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도 없이 이세계로 전이 당한 뒤, 용병으로 근근히 먹고 살고 있던 김장붕.


이제는 경험도 어느 정도 쌓이고 하얀늑대용병단이라는 곳에 들어가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게된 그는 갑자기 엘프들이 왕국을 침공하여 용병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소식을 같이 들은, 맞은 편에 앉아 같이 술을 마시고 있던 선배 용병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벌써 시기가 그렇게 됐나. 하긴 슬슬 움직이겠다 싶있지."


마치 이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한 그의 말투에 김장붕은 의아해하며 선배에게 물었다.


"어? 선배님은 엘프들이 쳐들어올 줄 알고 있었단 말입니까?"


"야, 너는 아무리 못 배워 먹은 용병 나부랭이라도 그렇지 어떻게...아니다. 너 다른 대륙에서 왔다고 했지? 그럼 그럴 수도 있지."


후배의 말에 어이없어 하다가, 그가 다른 대륙에서 왔다고 소개한 것이 떠오른 선배, 제프는 부럽다는 말투로 이어 말했다.


"이런걸 모르는걸 보면 너희 고향엔 엘프가 없나봐? 부럽네 진짜."


제대로된 설명 없이 갑작스레 그런 말만 하는 제프에게 장붕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대체 엘프들이 어쨌길래 그러는 겁니까? 제대로 설명 좀 해 주십시오."


그런 후배의 말에 제프는 술을 한모금 마신 뒤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너 엘프들이 자연을 사랑한답시고 지들이 사는 숲의 나무를 절대 안 벤다는건 알고 있지?"


"예, 눈앞에서 사람이 학살 당해도 꿈쩍도 않는 놈들이 나무가지만 분지러 뜨려도 마구 발광한다던데요"


이세계 생활 5년차, 엘프에 대한 환상이 부서진지 오래인 장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런 놈들이지... 근데 너 간벌이라고 아냐? 솎아내기라고도 하는데 불량한 나무는 잘라내고 우량한 나무만 남겨서 숲을 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가꾸는 방법이지."


거기까지 들은 장붕은 안그래도 깨져있던 엘프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날릴 거라는 예감에 사로 잡히며 되물었다.


"그러면 설마 엘프들이 머무는 숲은...?"


"그래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상태가 불량해지지. 어디 그뿐만이면 다행이게? 그 놈들은 숲을 망친다고 농사를 안지어 심지어 채식만 고집하며 채집 생활을 이어가지. 근데 그래 놓고서는 왕국에 대항할 정도의 인구를 유지하고"


제프가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돌리는 틈을 타 장붕이 말을 이었다.


"숲의 식물들이 남아나지 않겠군요..."


긴말 하느라 찼던 숨을 한번에 쉰 제프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이어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지. 숲의 식물이 사라지면 초식동물들도 사라져, 그렇게되면 먹이사슬이 붕괴되고 숲에는 극소수의 동물만이 남게되지."


"그럼 엘프들이 쳐들어온 이유가...?!"


경악하며 묻는 장붕에게 제프는 씁쓸하게 말했다.


"그놈들은 지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고선 또, 생명력이 없는 땅에선 못살겠다고 지랄 발광을 하는 놈들이거든. 그래서 살던 숲이 완전히 망가지면 다른 숲으로 이동하지. 다른 곳의 영주들이 잘 관리하고 있는 그런 숲으로 말이야."


숲은 예로부터 중요한 자원의 요충지로 지배자들에게 엄중히 관리되는 곳이었다. 엘프들은 그렇게 애지중지 관리되던 땅을 NTR한 뒤, 완전히 피폐시켜서 돌려주는 족속들이었던 것이다!


어질어질한 현실에 장붕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제프는 술잔의 술의 완전비 비우며 대화를 끝맺었다.


"근데 이놈들이 또, 숲에선 무슨 소드마스터라도 된 마냥 날뛰거든. 한 번 숲에 들어가면 절대 못이겨요. 그러니까 그 전에 그 깐프 놈들을 잡아 족치려는 거지. 자, 대화는 끝. 빨리 출발하자. 늦으면 큰일난다."


그때, 엘프들의 이런 행패에 귀족들이 가만히 있었을게 아님에도 아직도 엘프들이 멸종 안했다는걸 깨달은 김장붕은 갑자기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것을 느끼며 선배에게 물었다.


"저...저기, 그 선배님? 이제까지 엘프들의 침공을 막는데 성공한 횟수가...?"


"한 번도 없다. 그놈들 욕을 대륙급으로 먹어서 그런가 살기도 겁나게 오래 살아. 덕분에 높은 경지를 쌓은 놈들이 수두록하지."


거기까지 들은 장붕은 발악하며 외쳤다.


"아니! 그냥 죽으러 가는 거잖아요! 단장님한테 그냥 다른 나라로 가자고 해요!"


"그건 안되지. 이미 이 왕국의 수비에 도움을 준다는 계약을 체결했거든. 용병은 신뢰가 생명인데 도망갈 순 없지."


"아니 그 생명이 사라지기 직전인데!"


이제는 울며불며 외치기 시작하는 장붕, 후배의 꼴볼견인 모습에 선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니가 선택한 용병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