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가 하는 것은 다 꼬운 여주는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를 보고 남주한테 동물을 죽여 만드는 야만적 음식이라 매도함.

빡친 남주는 여주의 소망을 들어주기로 하고 여주는 이겼다는 생각에 의기양양함.

근데 씨발 실수였지.


다음날 식단은 으깬 콩과 빵, 샐러드와 과일임.

원래 이것보다 못한 식단으로 먹고살았던 여주는 만족하고 먹었음.

근데 채소만으로 만들다보니까 메뉴는 다 비슷비슷했고,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갈수록 동물성 단백질을 갈망함.

그래도 쫀심땜에 1달을 버텼는데, 이젠 녹색만 봐도 토할것 같은거.

그래서 남주한테 은연중에 말하지. 유제품은 동물을 죽이지 않으니 괜찮다고.

남주는 의외로 군소리없이 알았다고 함.


드디어 식탁에 치즈가 올라오자 여주는 눈물을 흘리며 동물성 단백질을 취함.

근데 한번 선을 넘기 시작하니 이젠 감당이 안되는거.

점점 더 나은 것을 갈망하는게 사람의 심리. 여주는 계란까지는 괜찮다고 함.

자기가 생각해도 이건 무리수였지만 남주는 의외로 흔쾌히 들어줌.

계란과 유제품이 추가된 것 만으로 식탁이 풍요로워졌고 식사시간이 즐거워졌지만 점점 계란의 퍽퍽함과 유제품의 느끼함에 질려가기 시작함.


그래서 남주한테 이리 말하지.

물고기는 한번에 알을 수만개정도 낳는다고.

여기까지 온것 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해서 이가 갈렸지만 몸은 솔직했음.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남주가 재수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더욱.

역시나도 남주는 알았다고 함.


식탁에 송어가 올라오자 눈물에 겨울 지경임.

그런데 물고기의 푸석푸석한 살을 먹으니 이제는 쫄깃한 고기가 먹고싶음.

하지만 재수없는 표정으로 코웃음치는 남주의 얼굴이 떠올라 그래도 참고 있었음.

어쩐지 배는 부른데 눈물이 앞을 가리는 밤이었어.


그런데 다음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

식탁에 닭고기가 올라온거.

먹음직스런 통닭이 식탁에 올라오자 여주는 입을 다물 수 없었음.

근데 남주가 갑자기 식단을 착각했다고 하더니 미안하다며 닭을 치우려 드는거.

애초에 남주가 직접 관리하는 포로는 여주밖에 없으니 당연히 엿맥이려고 하는 짓이었지.

눈 앞에서 멀어져가는 닭을 보자 여주는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하고 닭을 뺏더니 도로 뺏어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입에 물음.

쫄깃한 다릿살을 배어물때 나오는 담백한 육즙에 황홀한 기분이 들었지만 자존심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여주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나옴. 

그걸 보는 남주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재수없는 표정을 지었고, 쥐똥만큼의 자존심은 남아있었던 여주는 남주를 흘겨보지만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는 너무 추했지.

그날밤은 어찌나 울었던지 배개가 축축했음.


이제 남은 자존심도 없는 그녀는 비굴하게 가축은 괜찮지 않냐고 넌지시 물어봄.

겨우 음식때문에 끝도없이 추락한 여주를 비웃으며 남주는 할말 없냐고 말함.

여주는 너무나도 분해서 이가 갈리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힘겹게 입을 염.


"제가 잘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