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깐 뭘 해달라고요?"


"하아...이래서 멍청한 천민이란..."


앞에서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멀대는 수십년 간, 나와 동거동락 해 온 용사의 아들이다.

그런데, 이 새끼가 지금 나한테 뭐라는거지?


"두 번 안 말할테니깐, 잘 들어. 네 놈의 짐꾼 스킬을 사용해 내 아빠를 숲 속 깊은데다가 버리고 오라고!"


나는 혹여나 잘 못 들었나 싶어 두 귀를 이리저리 비벼 보았지만, 어지럽게도 내 귀 두 쪽은 너무나도 멀쩡한 상태였다.


"아빠를 제압하고 불구로 만드는 건, 나와 내 동료들이 할테니깐 넌 그저 병신이 된 아빠를 마수의 숲에다가 버리고 오면 될 뿐이야. 그렇게 된다면 유산은 전부 나의 몫일테니, 보수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크흐흐..."


용사의 정갈한 금발을 빼다 박은 청년의 패륜 선언에 나는 정신이 어질어질해지고 말았다.


"그, 그러니깐 용사님... 아니 쉘비 님을 고려장하겠다, 그런 말씀인가요?"


"그래! 꼰대 새끼, 영약이란 영약은 다 처먹어서 늙지도 않고 엘프년이랑 시시덕거리는게 난 토가 나올 정도로 혐오스럽다고!"


"도련님... 그 영약도 전부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용사님이 목숨을 걸고 드신게 아닙니까... 실패라도 했다면 도련님도 없었단 말입니다."


"아앙? 그런 건 내 알바가 아니야! 문제는 성인이 되서도 내가 용돈을 받아가면서 살아가고 있다는게 문제지."


어째서 이런 새끼가 용사의 정자에서 튀어나온걸까.

분명히 가정교육은 독실하게 시켰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나는 깊게 한숨을 내 쉰 뒤, 뒤에 매고 있던 지게를 내려놓았다.


"도련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제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이...이 하찮은 천민 짐꾼 새끼가... 감히 내 말에 토를 달아? 죽고 싶은거야? 그런 거지?"


어느샌가 나의 주변에는 도련...아니 십새끼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괴한들이 비수를 들고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아...아빠를 처리하는 김에 전속 짐꾼이었던 너도 한꺼번에 처리할 속셈이었는데... 뭐, 됐나? 그냥 여기서 죽여버리는 수 밖에!"


킬킬대며 비수를 들이미는 괴한들은 총 5명, 그 중 몇 명은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기는 걸로 보았을 때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완숙한 경지에 오른 실력자임에도 어째서 저런 십새끼랑 어울리며 범죄를 저지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내 알바는 아니지.

나는 지게 옆에 묶여 있던 나무 지팡이를 풀어내어 두 손으로 단단히 쥐어 잡았다.


"야, 야! 저 뜰딱이 반격할려나본데? 나무 지팡이로 말이야!"


사방에서 조소가 터져나왔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정확하게 나무 지팡이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괴한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나 보이던 놈이 흠칫 고개를 들며 나를 쳐다보았다.


"...이런 씨발."


욕지거리를 끝으로, 놈은 비수를 내팽겨치고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동료의 줄행랑에 십새끼를 포함한 남은 5명은 어안이 벙벙한 듯, 벙 찐 채로 달아나는 놈의 뒤를 바라보았다.


"저...저 새끼가 갑자기 왜 저래?"


"몰...몰라 나도, 가스불이라도 안 끄고 나온거 아니야?"


"일단 저 뜰딱부터 해치우고 쫒아가보자고!"


스읍, 눈치 빠른 꼬맹이가 한 명 있었구나.

나는 마력을 충분히 머금은 나무 지팡이를 제일 가까이에 있는 괴한에게 크게 휘둘렀다.

우지직, 옆구리를 가격당한 괴한의 몸에서 기괴한 파열음이 시원하게 울려퍼지며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동료가 당한 것도 인지하지 못한 남은 4명은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고함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이...이 뜰딱새끼가 뭔 짓거리를 한 거야!"


"죽어어!"


마치 틀에 박힌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선두의 2명에게 나는 가볍게 발차기를 욱여넣었다.

정확히 명치에 타격을 입은 2명은 꺽 소리도 내지 못 한채, 달리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져 바닥을 굴렀다.

순식간에 3명이 당하자, 십새끼를 제외한 남은 한 명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비수에 오러를 둘렀지만 비수를 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은 차마 숨기지 못했다.


"하아... 너도 그냥 도망칠거면 도망쳐라."


내 제안에 놈은 뒤에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십새끼의 한 번 흘겨보더니, 이내 바닥에 비수를 내던졌다.


"야 이 개새끼야, 그냥 짐꾼이라매. 너는 저게 그냥 짐꾼으로 보이냐?"


그리곤, 십새끼의 면상에다가 스트레이트를 박아넣었다.

단련된 주먹에 가격당한 십새끼는 코에서 피를 내뿜으며 바닥을 뒹굴렀다.


"개새끼가...죽으려면 혼자 죽지..."


십새끼를 때려눕힌 놈은 이내 내 눈치를 보더니 쓰러져 있던 다른 놈들에게 다가갔다.


"...다시는 이런 짓 안 할 테니, 이 놈들도 챙겨가도 되겠습니까?"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까닥였다.

놈은 황급히 십새끼를 제외한 쓰러져 있던 3명을 들쳐 업은 뒤, 재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양아치라도 의리는 지킨다는건가?


"으...으으..."


그렇게 혼자 남은 십새끼는 부러진 코뼈를 쥐어잡은 채, 바닥에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뒷처리 생각에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냥 죽여버리기엔 용사의 친아들이라 분명히 후폭풍이 상당할텐데...

그렇게 수십분을 고민하던 와중, 문득 나는 기가 막힌 해결방안을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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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자식은 두들겨 패야 제맛, 그런데 패는 사람이 짐꾼인.

최근에 짐꾼관련 소재가 흥해서 구상했던 소재인데 귀찮아서 던졌던 소재임.

짐꾼이 십새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