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 버티다니. 제법이구나."


그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지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

함께하던 전위도, 뒤를 받쳐주던 후위도 모두 쓰러졌다.

홀로 남은 전위조차 간신히 버티는 모양새.


"지금이라도 그 녀석들은 버리고 바닥에 쓰러져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헛소리..."


홀로 남은 자의 갈라진 목소리와 함께 투구가 벗겨진다.

악마는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네놈... 그 모습은 뭐냐."


투구가 벗겨지며 어마어마한 증기가 뿜어져나온다.

사람이 삶아져도 이상할 것 없는 뜨거운 증기가.

전위는 그 속에서 웃으며 말했다.


"내 능력은 게으르고 무능해. 주인과 발을 맞춰줄 생각이 없거든."


갑옷이 벗겨지며 열이 빠져나온다.

그 속에는 붉게 달아오른 근육들이 고통스럽다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능력. 그런 쓰레기를 누가 쓴다고.... 하지만 어쩌겠어. 받아들여야지."


그가 항상 전위에 섰던 이유이자 어떠한 공격에도 버틸 수 있게 훈련한 이유.

악마조차 약간의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강대한 힘이 그곳에서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난 무능력자나 다를게 없었어. 내가 싸우기도 전에 이미 끝나있었으니까.

이 녀석들은 그렇게 저평가 받고 버려진 나를 이곳까지 데려와준 은인이다.

나를 믿고, 내게 앞을 맡겨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바보들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잡았다.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돌격의 자세를.

그리고 그 기척에 쓰러져있던 주인공이 깨어났다.


"전위..?"


"이런. 이젠 아무도 볼 사람이 없다 생각했는데."


악마가 기세에 눌려 움직이지 못하는게 위안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전위가 말했다.


"그래도 용사 말곤 아무도 못봐서 다행이네. 어이, 용사. 아마도 나 죽거나 다신 못싸울거다."


"..뭐?"


용사의 눈동자가 커진다.

그리고 그제서야 보이는 전위의 신체.

달아오르다 못해 녹아내리는 것 같은 근육.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증기.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털털한 미소.

그는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아,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이런걸 봤다간 다들 싸우지 말라고 말릴거 아냐."


"멈춰..."


용사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원망하면서 말린다.


"용사, 똑똑히 봐라! 내 마지막 싸움을! 그리고, 그녀한텐 말하지 마라!"


"그만해!!!!"


의식을 잃기 직전, 용사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 어느 때보다 강대한, 마치 용과 같은 모습으로 달려드는 전위였다....



같은 개간지 단역 쌉가능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