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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신의 힘을 잃고 물리적으로 저항할 힘이 없는 그녀에게 그런 무방비한 성격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었다. 어느 날 밤, 위로해 주겠다며 찾아온 메데우스에게 알테어는 몸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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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우스는 벌거벗은 채로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구애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에 대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자신의 전부를 바쳐 당신을 사랑하고, 만약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자결하겠노라 맹세한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메데우스에게도 비범한 재능이 있었다. 그는 알테어의 순진무구한 성격과 순결을 잃은 뒤의 불안감, 엔디미온을 떠나고 우울해진 심정을 완벽하게 파악한 뒤 일생일대의 도박을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구질구질한 도박은 성공했다. 알테어는 '그럼 죽어'라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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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결혼식 내내 한 번도 웃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남편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요리와 세탁, 재봉과 청소를 열심히 배웠고 둘이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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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이후(알테어가 성기사 직위를 반납한날. 메데우스는 알테어의 성기사 직위를 이용해 출세할 생각이었으나 알테어는 직위를 반납함) 메데우스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그녀의 재산을 펑펑 쓰고 있다는 소문은 들렸지만 그녀에겐 편지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몇 번이고 옛 부하 기사들이 찾아왔다. 명령만 내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쥐새끼를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엔디미온이나 키르케, 오르넬라에게 사정을 말했다면 어떻게든 되었을 테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도 없는 집을 홀로 청소하고 한 번도 입지않은 남편의 옷을 세탁해 두고, 매일 두 명분의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놓으며 계속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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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에 메데우스가 돌아왔다. 그는 지난 일을 모두 용서해 달라며 또 무릅을 꿇었다. 하지만 알테어는 미워한 적이 없었으므로 그를 다시 받아들였다.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고 매일매일 깨끗이 다림질해 놓은 옷을 그에게 입혀 주었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왔었느냐고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메데우스는 여행을 제안했다. 불안한 세상은 여행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그가 아내와 함께 간 곳은 베르스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 새롭게 세워진 인류진화연구소였다. 그곳의 별명은 '공장'이었다. 공장이란 재료를 가공해서 원하는 물건을 만드는 곳이다. 메데우스는 그 공장 앞에 아내를 놔두고 사라졌다. 여행은 그곳에서 끝났다.


아내를 넘기고 새로운 세상의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한 메데우스는 치안유지국의 하급 장교 자리를 하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