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4편까지 써놓고 얀챈에만 올렸더라고 아ㅋㅋㅋ




본격적인 계약결혼의 시작이고 나발이고 지금은 이거부터 문제였다.


무엇이 문제냐고?


멜리사가 자신의 손을 내 앞에 내밀어 건네었다.


“후후… 데미안, 부부도 부부지만 일단은 제 손 부터 잡아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 알고있는데요…”


이만한 미인의 손을 언제 내가 맨정신으로 잡아볼 수 있을까. 무의식이 시킨 에스코트와는 다르게 나는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주저하며 공중을 유영하는 갈 곳 잃은 나의 방황하는 손. 그것을 덥썩 잡은 손이 느껴진다.


부드럽다, 갸냘프다. 얼굴에서 진땀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디 여성의 손조차 잡을 기회가 없었다. 대학에서도 복학생 아저씨이지 여자 동기는 이미 제 짝 찾아서 나랑은 놀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날 옆에서 바라보는 화려한 이목구비. 계약관계이긴 하지만 일단은 나의 연인이라는 것이다. 


“으읏…!”


그거 아는가? 아랫도리가 길다랗다면 발기 시에도 텐트친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뜬금없이 무슨 개소리냐고? 나도 지금 알았다.


바지 춤이 묵직하게 자신을 주장해오고 바지 아랫단에는 윤곽이 드러난다.


누가봐도 나 흥분했어요. 광고하는 꼬라지란. 한심하기 짝이없다.


“어머나…, 제가 그렇게도 좋으신가요?”


두 눈이 반달처럼 곱게 휘며 저를 바라보는 루비같은 저 눈빛.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에 가까운 그런 장난기가 서린 미소였다.


“……”


입이 있지만 할 말이 없다. 난 손잡는 것 만으로도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발정나는 멍청이였다.


그녀도 홍조가 서린 얼굴로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정말이지… 저를 이렇게나 마음에 들어 해주셔서 기쁘기는 하지만… 이거, 어떻게 안돼요?”

“이, 이건… 멜리사가 너무 예뻐서…”


결국 타협 끝에 그녀와 손도 잡지 않은 채 피로연과 기타 행사가 끝이 났다.


찾아오는 밤. 당연하게도 신혼 부부의 첫날밤. 합방일이었다. 어느 나라든 혼인을 맺고 초야를 치르지 않으면 상호간에 크나 큰 결례가 된다.


부부의 침실.

그곳에는 침대가 놓여져있고 장미가 흩뿌려져 있었다.

촛대에 꽂혀있는 촛불이 방을 은은하게 비추고 아로마와도 비슷한 향기가 코 끝을 간질였다.


목욕으로 인해 달아오른 체온은. 침대에 앉아서 멜리사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진정이 잘 되지않았다.


두리번 거리며 그간 모솔시절 쓸데도 없지만 익혀두었던 성적 지식을 총동원 해가며 머릿속으로 되뇌이던 그때.


“…… 기다렸죠?”


그녀가 나타났다.


어쩐지 본인도 어색한 듯 가운만 몸에 걸친 그녀가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맞춰오지 않았다.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가시를 품은 장미같다 생각했는데. 정사를 위한 옅은 화장만을 남겨두니 도리어 청초하게 느껴져 가시가 빠져버린 것 같았다.


“아, 아름다워요. 멜리사.”

“알…고 있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잠시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그녀도 처음, 나도 처음이라면 하다 못해 내가 리드해야하지 않겠는가.


4인 가족이 다 같이 뒹굴어도 될 것 같은 넓직한 장미 꽃자락이 흩뿌려진 침대.


나는 내가 걸터앉은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이, 이리오시오…”

“푸흡, 갑자기 왜 어르신들 말투예요? 웃겨, 정말…”


어색한 말투에 웃음보가 터져, 눈을 흘기며 웃는 그녀.

내 딴에는 진지했는데… 뭐 상관없다.


그래도 그녀가 조금은 긴장이 풀어졌는지 내 옆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감에 마른 침을 자꾸만 삼키게 되어버린다.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의 두려움 절반, 그녀를 안는다는 기대감 절반이 뒤섞인 오묘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에게 바짝 밀착했다.


마주보는 서로의 얼굴. 그녀의 루비같은 눈동자가 미약한 빛을 받아 반짝였다.


앙 다문 입, 무릎 위에 얹어 둔 꼭 주먹을 쥔 손. 갸냘프게 떨리는 어깨, 굳어있는 그녀의 몸에 다가가 볼과 턱의 중간사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으읏…”


침음성을 흘리며 눈을 질끈 감는 그녀. 긴장감에 몸을 발발 떨고있는 그녀의 모습이 어여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뻐요, 무척”

“가, 가, 갑자기? 뜬금없네요. 정말…”


아닌척 눈을 흘기며 핀잔을 줬지만. 그녀의 굳어있던 입매가 조금 풀리는 것이 보였다.


‘그래. 둘 다 처음인데 어떻게 잘하겠어.’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던졌다. 모르면 맞춰가야 하는거다.


“예쁜걸요, 제가 본 사람중에는 가장.”

“…빈말이라도 기분은 좋네요.”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입 맞춰도 괜찮아요…?”

“으읏, 그런건 묻지말고 하라고요… 괜히 더 부끄… 읍”


허락을 받자마자 그녀의 얼굴에 능소화처럼 붉게 핀 꽃잎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말캉한 감촉. 중독되는 촉감이다.


그녀의 몸에서 향유의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달콤한 과실같은 향기.


입술을 부비고 새가 모이를 쪼듯 연이어 입을 쪽, 쪽 하고 가볍게 소리내어 맞춘다.


멜리사의 눈을 지그시 눈을 맞추고 바라보면 느껴지는 달콤한 콧김에 내 마음이 들떴다.


숨이 부족한 그녀가 나의 어깨를 탁탁 때리고 정신을 차린 나는 황급히 얼굴을 떼었다.


“앗, 미안해요… 숨막혔죠?”

“하아, 하아… 당신이 저를 얼마나 원하는지, 실감이 나서 뿌듯하긴 하지만 저희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잖아요? ”

“아… 그렇네요 ”


“그러니까…”


그녀의 두 팔이 벌려지고 나이트가운의 닫힌 부분이 느슨해졌다.


그 사이로 손을 찔러 넣어 그녀의 매끄럽고 자그마한 어깨를 쓸어내리며 조금씩 벗겨내릴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


희고 고운 살결의 어깨가, 가슴이, 배가. 하나씩 하나씩 노출이 되며 자신의 가슴을 가리는 멜리사.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밀치자.


“아…!”


놀란 눈으로. 하지만 버티지는 않고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마른 침을 연신 삼키며 꼴깍이는 멜리사의 소리가 들려오며. 나는 웃었다.


“멜리사, 온 몸이 활짝 피어난 장미꽃 처럼 아름다워요.”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예요?”


못 마땅한 눈으로 노려보지만 그마저도 애처로워 그저 웃음만이 비식비식 새어나왔다.


“이제부터 꽃을 딸 거 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