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야..."


새벽에 눈을 뜬 나는 건조한 눈을 한참이나 비비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금 눈을 감아도 다시 잠들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면에 대한 걱정이 없던 내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내 옆에 충전 중인 핸드폰에 있다.

역시나 갤러리를 열었더니 내가 촬영한적이 없는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다.


영상을 재생할 필요는 없다.

직접 촬영한 적은 없지만 방금 깨기전까지 꿈에서 본 장면이다.


날짜는 오늘.

시간은 바로 10분 전이다.


-하윽...선우 오빠...


"체력도 좋네. 하루를 안쉬냐"


이제는 흥분 보다 헛웃음이 나왔다.


내 이름을 부르며 손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여성.

음성은 변조되어 있고 영상은 하반신만 적나라하게 찍혀있다.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신상을 특정할만한건 허벅지 안쪽에 작은 점이 두개 있다는 것인데.


모솔인생이 25년이 된 내게 이런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 따위는 없었다.

처음에는 이 알 수 없는 현상과 영상을 보고 극도로 흥분했지만 이런 일도 벌써 6개월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위에 친한 여자도 없고 호감을 표하는 여성도 없었다.


그저 지루한 대학생활만이 이어지며 복학생다운 대우를 받고있을뿐이다.

멘탈만 긁어대는 영상을 삭제한 나는 오늘도 푹 자기는 글렀다는 감각에 과제를 조금이라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

유일한 친구는 전역하고 돈문제로 휴학을 결정했고 나는 딱히 할것도 없기에 학위라도 받자는 마음에 학교로 돌아왔다.


이제 강의실에 들어오면 구석에 혼자 앉는게 규율처럼 굳어져있었다.

수면 부족상태로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강의실에 점점 사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저기요"


나를 부를 사람은 이 강의실에 없다.

그런 생각에 나는 당장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는 인지를 하지 못했다.


"저기요!"


재차 들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여성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쁜 얼굴덕인지 항상 남자에게 둘러 싸여있다는 기억은 있다.


"저요?"


내 목소리에 팔짱을 낀 그녀는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전하게 자리 좀 바꿔주세요."


아 그런건가.

내가 앉은 자리 바로 밑에는 콘센트가 달려있다.


좀 띠꺼운게 마음에 안들지만 괜히 이런걸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나는 천천히 자리를 일어나 비켰다.


가방을 빼는 순간 어딘가 급하게 자리를 앉으려는 그녀는 다리가 엉켰는지 크게 휘청였다.


"앗!"


거기에 한줌의 행운.

어쩌면 남자에게 있어서는 위험한 재앙.


의자 끝에 나풀거리는 테니스 스커트가 걸린 그녀는 속옷부터 다리를 시원하게 노출시켰다.

그리고 나는 본 것이다.

허벅지 안쪽에 있는 작은 두개의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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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그냥 휘갈겨 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