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금발을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수녀는 다 무너지고 오직 여신상 만이 남은 교회터의 풀밭에 꿇어 앉아 오늘도 기도를 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마에 난 뿔, 그 뿔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녀의 미모를 탐낸 수 많은 이들이 그녀를 노렸을 지도 몰랐다. 아니, 이미 객기를 부리며 도전한 이들도 숱하게 많았다.


지나가던 노예상이 덮쳐들기도, 때로는 역전의 용사가 말을 붙여보기도, 불량배가, 등등등...


모두 하나같이 그녀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자는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아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쉬이 짐작이 되었다.


로닌은 의문을 품은 채 바라보고 있자, 인자한 인상의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400년 전 부터 줄곧 이곳의 기도실에 꿇어 앉아 매일같이 기도를 드려왔지."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남자는 잠시 아련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옛 이야기를 읊어주었다.


"400년 전, 마왕이 창궐하던 시대가 있었고. 왕궁에서 소환된 이계의 용사가 파티를 꾸려 마왕을 무찔렀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로닌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영웅호색이라 하였던가, 그때 원정대의 멤버들은 모두가 공교롭게도 용사를 제외하면 여성이었고, 그녀들은 모두 용사의 연인이 되었다네."

"그래서요?"


"하지만 용사를 무찌르고 난 뒤, 용사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게야."

"그렇다면 용사는?"

"그의 동의를 받아 본래의 세상으로 돌려보냈다네"

"그것과 저 용이 이곳에서 기도를 하는 것과는 무슨 관련이...?"


용사가 본래의 세계로 돌아간 것과, 여신상 앞에 꿇어앉아, 용사의 연인이었던 저 용이 기도를 하고있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돌려보내진 용사의 곁에 가기 위해 400년 내내 기도를 했다지 뭔가."

"괴, 굉장하네요... 400년 씩이나..."


그 지고지순한 순애의 설화는 수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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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득

'개새끼가...'


용인족은 원한을 결코 잊지 않는다.


용사라는 작자가 제 힘만 믿고 감히 용인족의 공주를 겁탈하다니...


저항 또한 무의미했다.

이미 마왕을 격살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한 용사의 힘이 얼마나 될지는 대충 가늠해도 알만하지 않은가.


제 암컷구멍을 쑤시던 몽둥이 만 하던 그 남자의 뜨거운 성기, 무자비하게 덮친 그의 겁탈에 자신은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원정 내내 자신만을 골라서 겁탈한 빌어먹을 자식.


그의 옆에 용사를 원하는 암컷들이 그렇게나 많았음에도 꼴린다는 이유로 구태여 자신을 겁탈했다.


'읏... 또오...♡'


절정의 쾌감을 알아버린 몸은 마치 중독이라도 된 듯 가끔씩 용사의 몸을 자꾸만 떠올린다.


여신상 앞에서 그 새끼를 죽이러 갈 이계의 문 좀 열어달라고 400년을 꼬박 기도했는데 들어주지도 않았다.


자신의 자지 외에는 절정금지의 금제를 걸어놓고 홀랑 이계로 가버리다니...


절대 박히고 싶어서 가고 싶은 것이 아니다.

원수를 죽이고 싶어 가고 싶은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용사의 것을 본뜬 나무막대를 집에 돌아가 쑤셔넣고 싶지만 그래봤자 얕은 절정만을 하며 감질날 것이 뻔하기에 달뜬 허벅지를 부비며 기도를 이어나갔다.


[거짓말...]


어떤 여성의 고운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린 것 같지만 기분 탓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