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선술집에서 술이나 퍼마시다가 우연히 스치고


두번째로는 의뢰인이 모집한 파티에서 마주치고


별 생각없이 호송임무가 끝난 뒤 헤어지고 몇달 후


용병단 소속인 남자는 어느날 총무에게 불려감


봉급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욕설이 오갔던 사이라 내심 꺼림칙했던 남자에게


용병단 앞으로 들어온 의뢰를 하나 맡기는 총무


간단한 호위역할이라고 가서 귀족 의뢰주 옆에 이틀정도만 있다 오면 된다고 말함


귀족호위인데 쉽냐고 물어보니까 거진 몰락했고 별볼일 없는데


피해망상때문에 누가 자신을 노린다고 생각하는 병신이라고 대답하는 총무에게 알겠다고 대답한 남자는


곧장 여장을 꾸려 의뢰인이 있는 도시로 향함


그리고 그 도시에서 여자용병과 마주침


몇번 본 사이라고 아는척을 해오는 여자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근황을 주고받음


여자는 이 근방에 트롤이 나타났다며 자신은 그걸 사냥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고


남자는 행운을 빌어주며 의뢰인이 있는 저택으로 향함


별볼일 없는 귀족이라는 총무의 설명과는 달리 귀족이 머무는 저택은 예상 외로 컸음


그리고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예민한 귀족의 집이라기엔 드나드는 사람도 많아 굉장히 번잡한 상태였고


남자는 이 집이 아닌가 싶어서 계속 주변사람에게 물어봤지만 달링턴이라는 이름의 귀족은 이 도시에 한 명, 이 대저택의 주인밖에 없었음


남자가 들어가서 접객원으로 보이는 아가씨에게 소식을 전하자 아가씨는 종을 두번 울리더니 남자하인이 어디선가 나타남


하인을 따라가서 무장을 해제하고 들어간 사무실에는 쥐수염의 한 성질 할것같이 생긴 중년의 남성이 무언가를 만지고 있었음


남자가 인사하고 자신을 용병단에서 온 누구라고 이름을 밝히자 중년의 남자가 면밀히 그를 훑어봄


그러더니 일행은 어디있냐고 물어보고 남자는 당연히 자기 혼자 왔다고 얘기함


중년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다가 벌컥 소리를 지름


용병주제에 감히 나를 무시해! 하면서 화를 내는데


영문을 모르는 남자는 어리둥절해함


때마침 문 밖에서 남자를 데려다 주었던 하인이 누구를 데려왔습니다. 하고


중년의 남자는 용병을 노려보다가 들어오라고 말함


그리고 들어온 것은 도시입구에서 인사를 나눴던 여자용병이었음


여자용병은 남자를 알아보고 놀란 눈치였지만 일단 귀족에게 인사를 하고


트롤사냥을 위한 파티모집공고를 보고 왔다고 말함


남자용병은 거기서 이상한 점을 느끼고 중년남성에게 이게 무슨소리냐 나에게는 호위임무라고 하지 않았냐 따짐


그런데 오히려 중년의 남자가 더 화를 내며 한번만 더 나를 모욕한다면 참지않겠다고 소리치고


남자는 용병단의 총무가 자신을 보내서 거절의 뜻을 표시하고 남자에게 망신을 주려고 했다는 데 생각이 뻗쳤음


남자는 굳은 얼굴로 죄송하다 중간에 의뢰내용이 잘못 전달되었나보다 사과하며 날뛰는 중년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그러던 중에 용병단에게 왔던 진짜 의뢰는 달링턴의 가묘가 있는 산에 자리를 잡은 트롤을 잡기 위한 것이었고


달링턴이 가산에 들어갈 만큼 믿을 수 있는 대규모의 병력들을 모집중이라는 것을 알게됨


어쨌거나 총무에게 속은 남자도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그 자신도 베테랑 모험가였기 때문에 용병단에 알리지 않고 혼자 의뢰를 받음


사람이 부족했던지 중년남성은 태도를 바꾸어 환영해주고 자기가 달링턴임을 밝힘


남자는 기왕지사 이렇게 된 김에 용병단에도 알리지 않고 나오기로 결심하고


여자용병과 달링턴, 그리고 달링턴이 모집한 나름대로는 이름도 있고 믿을만한 용병들과 편력기사들


그리고 검은 고깔을 눌러쓴 마법사와 함께 달링턴 가의 가산로 향함





사실 가산에 눌러앉은 트롤이 한 마리가 아니었고


심지어 한 무리를 이끄는 수컷트롤이 세마리나 섞인 대규모 군락지를 형성한 상태였다는 걸 몰랐던 파티는


달링턴의 몸뚱이가 네 조각으로 찢김과 동시에 뿔뿔히 흩어져 도망침


남자용병도 살기위해 이를 악물고 달리던 중에


눈에 익은 사람 한 명이 트롤 한 마리에게 잡혀있는 것을 봄


열받았을 상태인 트롤이, 심지어 수컷트롤에게 잡혀 찢겨죽을거라고 예상한 남자는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예상 외로 트롤은 여자용병의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음


순간 도망치면서 주운 마법사의 스크롤이 떠오른 그는


약점에만 발동시킨다면 트롤마저도 처참하게 난도질당해 조각날거라던 달링턴의 호언장담을 생각했고


설마 그 정도의 위력도 나오지 않을 거라면 직접 위험한 이 곳에 오지 않았을 거란 판단을 내림


그리고 여자용병에게 정신이 팔린 트롤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스크롤을 찢음


파앗 하는 섬광과 함께 트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이 분리됨


당황스런 트롤의 얼굴과는 달리 몸은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그대로 멈춰있다가 쓰러졌음


혹시나 싶어서 암컷트롤의 에센스를 몸에 숨겨둔 여자용병은 목숨을 건진것에 감사하며 남자용병에게 다가갔고


마법의 후폭풍에 온몸이 베여 시뻘겋게 변한 남자용병을 부축하여 산에서 내려감


그리고 둘은 이 일을 계기로 같이 다니게 되고


섹스는 아니더라도 서로의 성욕을 풀어주기까지 하는 친밀한 사이로 변함






그러던 어느날, 큰 건이 하나 잡혀서 이 일만 마무리되면 여자용병의 고향으로 가서 같이 정착하기로 약속함


그런데 이러쿵 저러쿵하다 여자용병이 죽어서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하던 남자용병이


아무것도 모르던 마법을 익히려고 하고, 금지된 흑마법에까지 손을 대면서 신전에 수배당함


그러나 여자용병을 살리려던 일념 하에 움직이던 남자용병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강력한 사령술사가 되어 시체군단을 이끌고 여자용병을 죽인 배신자 귀족들의 영지를 황무지로 만들어버림


죽은 자의 영혼도 붙잡아 둘 정도로 강력한 사령술사가 되었지만


이미 여자의 시체는 방부처리의 한계를 넘어서 부패할 대로 부패해서 사라졌고


영혼마저도 이미 육신을 떠난 상태였음


남자는 세상에 대한 미련을 접고 여자의 고향마을에 찾아감


그리고 거기서 여자와 똑닮은 사람을 발견함


사실 여자는 딸이 있었지만 남자가 떠날까 두려워서 말하지 않았던거야


시간이 오래 흘러 딸은 용병과 여자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장성해있었고


남자는 수배자인 자신이 해가 될까봐 복잡하고 애달픈 마음을 깊숙히 집어넣고 아무도 없는 산 속으로 들어감


수백년이 지나고 불사를 얻은 남자는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죽은 자들을 일으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