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었다.
 
나이 20살 대한민국 남자 태어난 이유로 군대에 강제로 끌려갔다.
 
태어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나라를 뜨겠단 마음으로 군대를 제대하면 어떻게 든 미국으로 이민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세웠다.
 
하지만 나의 다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셌다.
 
나의 꿈 같은 미국이민은 이세계 이민으로 바뀌었다.
 
뭔 갑자기 개소리겠냐마는 군대에서 지뢰 사고를 당해 죽었다.
 
군대 간 아들을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던 부모님에겐 아들이 죽었다는 통보와 위로금 40만 원으로 사고를 숨기려는 국방부가 있었다.
 
예전부터 군인은 인간 취급도 안 해줬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셨던 국가 유공자에게도 혜택 따윈 없었다.
 
결국 이세계로 이민 당해버린 나는 용사의 의무를 받았다.
 
이 세계는 다르겠지. 라는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이고 내가 직접 정한 동료들과 마왕을 잡는 여행을 떠났다.
 
긴 여정 끝에 마왕을 잡았지만, 동료들이 많이 다쳤다.
 
용사의 동료, 마왕을 잡은 영웅으로서 왕국이 어떤 지원이라도 해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세계나 대한민국이나 다를 건 없었다.
 
세상을 구한 용사와 그의 동료들에게 내려진 건 허름한 집 한 채와 돈 조금.
 
나는 아픈 동료들을 집에서 쉬게 놔두고 왕을 직접 찾아갔다.
 
성에 도착한 나는 왕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세상을 구한 용사와 동료들에게 이런 대접을 하는 게 맞는 건가?
 
몸이 떨렸다. 넘쳐흐르는 분노를 어떻게든 제어하기 위해.
 
하지만 부상당한 동료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마왕과의 싸움으로 팔이 잘린 엘프 레아, 그리고 하반신 마비가 온 도적 카렌, 마력 회로가 망가져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이리나.
 
이건 모두 왕국의 지원만 있으면 어떻게든 치료할 수 있는 부상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해준다고?
 
거실과 방이 한 개 뿐인 낡은 집과 4명이 일주일밖에 버티지 못하는 쥐꼬리 같은 돈 조금만 주고?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기사들을 제치고 왕의 알현실로 쳐들어갔다.
 
왕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 나를 귀찮다는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폐하. 금전적인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저의 동료들만 치료받을 순 없습니까.”
 
왕은 일부러 내가 들으라는 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돈을 줬잖느냐. 그걸로 치료하면 될 것을.”
 
“하지만 주신 금액으로는 한 명 밖에 치료를 못 할 뿐더러 생활비도 남지 않습니다.”
 
“어쩌겠느냐. 사라져 버린 성검을 뺀 값이니 거 늘.”
 
나는 참지 못하고 목소릴 높였다.
 
“저희는 세상을 구했습니다! 세상을 구한 자들에게 이런 대접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이젠 자네들이 무슨 쓸모가 있느냐. 마왕도 죽었겠다. 이젠 그저 쓸모없는 평민에 불가하지 않으냐. 지금 짐과 대화하는 것도 나름 많이 봐주고 있는 것이니.”
 
이때 이성의 끈이 끊기는 느낌이 났다.
 
“야이 씨발새끼야!! 이러는 게 어딨어!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세상을 구한 용사가 앉아서 그저 지켜보기만 한 왕에게 무릎 꿇고 동료들을 치료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게 말이 되냐고!! 우린 세상을 구했어!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고! 좆 같은 네 목숨도 구했다고!! 돈은 됐으니까 제발 치료만이라도 받게 해 달라고…! 제발…….”
 
감정이 흘러 넘쳤다. 분함을 넘어서 나의 선택으로 나를 따라온 동료들에게 미안함이 더욱 크게 느껴져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말을 끝났느냐. 여봐라! 왕을 모욕한 용사 외 동료 3명을 잡아들여 사형시켜라!!!”
 
“뭐…라고……?”
 
“가만히만 있으면 목숨은 부지했을 터인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구나.”
 
왕의 말을 끝으로 기사들을 몰려와 힘이 풀려 무릎 꿇고 있던 나의 팔을 낚아챘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죄인처럼 질질 끌려가고 있을 뿐이다.
 
왕도의 중앙광장에 우리 네 명이 단두대에 목을 걸친 채 구속당해 있다.
 
내가 감정을 추스르기만 했어도 나 때문에, 모두가 죽을 운명에 처했다. 나 때문에.
 
“미안해…. 미안해……. 내가 정말……….”
 
옆에 같이 구속되어 있던 엘프 레아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혁아…. 괜찮아. 우릴 위해서 그런 거잖아. 그러니 괜찮아…. 괜찮아….”
 
그 옆에 있던 이리나와 카렌도 거들었다.
 
“맞아! 괜찮아!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던 거. 쿨럭, 좀 빨리 죽는 거니 뭐. 즐거웠으면 됐지…!”
 
“괜찮다. 혁. 아픈 우리를 위해 그랬던 거, 다 알고 있다. 이 모든 건 혁이 네 탓이 아니라 모두 저기서 지켜보고 있는 우매한 왕 때문이겠지.”
 
“그래! 맞아! 네 탓이 아니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마! 이렇게 죽는 건 괜찮은데 이젠 너희를 못 보니까 좀 아쉬울 뿐이지.”
 
모두가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 내가 모두를 골랐고. 그 결과 나 때문에, 모두가 죽게 생겼다. 이 무거운 죄책감은 어떤 말로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인사는 다 나눴느냐. 사형을 시작해라!”
 
기사들이 올라오고 줄을 자르기 위해 우리 뒤에 서서 칼을 빼 들었다.
 
“저기요! 제발…. 제발 부탁이니 동료들은 놔주세요…. 제발!!! 저만 죽으면 되는 거잖아요. 네? 제가 왕을 모욕했으니 저만 죽으면 되는 거잖아요!!! 왜 씨발 가만히 있던 동료들까지 끌어들이는 건데 왜!!! 내가 이렇게 빌잖아! 제발!!! 동료들은 놔줘!!!!!!!!!!!”
 
서걱!!

 

마지막으로 보였던 건 모두가 나를 보면서 부드럽고 상냥하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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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써줘?


이 말을 빼먹었었다.


모두 죽고나서 용사는 다시 환생했는데 알고보니 나머지 3명도 환생했고 


모두가 모른척 처음만난척 다같이 그때 그시절처럼 행복하게 여행하며 왕에게 복수하는 그런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