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채널
아우라는 그 사람의 활력, 생기 따위를 상징하며 체력이라고 보면 되지만, 신기를 쓸 때는 체력과 아우라를 소모한다고 한다.
즉, 일종의 연료라는 거겠지. 

특수한 무기를 쓰거나 할 때는 무조건 이 아우라가 연료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키바가 말했다.

"지금부터 효도 선배의 아우라에 간섭해, 체내에 밀어넣고 회전시킬 거에요. 요령을 기억해주세요."
"몸으로 배우는 거라면 금방 할 줄 알아."

토죠가 내 등에 작은 두 손을 얹는다.

"이물감이 느껴져도, 절대 거부하지 마세요."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데?"
"제가 칠공분혈하며, 효도 선배의 등에 얼굴을 기댄 채 쓰러지면 어떨 것 같아요?"
"그레모리 선배에게 살해당하는 거로군. 이해했다."

리바운드? 뭐, 그런 건가. 역류해서, 되려 토죠에게 악영향을 준다거나 그런 거.
토죠의 기(氣)라는 게 체내에 들어온다는 모양이다.

"흡수하는 게 아니라, 선도인가."
"일일히 그러면 귀찮고 번거로우니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몸으로 배우는 거니까, 금방 요령을 터득할 거에요."
"──즉, 요령을 깨우치는 즉시 역으로 토죠에게 흘려보내면, 토죠는 죽어버린다는 거로군."
"......"

토죠가 등에서 손을 뗐다. 바로 농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 박았다.

"거친 용의 아우라도 위험하지만......자칫하면 그 성스러운 파동도 제 안에 흘러들어올 수 있으니까, 위험하다구요."
"그렇군. 그럴싸해. 이해했다."

그러고보니 아우라를 이용해 신체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모양이다.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요.

"오, 오오오......뭔가,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느낌. 과연, 과연......이런 느낌인가."

아자젤에게 배운, 광력을 돌리는 요령과 크게 차이 없었다. 힘의 질과 종류만 다를 뿐이지, 원리는 비슷하다는 건.
악마나 타천사도 그 배를 갈라 내장을 훑어보면 인간과 구조의 차이가 크게 없다는 의미인 듯 하다.

"토죠. 아우라의 양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잘 모르겠네요. 기의 경우 육체의 단련에 따라 같이 강해지며, 술자의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강할수록 그것에 비례하여 기의 질량 역시 커지지만."
"주변의 아우라를 흡수한다든가?"
"사람마다 고유의 아우라 색과 성질이 있어, 불가능......은 아니더라도, 악영향만 있지 않을까요. B형에게 A형의 혈액을 주입하는 느낌으로."
"뭔가 엄청 괴롭고 아플 것 같아."

토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효도 선배의 아우라는, 효도 잇세라는 인간의 것이 아니에요. 이천룡의 하나, 적룡제의 것이죠. 아마 일반적인 케이스와는 비교도 하기 힘들 만큼, 막대한 아우라가 효도 선배의 안에 똬리를 틀고 있을지 몰라요. 효도 선배의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미약한 아우라는, 반대로 효도 선배의 그릇이 엄청 크다는 의미 아닐까요. 적룡제의 숙주로 선택받을 만큼."
"토죠. 그렇게 비행기 띄워봐야 나오는 건 내 애정 밖에 없어."
"딱히, 그런 걸 바라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토죠가 내 등에서 손을 뗐다. 대화하는 사이, 요령 잡아 스스로 돌리고 있는 만큼, 이제 불필요해지긴 했지만.

'내 그릇이 크다, 인가.'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 이미 '천계'와 연결된 몸.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
몸뚱아리는 거대한 물탱크인데, 정작 그 물을 옮기는 파이프와 수도꼭지는 학교 화장실 수준으로 작고 좁은 것이리라.

"토죠. 혹시 그 기를 다루는 거 말이야, 배울 수 없을까?"
"종족부터 바꾸고 오면 배울 수 있을지 모르죠."
"종족의 영역에서부터 갈라지는 재능인가. 입구컷이 높은걸~."

그래도 뭐, 토죠와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은 사실로, 어느 정도 윤곽은 그려졌다.
향후 내가 목표로 해야 하는 건, 아우라의 사용에 익숙해지는 것.

지금 이 몸으로 발현할 수 있는 아우라는 그리 많지 않겠지만, 자주 사용하며 그 사용량을 늘려가다 보면, 사용할 수 있는 총량도 늘어날 거다.

