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은 것 같다.

트레디셔널한 이세계 급행티켓인 트럭에 치여 버렸다.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게 될 줄은 몰라서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쪽이에요 장붕쿤. 신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천사로 보이는 날개달린 남자 하나가 나를 인도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일단 지옥으로 가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아! 장붕쿤께서는 원래 설정된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안타깝게 죽어 버리셨습니다. 당신의 혼에는 아직 수명이 남아있기에 천국이나 지옥에 가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신께서는 당신의 혼이 남은 수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다른 운명을 내려 주실 거랍니다."


"다른 운명이요?"


"네! 나쁘지는 않을 거에요. 전에 살던 삶보다 만족도가 높을 거라는 것을 약속드려요. 불운하게 사후세계로 끌려온 영혼들에 대한 작은 성의랍니다."


"아.. 네.."


과연 그 트럭전생 이세계 소설들은 정말 이세계 다녀온 놈들이 썼던 것인 듯 하다.

정말로 이런 전개가 올 줄이야.


나는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판타지 세계로 전생해서 용사?

현대로 전생해서 헌터?

뭐가 되었든 두근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똑똑


나를 안내하던 천사가 신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방의 문을 두드렸다.

나는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천사가 입을 열었다.


"수명이 많이 남은 신선한 영혼을 인도해 왔습니다. 운명의 재지정을 청구합니다."


그러자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나를 환영하는..


"네? 뭐라고요? 이미 주문한 영혼은 받았는데요?"


응?

저게 뭔 소리지?

주문한 영혼?

천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 가관이었다.


"네? 분명히 여기 조달 의뢰서에 씹덕 장붕이영혼 1개체라 되어 있는데요?"


뭐?


"그럴 리가요? 잠시만요.."


곧 이어 문 안에서 꺄아악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


"... 그렇게 된 거에요. 정말 죄송해요."


대충 이해했다.

이 신이라는 년이 이세계에 용사가 필요해서 사람이 바글대는 지구에서 수명이 많이 남은 영혼을 가져오기로 했는데 실수로 주문을 중복으로 넣었다고 한다.

덕분에 1개체만 조달하면 되었을 영혼이 2개체가 조달되어 버렸고 그 2번째 영혼이 바로 내가 된 것이었다.


"아.. 하하.. 네.. 그러니까.." 

"..."

"이런 씨발! 네... 라고 할 줄 알았냐?"


나는 당연히 화를 냈다.

잘 살고 있는 놈을 강제로 죽여서 납치한것도 모자라 이딴 재고품 취급이라니.

아무리 신이라 해도 용서 못한다.


"당장 나를 원래 세계로 돌려놔!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신이 쩔쩔매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해요.. 그건 불가능해요.. 이미 그쪽에선 이름이 처리되어 버려서!"


"씨발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자.. 자.. 자.. 잠시만요. 제가! 제가 처리 할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신이 급 당황해서 서류를 들춰 대기 시작했다.


"뭐 이딴 일처리가 다 있어?"

"내가 어? 원래 세계에서 어? 얼마나 인싸였는지 알아 어? 그런데 나를 실수로 이런데 끌고 와?"

"내가 죽고 나서 슬퍼하실 우리 부모님들 어쩔건데?"


나는 되는 대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인싸는 커녕 씹덕 장붕이지만 뭐 어떤가?

지금은 내가 갑인데!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말로 죄송해요. 전적으로 제 잘못이에요. 당신 영혼에 맞는 자리를 방금 만들었어요. 비록 용사의 운명은 아니지만 당신이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실거라 믿어요!"


뭘까?

용사는 아니지만 맘에 들어할 운명이라고?


"천사님! 장붕님을 이 운명으로!"


천사는 신에게서 서류를 받아들고 한번 쓱 읽어 보더니 놀라서 신에게 되물었다.


"정말 이 운명입니까? 확실합니까?"


"네. 분명히 만족하실 운명이에요. AI에 돌려본 결과 가장 많은 만족도를 얻어낼 거라고 예측된 운명이거든요."


"허.. 네 알겠습니다."


뭐지? 무슨 운명이지?


"잠깐만요! 날 어디로 보내시려는 거에요?"


그러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나의 시야가 온통 백색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아니 씨발 말은 하고 보내야지!}


목소리도 안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는..'


내가 눈 뜬 곳은 허름한 침대 위였다.

주변을 둘러 보니 다소 낡은 방이었고 바깥으로 난 창문에서는 밝은 햇살이 새어 들어왔다.


'이게 내가 맘에 들어할 운명이라고?'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질 뻔 했다.

상체가 너무 과도하게 앞으로 숙여진 것이다.


"엇.. 꺄악!"


그리고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고음의 비명소리..

뭔데? 이건?


"이.. 이게 뭐야?"


밑을 쳐다보니 내 가슴에 묵직한 뭔가가 두개 달려 있었다!

튀어나온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뭐냐고 진짜?"


둘러보니 벽 한쪽에 거울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서둘러 거울로 가서 몸을 비춰 보았다.


"..."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마음에 드시나요?}


"이게.. 뭐죠?"


{장분쿤께서 생전에 남기신 인터넷 기록들을 빅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TS암컷타락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답니다. 그래서 특별히 영혼을 마침 혼의 수명이 다해 빌 예정이던 거유 미소녀의 몸에 입주 시켜 드렸어요.}


"아니.. 잠깐.. 뭐라고요?"


{당연히 애프터 서비스도 해드릴 거랍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당신은 신과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요. 신과 소통할 수 있는 당신은 이제 성녀가 되어 용사님과 함께 할 운명이랍니다. 용사님과의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를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아니 씨발 내가 원하는건 이게 아니라고!"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이건.. 어디 보자.. 츤..데레? 뭐 그런 건가요? 그쪽 용어는 익숙하지 않아서..}


"내 말을 좀 들어!"


{특별 서비스로 용사님이 당신을 맘에 들어 하시도록 사랑의 큐피트 화살 주사도 놔 드릴 예정이랍니다. 집착 MAX, 강간욕구 MAX로 용사를 개조해 드릴게요. 저희 잘못이니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야!!"


{아! 이제 저도 업무로 돌아갈 시간이네요. 용사 파티를 위한 조언은 앞으로 성녀님을 통해서 할 예정이니 그렇게 알아 주세요. 부디 그쪽 세계에서 암컷으로 행복하게 사시길.}


"지랄마! 야! 이리 안 와?"


그러나 더 이상 응답은 없었다.


"..."


이것이 날 용사의 좆에 엮으려고 작정한 세계에서의 첫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