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초등학교는 귀족학교였다.
시험을 보고 입학했으며 아이들은 교복을 입었다.
그런 초등학교였기에 귀가버스 또한 있었는데, 나는 이 노랑색 버스에서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야 말았다.
처음에는 바닥에 떨어진 사탕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부풀어오른 원반 모양에 채도 높은 노랑색.
약을 사탕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학교 버스에 약이 있으리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내 신발 옆에, 검붉은 카펫과 대비되는 샛노란 물체.
나는 그것을 주웠고 아이들은 제안했다.
- 그거 먹으면, 내가 ~ 해줄게.
정말 흔하디 흔한 내기.
단 것에 환장하는 초등학생에게, 떨어진 과자는 일종의 계륵이다.
먹기도 안 먹기도 애매한 것.
평소의 나라면 먹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병아리처럼 보송보송해 보이는 노랑색.
그리고 그 날따라 유난히 나는 엠엔엠을 먹고 싶었다.
보잘 것 없는 이유다.
과자를 먹기에는 충분하지만, 정체불명의 약을 먹기에는 불충분한 이유.
다시 말하지만, 과자를 먹기에는 충분한 이유였다.
"으읍!"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 것은 1초 후였다.
쓰다.
과자가 쓰다?
썩었나?
나는 과할 정도로 상상 속의 엠엔엠을 신봉하고 있었다.
이것이 과자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임을 알아챌 수도 없을 정도로.
"켁...!"
"야, 왜그래."
"너 괜찮아?"
기침과 함께 입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침으로 미끌미끌한 무언가를 빼낸다.
이 시점에서, 나는 아직도 이것이 사탕이라 굳게 믿었다.
내 손에 집힌 것이 갈색의 초콜릿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베에..."
세상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 손에 잡힌 침 범벅의 미끌미끌한 작은 무언가.
그 매혹적인 노랑색이 사라진 무언가.
알맹이가 검은색 대신 하얀색인 그 무언가.
"...약?"
그 무언가는 약이였다.
"약이 여기 왜 있어...??"
나는 믿을 수가 없어, 약이 떨어져 있던 주변을 샅샅히 뒤졌고 살짝 비닐 제질의 무언가가 손에 잡히는 것을 느꼈다.
배신감, 혀의 얼얼함, 그리고 들끓는 호기심.
나는 의자 아래의 저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교복바지가 더러워지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릎을 꿇었다.
아직도 손에 하얗게 찐득거리는 약을 든 채로, 내가 마주한 광경은 충격적이였다.
산타가 선물을 담는 포대가 있다면 그 포대는 분명 거대할것이다.
그리고 내가 의자 아래에서 본 것은 아마 약쟁이들의 산타 포대일 것이다.
두 칸짜리 의자의 아래를 가득 채운 비닐.
그리고 그 비닐에 들어간 알록달록한 약들.
내가 발견한 그것과 엠엔엠의 차이점은 단 하나.
엠엔엠은 여러 색깔이 섞여 있다.
그리고 이 약들은 색깔을 맞추어 정렬되어 있다.
툭.
무언가가 굴러 떨어진다.
살짝 찢긴 비닐 사이에서 굴러 떨어진 것은 번개만큼 노란 약 하나였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약을 집어들어 친구에게 들이밀었다.
"...약?"
아이들의 반응은 나와 다를 것이 없었다.
웅성대는 다른 아이들.
-약?
-뭐야 약이 왜 여기에 있어?
-먹어봐!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했고, 그건 내 친구도 마찬가지.
약을 친구에게 가져다 댔다.
"먹을래?"
왜 그런 말이 나온 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내가 그 약을 먹을 생각이 들어서 그랬나.
혼란이 잦아들고, 내 손가락의 하얀색 약이 말라갈 때쯤.
친구는 한 단어를 입에서 골라 말해낼 수 있었다.
"아니."
친구는 거절했고, 나는 뭔 일이 있을까? 안일한 생각으로 바스라지는 덩어리를 입에 넣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본다면, 나는 뭔 일이 생기기 바랬던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 약을 조금 챙길 생각을 하진 않았을 테니.
다음날, 버스의자 아래를 보았을 때, 잘 정리된 무지개색 포대는, 어디로 간 건지, 온데간데 없었다.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썼음.
각색 거의 없음 친구들 대사도 기억나는 말 중에 몇 개 고른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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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초등학교때 약 먹을 썰 풀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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