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스탠드라는걸 아는가?


외국의 기묘한 배틀만화에서 나온 개념으로 자신에게 종속되고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있는 일종의 소환수같은 존재로 나름 유명한 개념이기도 하다


갑자기 왜 이런 소리를 하냐고?


"설마 스탠드가 실제로 존재하는 거였을줄이야...."


바로 그 스탠드가 내게 생겼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기묘하게 생긴 무언가가 나를 내려다보고있는걸 발견했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을까?


아무튼 그렇게 갑자기 생긴 만화속에서나 보던 스탠드의 존재에 흥분하는건 당연했고

출근하는 것도 잊은채 가진 능력을 탐구하기 시작했지만 이내 실망스러운 한숨을 내쉴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진짜 스탠드 맞아?"


조사결과 내 스탠드는 스피드고 파워고 모두 인간보다 한참 모자란 수준인건 물론, 아예 물리력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능력조차도 애매하기 짝이 없었는데


"사람의 기분을 조절하는 능력? 이런걸 어디다 써?"


혹시나 해서 내게 살짝 사용해 봤더니 확실히 영문 모르게 기분이 살짝 업되거나 다운되거나 했지만 그게 다였다.


"에휴 하긴 내가 주인공도 아닌데 뭘 바란건지. 출근이나 하자."


실망과 함께 그냥 재밌는 장난감이 생겼다는 정도의 감상만 가지고 출근했지만.


"아... 후배군 왔어?"


"어라 선배님 기운이 없어보이시네요?"


"아, 사실 얼마전에 우리집 뽀삐가 죽었거든. 그 생각때문에 조금 우울해졌나봐."


남몰래 짝사랑하던 미인선배의 기분이 우울한걸 발견한 순간 아까 얻은 스탠드에 생각이 미쳤다

마치 이걸 위해서 준 거였다는 듯 딱맞는 타이밍에 딱맞는 능력

나는 어쩌면 이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주머니를 뒤져서 나온 사탕 한개를 내밀었다


"선배 이거 드셔보세요. 행복의 사탕이에요."


"행복의 사탕? 그게 뭐야?"


"말그대로 먹으면 행복해지는 사탕이라는거죠."


사실 편의점에서 500원주고 산 싸구려 사탕이지만 그렇게 입을 턴다.


"후후 그래? 고맙게 받을게."


대충 지어낸 말이기에 당연히 선배도 믿지 않았지만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했는지 웃으며 그자리에서 사탕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스탠드 능력을 선배에게 사용했다.

선배가 사탕을 먹는것에 맞춰 스탠드의 능력으로 선배의 기분을 업으로 올린다 이렇게 하면


"어라? 어쩐지 진짜로 행복한 기분이 드는데?"


마치 정말로 사탕덕분에 행복해진거같은 유사 폴라시보 효과를 줄 수 있다.

물론 내 스탠드 능력을 쓴만큼 플라시보 효과가 아니라 실제하는 행복감이지만 선배는 모르니까


"그러니까 말씀드렸잖아요 행복의 사탕이라고."


"으흥 정말이네. 뭐 이상한거 준건 아니지?"


"그럴리가요. 단걸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진거겠죠."


"후훗 그냥 해본말이야. 덕분에 우울함이 싹가신 느낌이야 고마워!"


선배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느끼는듯 했지만, 설마 진짜 기분이 올라갔다고는 생각은 하지못했고.

이내 우울함은 싹 걷어내진 밝은 미소로 감사를 표하며 돌아갔다


좋았어! 작전성공!

어쩌면 이 능력 꽤 좋은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구만


그렇게 한번 성공한 나는 매일 아침 선배에게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선배 여기 오늘의 사탕이요!"


"매번 고마워 후배군. 요즘 이게 없으면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안든다니까?"


출근전 편의점에 들러 사탕을 사고 선배에게 그 사탕을 건네주며 능력으로 기분을 올려 행복함을 들게 해주는 루틴

선배는 이 루틴을 자신의 행복함을 올려주는 일종의 징크스같은걸로 여기기 시작했고 매일 아침 나에게 사탕을 받아가기 시작했다.


선배는 사탕(능력) 덕분에 행복해지고 나 또한 행복해진 선배를 보며 행복해지는 행복의 연쇄스파이럴!

덤으로 선배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면서 사이도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 이게 창조경제 아니면 뭐겠는가?


하지만 진정한 창조경제란 없다는걸.

무조건적으로 좋은일만 있을 순 없다는걸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시작은 작은 차이부터였다


"음, 이상하네."


"뭐가요?"


"요즘들어 기운이 빨리 빠지는거 같아서."


