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 얼굴 좀 못 생겼거니와 이런 짓까지 해야 했냐?"
"저기 장붕님, 일단 진정하시고..."

무당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돌개바람이 불어닥쳤으니
너끈히 장정 한둘은 날려버릴 위력이었다.

"너 같으면 진정하게 생겼어!"

그 자리 사람들은 사내 계집을 가리지 않고 놀라 벌벌 떨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손을 싹싹 비는 모양이란 파리떼가 여기 있나 싶은 것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실수였을 뿐이고 결단코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도 좋은 의도로..."
"원래 마을의 관례 상으로 몽달귀와 처녀귀는 귀신 결혼을 시켜주는 것이 예의라 그랬던 것 뿐입니다!"
"살, 살려주십시오!"
"실수? 실수 좋아하시네, 사과로 끝날 거면 포졸은 필요 없어!"
"반드시 방도를 찾아낼 터이니 제발 분노를 거둬주십시오!"
"방도는 개뿔이! 저승엔 이혼이 없다잖아 이 선무당 놈아!!"


김장붕, 평생을 마을을 위해 힘 썼던 사내.
생전 배알이 없다고 정평이 날 정도로 사람 좋던 그가 격노한 이유는 혼인이었다.
상기한 바로 그 귀령혼인이었다.

설마하니
마을 사람들은 적당히 찾아 짝으로 맺어준 처녀귀신이
세기의 악녀이자 추녀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