했다.

남작가.
그것도 삼녀가 황실을 넘본다는 것은 일견 무례로 비추어지기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날 하찮은 패배견을 보는 시선에 익숙해질 무렵.

“태자저하께서...!!”
“뭣!?”

궁에 난리가 났다.
황태자와 이황자가 동시에 사망해버린 초유의 사태에 사교계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럼... 그럼...”

삼황자가 황태자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이럴수가...”

플로렌스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비극은 이제 시작이었다.







쓰다보니 노잼인거같아서 자르겟슴...
궁중로맨스에는 재능이없나봄 ㅎㅎ;

“뭐라고? 핑발레즈야. 에고소드가 뭐라고?”
“스스로 검성이라 칭하고 검술을 가르치려하더군요. 엔버스 레드번이 회수했습니다.”

뻔뻔하게 보고서를 내밀길래 빠르게 훑어보았다.

따로 설정을 주입한 것도 아니건만 검성은 물론 이름까지...

잠깐만.

“남궁천? 이거 무협세션 남궁세가 태상가주잖아.”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미친마법사님.”
“너도 같이 봤잖아. 뭘 모른척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