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게이트가 열렸다.


참 어디서나 보기 쉬운 헌터물의 도입부 처럼.


세계에 뜬금없이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세계의 열역학 법칙이 다소 어그러졌다.


게이트를 통해서 들어온 '마나'가 세계의 법칙을 뒤엎어 버린 탓이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게이트가 열리고, 마나가 들어온 세계에는. 다소 특별한 벼노하가 생기게 됐다.


여타 헌터물이 그렇듯, 사람들에게 이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상태창이라고 부르는 자기객관화 최적화 능력이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졌지만, 한국은 미묘하게 예외였다.


나혼렙이 크게 히트를 친 우리나라는 헌터물에 익숙해져 있었고.


능력을 각성하자 마자. 우리나라는 힘에 대한 큰 혼란도 없이, 게이트 제압에 들어갔다.


게이트의 난이도는 크게 어려운 수준도 아니었다.


다소 부상자가 나오지만, 헌터물과 게임에 익숙해진 우리나라는 그 전투민족의 피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결국 전 세계는 그다지 힘에 의한 혼란에는 빠지지 않았고,


우리나라를 필두로, 전 세계가 마나와 게이트 너머에 있는 신 소재의 축복을 받게 되었다.


얻은 능력에 의한 혼란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총 하나씩이 쥐어진 이 상황.


어떤 사람한테 함부로 덤벼들었다가 화염방사같은 능력으로 개같이 사망할 수 있게 된 터라.


치안에 대한 혼란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물론 개인마다 개화하게 된 능력들이 대국적인 영향을 주는 능력들이 아닌 탓도 있었지만.


오히려, 게이트를 기점으로 나오는 마나로 인해 생긴 열역학 법칙 같은 과학 상식의 변화 같은거에 큰 혼란이 왔다.


수험 준비중이던 학생들은 어제까지 외워둔 주기율표가 다시 만들어지게 된탓에 격분했고.


수험생들중 30~50% 가량이 "이왕 능력도 나온 김에 나도 헌터로 벌어먹어야 겠다" 고. 판단.


최우수 능력들을 각성한 수험생들과, 헌터물 세계관에 큰 로망을 지닌 인물들이 헌터를 지망하면서.


헌터라는 직업들이 블루 오션이자, 잠재적 레드오션이 되었다.


일단은.... 마력을 받아들이는 것도 체별차가 있다.


마력이 없던 세계니까 마력 감응 유전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채로 조용히 잠들어 있었지만.


어쨌든 중요한건, 사람마다 능력을 얻는 시기가 살짝 달랐다는 거다.


나는 게이트 사태가 일어난지 7개월 뒤.


어느정도 게이트 사태가 소강되고 오히려 정부들이 게이트에 대한 이익을 얻을지 강구하던 시기.


나는 능력을 각성하지 못한채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내 친구 승호는 3개월 전 번개 조종을 얻고 상급 헌터로 전직했다.


아니... 번개가 없는곳에서 그정도의 뇌둔을 쓰다니... 사기 아니냐고.


그 자식은 바로 대학교를 그만두고 헌터로 취직했다.


대기업 수준의 길드에서 헌터가 되었으니, 앞으로의 길은 탄탄대로 일테지.


시발 개부럽다.


물론 이 세상 사람들이 전부 헌터를 하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으니, 나같은 사람이 사무직을 맡아줘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전공책을 안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능력을 각성했습니다!]


"뭐...뭐!?"


[당신의 능력은 '문학인' 입니다!]


"와....와! 나도 능력을 각성했어!"


이 능력이 어떻느냐에 따라서, 나는 상급 헌터로 취직 할 수 있다!


드디어 나도 돈을 벌 수 있다고.


근데 문학인?


왜 하필 문학인이지?


그렇게 잠시동안 상태창에 눈이 팔려있자,


끼이이이이이이익!!!!!


"어...어어!?"


어느 소설의 도입부 처럼, 트럭이 나를 치었다.


그리고 나는 즉사했다.


사인은 두부 골절로 인한 즉사.


시발 백주 대낮에 시발 교통사고가 말인가?


====


나는 다시 한번 눈을 뜬다.


"허억...! 허억...."


뭐지? 나는 내 몸을 어루 만진다.


