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끝납니다! 유럽의 새 챔피언이 탄생합니다!"


"믿기 어려운 광경입니다. 35세의 젊은 감독이, 수십년간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팀을 한 시즌만에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습니다!"



핀 파스칼. 그게 나의 이름이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변방 알려지지도 않은 팀의 코치를 맡고 있었다. 그러다 감독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한 경질로 급하게 감독 대행을 맡게 됐고, 얼떨결에 첫번째 우승컵을 들게 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어느정도 뽀록이 있었던 우승이었다. 그야 팀 간의 격차가 다소 많이 나는 리그기도 했고, 선수들도 리그에선 최고였으니. 전임 감독이었어도 우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미약한 가능성을 높게 산 팀이 있었다. 바로 나와 함께 트로피를 든 잉글랜드의 한 팀이었다. 계속되는 실패와 잦은 감독 교체에 시달리던 그 팀은 단순한 소방수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확실한 파트너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팀은 나를 간택했다. 다른 빅클럽들에 비해 자금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내 요구는 최대한 이행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도전은 나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나는 그 제안을 수락해 즉시 영국으로 날아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첫 시즌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 그 다음 시즌에는 파란을 일으키며 단숨에 유럽 정상까지 올랐다.


마법같은 우승이었다. 팀 창단 이후 수십년 간 침묵하던 팀이 단 한 시즌 만에 유럽의 왕이 된 것에 모두가 경악했다.


나를 믿고 지출을 아끼지 않은 구단과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의 덕택도 있었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극찬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전술이었다.


16강부터의 모든 상대는 전력이 비슷하거나 월등히 높았다. 그런 팀들을 상대로는 허를 찌르는 전술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틀을 깨고 새로움을 부여하는 전술. 젊고 패기있는 감독이었기에 가능한 전술들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내가 파놓은 함정에 휘말려 쩔쩔매는 상대팀을 보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쾌락이었다.



그렇게 나는 우승컵을 들었다. 겸손도 좋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한다.

오늘만큼은 내가 유럽에서, 아니, 세상에서 제일 전술 잘 쓰는 놈이다.





.....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어야 했는데.


여긴 어디냐. 분명 내가 잠든 곳은 호텔방이었을텐데.


마지막 기억을 되짚어보자. 트로피에 맥주를 한가득 따라 게걸스럽게 마시는 영상을 SNS에 올린거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필름이 끊겼다.



아니다. 객실에서 혼자 나체로 춤추던거까지는 기억이 난다. 혹시 이거도 찍어서 SNS에 올렸던가? 그래서 음란물 유포죄로 체포된건가?


....아니다. 감옥은 이렇지 않다.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천막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잡동사니들과, 그리고 내가 누워있는 침대가 있다.

대체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걸까.



일단 침대에서 벗어나야겠다 싶어 몸을 움직였다.


쿠당탕탕!


아, 어제 확실히 퍼마신거같다. 발 밑에 있던 매트를 밟고 헛발질해 미끄러졌다. 근엄있는 모습만 보여주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건 내 이미지에 좋지 않다. 밖에 사람이나 없으면 좋겠는데.


아니다. 있는 모양이다. 안에서 난 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잔뜩 움츠려졌다.


천막을 걷고 들어온건, 다름아닌 기묘한 외양을 한 소녀이었다.


그녀는 엉거주춤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깨, 깨어나셨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뭘, 뭘 기다리라는거지?

묻고 싶은 말이 한바가지였다. 여긴 어디며, 나는 왜 여기에 있는건지-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소녀가 사람을 데려왔다. 소녀보다 더 기묘한 외양을 한-앞이 보이는지도 모르는 거대한 로브를 쓰고 있었다- 장신의 남성이었다.


그는 얼굴을 가린 채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 자로군. 지금 상황이 많이 혼란스러울거라는거 안다. 자세한 내막은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

그대가 있던 세계에서 그대가 전술의 천재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그대의 도움을 받기위해 이곳으로 그대를 데려왔다.
현재 우리 칼제파군은 전쟁중이다. 그대가 우리 군을 도와 전술을 세워줬으면 한다."


칼, 뭐요?

전쟁? 원래세계?
전술을? 내가?

갑작스레 들어온 많은 정보에 당황한 나는, 멍청한 대꾸를 했다.

"-예?"


당황한 나를 보고서도 남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말해, 그대가 우리 군의 참모가 되었으면 하네."


아무래도 이거, 오해가 단단히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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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카이에 납치당한 전술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