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라고 가끔 모여서 책 읽고 거기 나온 내용으로 토론하는 토론회 같은게 있음.

내가 거기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토론에서 나왔던 질문인 '안락사는 실용화 되어 마땅한가'에 대해 생각하며 걸어가고 있었음.

근데 갑자기, 여자 둘(자칭 대학교 3학년), 남자 한명(아마도 40~50대)이 나와서 말을 거는거임.

일단 당황했음. 왜? 아싸찐따 장붕이는 누가 먼저 나한테 말을 거는 상황이 익숙할리 없었기 때문에.

뭐 어쨌든. 이후 첫 마디가.

"이번에 창원에서 어머니 전시회라는게 열리는데 오실 생각 없으신가요?"

어머니 전시회? 그게 뭔.. 하고 있는데 남자쪽이 팜플랫 피면서

"아 저희 전시회가 이번에 창원에서 열리구요.

여기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라던가 그런걸 다시 느끼거나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보고 효도 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또 지금 무료로 체험할 수 있으니까 저희가 정말 '좋은'(강조함)일 하는거거든요."

내가 거기서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으니까 나름 농담이라고 한건지

"아 혹시 어머니는 계시죠?"
"하하하.. 세상에나.. 있죠. 계시죠.."

그렇게 말하니까 웃길래 마주 웃어줬다. 내가 진짜 없었으면 어쩔려고 이런 농담을 친 건지는 모르겠음.

좌우간.

이후에 말하다가 시간이 너무 질질 끌려서 내가 대충 거기 간다고 하고 빠져나갈려고 했거든? 근데 하는말이.

"아 혹시 언제 가능한지 알 수 있을까요? 전화번호도 주시면 되게 좋구요.

혹시 목요일 되실까요? 저희가 이제 창원에서 목요일날, 사진도 찍어드리고 전시회 안내 해드리고 하거든요.

전화번호 찍어 주시면 저희가 날자 안내도 해드리고 정보도 보내드릴게요."

그래서 내가 그때 전화번호를 줄 수는 없잖아.

그래서 아.. 목요일은 안되구요.. 라고 말을 끌었더니 하는 말이.

"아! 그럼 일요일날 가능하실까요? 혹시 직업이.."

하면서 신상을 묻는거임.

당근빳다 내 직업을 알려주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대충 알바라고 둘러대다가 안통하니까 냅다 고딩이라고 구라침.

믿은건지 안 믿은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그렇게 말 했는데도 안 떨어지고 하는 말이.

"아, 그러면 어머님이랑 같이 오시면 되시겠다.

혹시 어디 학교 다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옆에 두 분이 또 대학생인지라..

3학년 되세요."

""안녕하세요-""

내가 거기서 난생 처음 듣는 고등학교 듣고 대충 거기 다닌다고 구라침.

부천고..? 거기가 대체 어디야..

좌우지간.

그 다음에 이제 안되겠다 싶은지 자기 이름 조그만 종이에 적으면서 자기 전화번호도 같이 적어주는거야.

게다가 자기는 뭐 신교를 배우고 있고,

유월절이 사실 엄청 중요한 날인데 요즘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고,

사실 기독교에 어머니에 관한 내용도 많아서 이번 어머니 전시회를 열었다니 하는 이야기도 같이 함.

근데 유월절 그거 아니냐.

내 살은 빵이요, 내 피는 와인이로다.

이거 소설 속 흑막이 되련다에 꽤 임팩트 있게 나와서 기억하고 있음.

세상에나..

아무튼.

그 다음에 전화번호를 달라는거야. 물론 대놓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대충 이렇게 말했었음.

"아.. 그런데 이렇게 오신다고는 하는데.. 저희도 정확한 일정을 알아야.."

그래서 내가 또 아까 학생이라는 변명을 댔었으니까.

"아.. 그게 요즘 학생들은 자기 개인정보에 대해 민감하기도 하고.. 조금 힘들지 않을까요?"

"아니. 저희 진짜 나쁜사람 아닙니다! '좋은'(강조함)일 하는 사람들이에요! 게다가 이게 정보쪽은 저희가 더 예민하죠.. 허허"

팍씨 뭘 예민해. 암튼, 딱 봐도 '전화번호. 달라.' 그러길래 한번 더 거절함.

"아니 아무리 그래도 착한일 하시는건 알겠지만 요즘 세상사가 흉흉하니까 막 주고 싶지는 않아서요.."

"아잇. 저희도 정보를 드렸는데.."

아오. 그냥 드러버서 주고 왔다. 암튼 그렇게 된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