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아무래도 이 작품은 더 이상 가망이 없습니다"

제길

어째서?

"작가님도 아시잖습니까. 독자도 대부분 빠져나갔고... 출판사쪽에선 더 이상 연재를 허락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급마무리를 하시던가 해야..."

"...알겠습니다"

내 대뷔작, [은퇴 기사는 다시 한번 검을 잡는다]

단편으로 장난스럽게 써놨던 건데, 장난삼아 넣어봤더니 덜컥 공모전에 당선되어버려 시작하게 된 작가 생활이다

당연히 세부적인 설정이라던가 이후 스토리같은건 계획에 없었다. 그래서 전개가 이래저래 비틀거리며 점점 작품의 퀄리티는 낮아졌고, 그 결과가 이거다

"시발, 이제 나도 모르겠다..."

전화를 끊고, 중얼거렸다

...어차피 제대로 마무리 지을 능력도 없었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세피아 월드에 메테오가 충돌해 마왕 디스트로이트와 기사 나일을 포함한 모두가 디졌습니다"


이젠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듯, 쓰레기같은 엔딩을 적어내고, 업로드 버튼을 누른다

...길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았던 작가 생활이 끝났다

"하, 좀 자야겠다"

머리가 복잡하니, 이만 자도록 하자


그리고 내가 다시 눈을 떴을땐, 세피아 월드였다

시발 좇됐다

메테오 충돌까지 D-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