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도가 오르지 않는 히로인, 이 얼마나 모순적인 말인가.

시대를 앞서나가진 않은 갓겜이라 불리는 야겜, C○X 속에서 나는 그 모순을 느끼기 있었다.


말을 걸어도, 선물을 줘도, 칭찬을 하거나 잘 대해줘도, 어떤 짓을 해도 그녀의 호감도가 오르지 않는다.

그러면 내 호감도 시스템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그럴 리 없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같은 기숙사에 사는 룸메한테 오늘도 예쁘다고 하니까 호감도가 올랐다고.. 무려 3이나.


각설하고, 나는 이 게임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의 전작인 S○X도 매우 재밌게 했던 나로써는 전작의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더 업그레이드 된 이 게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문제의 히로인은 진한 검정의 머리카락 한 톨에 마법 코팅, 팔 한쪽에는 문신과 같은 마법진을 박을 정도로 마법에 미친년, 이름바 마친년이었다.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면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일단 마법에 물들게 하려는 게 사이비 종교인과 비슷했지만 나도 여기에 피차 못할 사정이 있다.


[ 히로인 '김나빈'을 공략하세요! ]

[ 보상 : 튜토리얼 클리어 및 사망회피. ]


처음에는 무슨 개소리인가 했다.

휴대폰으로 커뮤니티를 켜서 찾아봐도 이것과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안 나올 뿐더러 떡신이나 보고 싶었던 내게는 매우 불쾌한 임무창이었다. 그래서 /거절, /no, 등과 같은 온갖 방법으로 퀘스트를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 씨발아, 그냥 받으라고. ]


상태창이 지 좆대로 퀘스트를 수락하며 경쾌한 소리가 났고, 나는 지금 상태창이 고스란히 시야에 남은 채로 야겜에 빙의했다.

아니, 야겜에 빙의했다기 보단 주인공 자체가 없는 세계니까 전이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흑발은안, 가슴은 사과나 배 사이의 무언가가 2개 달려있고, 말수는 적지만 말이 한번 터지면 미친듯이 마법 찬양을 하는.. 뇌 속에 마법 밖에 안든 년, 김나빈. 그래, 이 빌어먹을 히로인을 공략하기 전까진 다른 히로인의 호감도를 100까지 채워도 떡씬은 커녕 그 흔한 데이트도 못한다.


왜냐고?


[ 디버프 : 고자. ]


나는, 이 빌어먹을 야겜에서 히로인을 공략해야 한다.

내 소중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