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물 보다가 떠오른 소재임.

인간과 신은 서로 온전히 소통할 수 없는 세계, 이곳에서의 신은 초월자이자 홀로 완전한 존재이기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음.

다만 신은 세계에서 독립해 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세계에게 몇가지 의무를 부여받음.

대한민국 남자가 한국에 발붙이고 살려면 군대에 가야하듯이 세계에서 태어난 존재가 초월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가 제시하는 의무를 수행해야했음.

일반적으로는 정해진 시간 동안의 세계 수호, 혹은 세계가 규정하는 악의 심판. 두가지로 나뉘는데 극히 드물게 제시되는 일회성 조건이 세계의 심판임.

지성체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행과 악행을 저지르고 그에 따라 업을 쌓게 될거임.
그에 따라 천국에 갈수도 있고 환생하면서 이득을 볼지도 모름.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악업임.

개인이 개인에게, 조직이 개인에게 저지르는 악행이 있는가 하면.
강자가 약자에게, 약자가 약자에게, 인간에 세계에게 악업을 행하는 일도 있을거임.

그리고 세계는 언제나 균형을 유지해야하기에 일정 주기로 대심판을 시행했음.

현 세계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지성체가 필요 이상의 악행을 저지르는지 판단하고, 만약 그렇다면 세계의 입장에서는 지성체를 다 몰살해서라도 막아야 함.

자신에게 빌붙어 공생하는 관계지만 오직 그들만의 욕망을 불태우며 살아가는 필멸자들에게 자연 법칙, 넘지 말아야할 금기, 별이 정한 규칙 같은 것들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으니까.

대심판을 시작하기 전에 신이 되려는 초월자, 혹은 세계의 의지가 필멸자의 눈을 빌려 심판의 필요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있음.

너무나 오랜 주기로 이루어지기에 용과 같은 반 불멸종이나 세계수와 같은 영구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거의 아는 생명체가 없어 이름조차 붙지 않은 의식.


그 의식은 세계가 대심판을 시작하기 정확이 100년전에 태어나는 10명의 생명체들의 일생을 지켜보고, 그들이 죽음과 동시에 10명의 판단과 가치관에 근거해서 세계의 선악을 판가름 짓는 것임.

그 열명의 생명체는 물론 어떠한 표식도 없으며 그들 자신도 본인의 역할을 인지하지 못함.

순수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일생을 소비한 후 죽으며 남기는 단말마속 한마디가 그저 판단의 근거가 될 뿐임.

노예로 끌려가 주인의 이상성욕에 휘둘리다 소리소문없이 죽은 소녀라면 세상을 증오할 것이고,

평범한 왕족으로 태어나 누릴것 다 누리고 살았으면 똑같은 세상에서 똑같은 위치로 태어나기를 욕망했을 것임.

드넓은 대평야를 질주했던 아인족이라면 세계를 횡단하지 못했음을 아쉬워 할 것이고,

뒷골목 빈민가로 태어나 부모에게 팔려 사창가에서 몸과 존엄성마저 소비당하는 여아라면 그저 죽음만을 희망하겠지.

종교계에서는 성녀와 같은 초월자에 발 끝자락에 걸친 이들이 대심판이 있을것이라는 예지를 통해 각 국가들에게 선행을 배풀라고 권고 하고 있을지도 모름.

그러나 그 종교가 몇달 전에 짓밟은 이도교의 자식이, 아니면 마녀사냥으로 고문하고 불태운 작은 소녀가 열명의 계시자중 하나일 것이라고는 몰랐을 것임.

종교인들 또한 결국 한명의 인간에 불과함.

신으로 거듭나려는 존재가 아닌 이상, 오히려 신이라는 무언가에게 스스로의 의지와 가치를 떠맡기는 종교인이라면 결국 그들은 거대한 세계의 의지에게 아무란 가치도, 고려 사항도 되지 못함.



평민, 범죄자, 귀족, 노예, 하물며 악마 숭배자라도 결국 세계의 시선에서는 작고 하잘것 없는 필멸자에 불과함.


최선의 객관성을 위해 세계가 택한 방법은 용사나 성녀와 같은 존재들이 이뤄낸 거대한 선행에 이끌리지 않았음.
보다 더욱 선행을 배풀라면서 이단과 마녀호소인에게는 관대하지 못했던 종교도 마찬가지.


그저 불특정 다수가 그들 모르게 정했던 세계에 관한 가치와 인식에 불과했음.





피폐물 보다가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당히 지껄여봤음. 이제 자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