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병입니다."

"1화병이요?"

당최 무슨 병인지 감도 안 잡혀서 그만 되묻고 말았다.

의사는 그런 내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덤덤한 표정으로 설명한다.

"예. 아주 희귀한 질병인데, 세상 감질나는 1화 소재만 잔뜩 봐버린 탓에 그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여서 울고불며 다음화를 찾게 되는 병이죠."

어쩐지 좋은 소재만 보면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손발이 벌벌 떨리더라.

"증상은 점차 간헐적인 두통, 발작증세와 호흡불량 같은 것도 일으키죠. 더 심해지면 소재를 쓴 미상의 작자와 하루종일 분충타락을 논하기도 합니다."

"허미 시펄..."

세상에, 분충타락이라니.
사형보다도 무섭다는 그 형벌말인가?
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그리고 현재 환자분께선 상당한 중증이시군요. 소재를 너무 오래들여다 본 나머지 자신마저도 1화병을 전파하는 존재가 되셨습니다."

"아니, 전 소재를 쓴 기억이 없는데요?"

하루 온종일 장챈의 망령짓만 하긴 했지만 소재를 건드릴 리가 없지 않은가?

그 말에 의사가 눈을 둥그렇게 뜨곤 날 쳐다본다.

무슨 못볼 것을 봤다는 것 처럼.

"그럴 리가요. 장붕 씨."

언제 그랬냐는 듯 싱그럽게 미소짓는다.

난 그제서야 깨달았다.

"당신이 쓴 '마왕님이 TS해서 시노비가 되었다'는 1화 소재 때문에, 제가 당신을 분충타락시킬 수 밖에 없어졌지 않습니까?"

이 병은 나만 걸린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