최근들어 사탕으로 충전받은 기운이 빠르게 빠진다는 선배의 말을 들었을 때는 최근 좀 힘들었나 싶어서 평소보다 능력의 출력을 높여주었고 그걸로 해결되는듯 보였다


2주 뒤 선배가 미쳐버리기 전까진


"후배군 사탕... 아아아 빨리 사탕을 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여기저기 구겨지고 더렵혀진 복장

오한이 든것처럼 벌벌 떨리는 몸으로 침을 흘리며 빨리 사탕을 달라고 애원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나는 내 스탠드의 부작용을 깨달았다


내가 일상적으로 강제로 올린 행복감이 감정의 역치를 상승시켰고 

그것이 사라졌을때 지독한 상실감을 동반하며 역으로 고통과 우울함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문에 계속해서 강제로 행복함을 올려주는 사탕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됬다는 것을


마치 마약에 중독된것처럼


그래 나는 선배를 마약중독자로 만든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내성이 생기는 것도 같은지 아무리 출력을 높여서 능력을 사용해봐도 선배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번엔 진짜 플라시보로 효과인지 사탕을 먹을때는 조금 얌전해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결국 선배의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정신병자처럼 착란증세를 보이는건 물론이고 극도의 우울함과 고통을 느끼며 주기적으로 분노를 표출해냈다


식사도 하지 않은채 사탕만을 무더기로 삼키려고해 목이 막힐뻔한것도 여러차례 있었다


당연히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기에 휴가처리를 내고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혼자둘 수 없어 내 방으로 데려와서 보살피던 도중


"선배 선배! 안돼요! 정신차려봐요!"


내가 잠시 눈을 뗀 사이 선배가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곧바로 발견했기에 생명에 지장은 없었으나 선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정도로 궁지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변하지않았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언젠가 같은 일을 다시금 시도할 것이라는 것도


"다 나 때문이야... 죄송해요 죄송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게 더 낫나고 여겼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괴로웠고 그렇게 된 책임이 나한테 있다는 것이 날 미치게 만들었다


나 또한 선배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리고싶은 충동이 솟아올랐지만 선배를 저렇게 만든 책임조차 지지않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선배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부 내게로 옮긴다."


기분을 긍정적이게 높이는 것에는 이미 내성이 생겨버린 선배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마이너스인 감정을 뽑아내는것으로 제로로, 원상태로 되돌리는게 최선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분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것과는 다르게 그걸 뽑아내기 위해선 그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낼 그릇이 필요하다


"이제와서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 순 없으니 그 대상은 모든일의 책임을 가진 내가 되는것이 맞겠지"


적어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이자 지켜야할 도리다


"그럼 시작해볼까."


결심을 굳힌 나는 선배에게서 마이너스 감정을 뽑아내 나에게로 돌리기 시작했다


단번에 끝낼 수는 없다. 

극한의 행복한 상태에서 우울감으로 단번에 떨어지는게 위험한 것처럼 그 반대도 마찬가지


그러니 천천히, 서서히 익숙해져가며 복구하는게 정답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선배와 나의 상태를 교환해간다

선배의 상태가 좋아질수록 나의 상태는 나빠져간다


선배가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사탕밖에 먹을 수 없었다


선배가 편히 잠에 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불면증을 앓기 시작했다


선배가 간신히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 돌아왔을 때 나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게 괴롭거나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선배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했다는게 미안할 뿐


진정으로 두려운건 단 하나 

내 상태가 여기서 더 악화될 경우 더이상 선배의 치료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럴 수는 없었기에 나는 내 스탠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가 지시를 내리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치료를 완료해."


다행히 내 스탠드는 자율행동이 가능한 타입이었고

내가 극한의 우울증과 무기력함에 사로잡혀 정신을 놓아버릴때까지도 자의적으로 치료를 계속했다


그러기를 한달째


치료가 끝났다





괴롭다살이아프다어지럽다괴롭다숨쉬기가힘들다우울하다아프다배고프다토할거같다목을긁고싶다움직이기싫다이상한게보인다괴롭다내가누구지?헛것이들린다아프다한기가든다괴롭다뼈가쑤신다몸이짓뭉개진다선배는괜찮은가?아프다벌레가몸을기어다니는거같다우울하다아프다괴롭다머리가뜨겁다공기가너무춥다괴롭다뇌가녹아내린다물이차오른다바늘로찔리느거같다치료는성공인가?괴롭다창문밖에공룡이보인다끔찍한냄새가난다괴물이나를뜯어먹는다아프다괴롭다아프다괴롭다우울하다힘들다아프다괴롭다아프다괴롭다아프다괴롭다 





죽고싶다


***


긴 꿈을 꾼거 같다


무척이나 아프고 괴롭고 정신을 놓아버릴것만같은 그런 끔찍한 꿈


아니 어쩌면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계속 내 곁에서 날 도와주고 격려해주던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그대로 끌려가버렸을것만 같은 지독한 두려움


하지만 누군가가 항상 내 옆에서 날지켜주며 격려하고 위로해주었기에 그 길고 끔찍한 악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래

그 누군가는


"후배군....?"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하면서도 끝가지날 도와주던 그리운 이름을 부르며 눈을 떴고


[쥬미잉~?]


"꺄아아아악!"


이상한 소리를 내는 기묘하게 생긴 인형의 모습에 쉰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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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여기서 마무리


뒤는 후배의 영향으로 스탠드를 각성한 선배가 이번엔 본인의 힘으로 후배를 치료하면서 순애를 이뤄가는 걸로


이 소재글은 장붕이들의 추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https://arca.live/b/novelchannel/66870747


확실히 손이랑 머리를 좀 굴리니까 기분이 좀 나아졌음

이제 천박한 후타떡밥이나 굴리러 감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