큰 충격이 부러졌던 모가지를 만져본다.


다행히 잘 붙어있다.


나는 내 몸이 무사한지를 잘 알아보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기는...."


그리고 나는 보았다.


중세시대 양식으로 건축된 서양식 성벽을.


그 웅장하고도 압도적인 광경이 나의 시선을 빼앗았다.


성벽에 가까이가서 성벽의 겉 표면을 만져본다.


겉에서 느껴지는, 돌의 차갑고도 묵직한 촉감은, 이게 절대로 가짜 성벽이 아니라고 부르짖고 있었다.


"무엇이지? 사실 트럭 운전자 아저씨가 개꿀잼 몰카라도 준비한 헌터신가? 왜 외국에 온것이지?"


나는 바로 뒤를 돌아보며 주위를 다시 살펴본다.


곳곳에는 우리가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듯, 중세 건축 양식으로 이루어진 왕국이 이루어져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내 기준으로 보기에는 다소 낡은것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바구니를 든채 걷고 있었다.


가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검사와 길 가장자리에 있는 가게들이 장터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세계의 광경이었다.


덤으로 나는 성벽 근처의 인적없는 골목에 서있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받지는 않고 있다.


나는 현 상황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방금, 능력을 각성하자 마자 교통사고로 인해 죽었고.


죽고나서 이세계로 온것이다.


뭐, 별로 신기할건 없다.


어차피 가상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이트가 생겼다.


이제와서 이세계에 간다고 놀랄 이유는 없다.


아니다. 상관있다.


이세계에 가는 주인공들은 대다수 가도 상관없는 인생을 보내고 있지만, 나는 상관 있다.


한창 대학교 다니던 학생인데 상관이 없을리가 있나.


이세계에 어떻게 적응을 하는데. 말 그대로 '이세계'다.


말이 통하면 다행이지만, 나는 이세계에도 세종대왕님이 있을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유일하게 지니고 있을거라 판단되는걸 확인하고자 한다.


"썅! 상태창!!"


[이름:이시우

보유 능력:문학인]


와오. 다행히 있다.


다행이다. 이세계에서 다행히 능력이라도 있으면, 다소 적응하기는 쉬울거다.


나는 전생트럭에 치이느라 미처 보지 못한 능력을 확인한다.


[문학인:

사회를 굴리는것은 과학. 인간을 세우는것은 문학.

당신은 지구에 있는 모든 문학을 토대로, 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얻는 능력은 문학의 이해정도와, 카타르시스에 따라서 능력이 결정됩니다.


ㄴ번역자:

다른 나라의 문학을 당신은 볼 수 있습니다. 타 언어에 대해 큰 이해를 얻습니다.]


흠, 문학인 스킬에 보조스킬인 번역자인가.


만약 번역자 능력이 있다면, 나는 이세계에서 번역로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거다.


좋아 다행이다. 나는 세종대왕님의 은총을 영원토록 받을 것이다.


근데......


나는 잠시 불안해졌다.


일단 나는 전자공학과다.


언어와 매체 시간에 미적분 예습을 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책이야 지금이라도 다시 보면 되니까.


문학인 스킬의 이 부분.


'당신은 지구의 모든 문학을 토대로....'


지구의 문학?


나 이세계로 온거 아닌가?


여기 문학이 나한테 적용이 될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안목을 신경쓰지 않은채 달렸다.


N@^DJ(#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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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벌집]


내가 보는 낯선 글자들은 전부 한국어로 치환된다.


검은 벌집이라 쓰여져 있는곳은 여관인거 같다.


나는 주위의 간판들을 보며, 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곤에 도착하고, 나는 곧바로 문학책을 찾는다.


그리고 펼쳐서, 읽었다.


그런데.....?


"상.... 상태창...?"


[이 소설은 지구의 소설이 아닙니다. 능력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


나는 조용히 도서관을 나온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내 인생, 23년.


현재 기억나는 문학이라고 해봤자 가끔보던 웹소설 밖에 없다.


[웹소설은 명시된 문학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 예상했다.


나는 문학인이라는 능력을 얻었다.


지구의 문학만 적용되는.


근데 이세계로 와버렸다.


이제 나보고 어쩌라고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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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음?


반응좋으면... 분충타락 할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