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상황에 대해 설명하자면,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경 500광년 영역을 이너스피어라 하는데, 이 이너스피어를 성간 연대라는 거대제국이 지배하고 있었어.

이 성간 연대는 카메론 가문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이 카메론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 병신이라 성간 연대를 족치려고 벼르는 새끼를 곁에 두고, 충신들을 내치는 바람에 카메론 가문은 몰살당해.


성간 연대 최고 군주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이 없으니, 카메론 가문 다음으로 강한 다섯 가문이 자기가 다음 최고군주라고 싸우다가 무력충돌 각이 날카롭게 서.

이에 성간 연대를 끝까지 지키려한 충신, 알렉산드르 케렌스키 원수는 성간 연대의 대의는 끝났으며, 성간 연대 방위군은 곧 대가문의 전쟁에 동원될 것이고 성간 연대 방위군의 강력한 군사력이 인류를 향하게 된다면 ㄹㅇ 인류는 끝장날거라 생각해서 성간 연대 방위군 대부분을 데리고 이너 스피어를 탈출해.


이를 엑소더스라 하는데, 이 엑소더스로 인류가 가진 군사장비가 대부분 이탈하니 대가문은 장비부족에 시달려.

근데, 그 부족한 장비로도 계승 전쟁을 일으켜, 성간 연대의 찬란하던 문물들을 다 때려부숴 기술이 크게 쇠퇴함.

ㄹㅇ 케렌스키의 우려가 맞았던거지.


인류를 위해 인류를 등진 케렌스키 원수는 이너스피어에 다음과 같은 통신을 보냄.


"모든 이너 스피어의 시민들에게, 저, 알렉산드르 케렌스키가 인사드립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원래 목적에 충실하게 성간 연대 방위군의 잔존 부대를 모두 이끌고 이너 스피어의 경계와 변경 우주 밖으로 넘어왔습니다. 누군가는 말하겠죠. 우리가 이너 스피어에 실망해서 저버렸다고, 원한을 품었다고, 하물며 업신여겼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을 위해 이 과업을 수행한 것이 아닙니다. 아니오, 우리가 이너 스피어를 떠난 것은 우리가 차마 부서지는 걸 볼 수 없을 만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참칭자의 난이 남긴 상처, 그리고 그게 곧 부를 길고 쓰디 쓴 싸움에, 저는 이 군세가 혹시라도 세계에 막대한, 어쩌면 두번 다시 수복할 수 없을 큰 상처를 입히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우리의 서약은 성간 연대와 휘하 세계를 지키는 것이었지, 부수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쭉 나고 자란 집을 떠나 이 막강하고 파멸적인 군세를 그 누구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복하는 데 쓰지 못할 곳으로 물렸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강대한 메크와 함대가 손 닿을 길이 없는 곳으로 가 버리고 나면, 서로 멱살을 잡고 있는 지도자들이 이웃을 굴복시킨다는 꿈을 포기하고 서로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울 지도 모르겠죠."
"어쩌면, 언젠가, 인류가 심연 속으로 굴러떨어질 때에. 우리, 우리의 자식들, 아니면 아이들의 자식들이 돌아와. 다시 한번 인류의 별을 향한 여정을 위해 성간 연대를 섬기고 지키며 인도할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인류와 이너스피어를 향한 케렌스키 원수와 성간 연대 방위군의 사랑과 비록 이너스피어를 저버렸을 지라도, 이너스피어를 수호한다는 사명은 저버리지 않았음을 선언한 씹명문이라 생각해.

그러나 아이러니한건, 케렌스키 원수는 이 선언문은 초광속 통신으로 보내지 않아서 이너스피어는 이 통신을 받지 못했고, 정작 이 통신은 사명을 저버리고 이너스피어를 침공한 케렌스키의 자손들을 이너스피어가 복수하고자 역침공하던 중에 받았어.


난 이너스피어 좋아하는데, ㄹㅇ 케렌스키는 존나 매력적인 인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