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난 사과할 생각이 없다. 
아니, 사과를 하면 죽는다.

곧 있을 최후의 결전에서, 만마의 주인이자 게이트 사태의 주범, 그리고 이세계의 마왕 아즈모데우스와의 최후의 1대1 대결이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지금, 난 지금 억울한 이지선다에 갇혀있다.

더욱 억울한 사실은, 그 원인이 바로 나를 SSS급 헌터로 만들어준 이 각성 능력 때문이다.
 
[사이다패스][SSS등급]
• 당신은 매 1시간마다 마력을 자동으로 신체에 축적하여 강해진다. (현재 누적 마력 999+)
• 당신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해선 안된다.
• 이 능력의 규칙을 어기면, 누적 마력의 50%를 잃으며, 이 능력에 규칙이 추가된다.
• [추가규칙] 당신은 실수에 대하여 배상을 해선 안된다.
• [추가규칙] 당신은 자신을 도운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면 안된다.
• [추가규칙] 당신은 남의 잘못을 대신 사과해선 안된다.
• [추가규칙] 당신은 타인에게 부탁을 해서는 안된다.
• [추가규칙] 당신은 사과를 요구하는 상대에게 폭력을 휘둘러야 한다.

내 능력이다.
...어쩌라고.
이 능력이 각성되기 전까지 나는 생트집 잡히는 상사에게, 거래처 사장에게 죄송하다며 허리가 부러져라 굽혀대던 회사원이었다.


능력이 각성하고 설명을 읽어보자마자, 난 내 뺨을 때리며 사과하라 소리치던 상사에게 사직서를 던졌다.


기강 잡겠다며 사과를 강요하는 길드 선임,
사과하지 않으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겠다는 꽃뱀과 사기꾼들,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며 대국민 사과를 하게 만들겠다고 벼르던 기레기들,
애국이니 지원이니 하는 거짓말로 대국민 사과를 돕겠다고 했던 국방부 똥별들.
나는 저들의 턱뼈를 모두 부러트렸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때 실수로 규칙을 어긴 적도 있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실 때 응급실에 거부를 당할 대 무릎을 꿇은 적도 있다. 
사과하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며 자살 예고 생방송을 하던 년한테도 실수한 적이 있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그럴 때 억지로 나의 힘을 깎아낼 때 마다 나를 끌어내리려는 승냥이떼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다. 마왕이 사주라도 한 건지 최후의 전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막고는 나 한명 때문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내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과해선 안된다. 지금 내가 가진 힘의 50%를 잃어버리면 곧 있을 전투에서 질 것이고, 그러면 아무도 마왕을 막지 못할 것이다.


무시해선 안된다. 이미 사과하라는 저 소리를 들어버린 이상 난 저 시위대에 한 명 한 명 마다 주먹질을 해야 한다.


주먹질을 해선 안된다. 저 시위대에, 그것도 단상 위에
"장붕아, 이 엄마를 봐서라도 한 번만 사과해주렴! 넌 어렸을 때 부터..."
엄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