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로 전 세계가 좆되고 세계에 몇 안남은 대도시인 서울에서, 전국을 돌며 범죄자를 추격하는 형사가 아름답지만 눈이 안보이고 대인기피증 있어 홀로 이 얼어붙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여자를 동정해서 보호하기 위해 결혼한거 보고 싶다.


사랑따위 없이 오직 비즈니스만 있는 이 차가운 도시에서 비록 거짓된 결혼이었지만,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형사는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오히려 거리를 두고, 그저 바라만 볼 뿐인거지.

마치 예쁜 꽃을 꺾지 않고 그저 관리만 하는 정원사처럼.


반면 맹인도 형사를 무척이나 사랑했어.

혹성의 유일한 정원사인 어린왕자와 유일한 꽃인 장미가 서로 사랑했던 것처럼.


하지만 뿌리내린 꽃이 걸을 수 없듯이, 눈이 멀어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자신을.

사랑하는 이의 온정에 기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분에 넘치도록 받은 사랑과 은혜를 돌려줄 수 없는 자신을,

무척이나 혐오한 여자는 그저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죄책감에 허우적대는 거야.

새벽의 꽃에 이슬이 맺히듯.


하지만, 안개를 머금고 커지는 이슬이 흘러넘치듯 이 흘러넘치는 사랑을 주체할 수 없어서 매일 밤, 몰래 남자의 침소에 들어 그의 체온을 탐하며, 향기를 탐하며 뜨겁게 몸을 문대는 것 보고 싶다. 

뜨겁게 자신을 껴안아 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뜨거운 숨결을 나누는 것을 상상하며,

상냥하게 자신의 몸을 어루만져주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밤 숨을 헐떡이며 몸을 마찰시키는 것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럴수록 배덕감과 죄책감이 쌓이고 쌓여 흘러넘치는 바람에 매일 밤, 그의 가슴을 적시는 것을,

그럼에도 그 사랑과 쾌락 또한 쌓이고 쌓여 그의 다리와 자신의 속옷을 적시는 것을 보고 싶다.

그렇기에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더럽혀진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듯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속죄하듯 그를 생각하며 아침식사를 만드는 맹인과 그런 그녀를 속박하는 주제에 신경은 써주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형사의 애뜻한 사랑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