"단련해야 하는 건가. 아아, 빡센 운동 같은 건 귀찮은데."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고 하네요."
"토죠. 나는 그런 주먹구구식 노력을 좋아하지 않아. 사람의 문명은 좀 더 편리함을 원한다는 마음에서 발전했단다."

슬기로운 현대사회의 문명인으로서 문명의 혜택을 즐겨야지.
땀내 풀풀 나는 건 스포츠 만화로 충분해.

***

[내가 직통회선을 내어준 건, 이런 때 쓰라고 한 게 아닌데.]
"질문하는 건 한순간의 수치지만, 질문하지 않는 건 평생의 수치라고 하네요."
[고놈 참, 혓바닥 하나는 잘 돌아가는구나.]

예상했던대로, 아자젤에게 물어보니, 신체를 강화시키는 약이 있다고 한다.
그래. 도핑이다.

[인간계에도 이런 건 있지 않냐.]
"학생 신분으로는 구하기 힘들고, 건강에 나쁩니다."
[이쪽은 뭐 다른 줄 아냐.]
"사용 대상이 인외인 만큼, 효과도 인간용에 비교하면 빵빵하겠죠? 부작용도 다를 거고."
[뻔뻔하기는.]

그 날 바로 명계 택배로 부쳐져 왔다. 저 동네도 현대화가 많이 되었나 보구만.

"사용설명서......3달에 한 알씩, 그리고 매일매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아우라를 방출. 뭐야, 그냥 근육 키우기잖아."

일부러 근육에 손상을 입히고 회복하다가 다시 손상 입히며 근육의 강화라든가. 스포츠물에 자주 나오는 건데.

[아우라 방출만으로 약의 독소만을 빼낼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것 아닌가?]

드래이그가 말했다.

"뭐, 그렇긴 하죠. 약의 좋은 효과만 신체에 계속 누적된다니, 세상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구하려 하지 않을까요."

아예 신체개조를 하지 않는 이상,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한 모양이다.
그래도 인간의 몸에 인외용 도핑제를 쓰는 거니까. 효과는 빵빵하겠지.

"그런데 3달에 하나 씩은 좀 아니지 않나......"
[잘 하면 1만 년 가까이 사는 것들과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의 길고 짧음은 다른 법이지.]
"0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붙네......"

일단 아자젤로부터 받은 약은 숨기고, 적당히 사정을 설명한 뒤, 방과 후 결계를 친 체육관에서 아우라 방출 훈련의 허가를 받았다.
농구부, 배구부 여러분. 죄송하지만 그쪽 훈련은 야외에서 해주십셔. 겨울 되면 비켜드릴 테니까.

***

"헤에......치유계 신기인가, 부럽네."

이미 반쯤 오컬트 연구부의 부원 취급이 된 나. 덕분에 명계의 사정에 대해 이것저것 알게 되었다.
주로 그레모리 선배가 읽는 명계 신문을 통해. 그마저도 언어가 달라, 토죠가 대신 읽어줘야 했지만.

악마가 되면 언어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그건 좀 부럽네요. 악마가 될 생각은 없지만.

뭐어, 신분제 사회에서 신문사가 얼마만큼 제대로 된 진실을 퍼다나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마왕을 비롯한 귀족층들의 나팔수 노릇이나 하고 있겠지.

실제로 실려있는 거라곤 광고에, 레이팅 게임 랭커들에 대한 찬양과 사교계 사건사고 같은 거 제외하면 사회문제나 경제에 대한 기사가 일절 없었다.
명계의 기자는 기레기 투성이......메모메모.

"누가 치유계 신기 가지고 있는 권속이라도 들였답니까?"
"응. 디오드라 아스타로트라고, 마왕 벨제부브님의 친동생이래."
 
사진 속에는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할 듯한 느낌의 상냥해 보이는 분위기의 미소년이 있었다.

"전직 성녀를 권속으로 들인 모양이야."
"전직 성녀는 또 뭡니까."
"마녀로 낙인 찍히고 추방당했다는 듯 하네. 치유계 신기는 보기 드물어서, 어지간한 건 덮고 넘어갈 텐데. 대체 얼마나 큰 죄를 범한 걸까."

이 세계에서는 치유능력이 매우 희귀하다는 듯 하다. 그 탓에 '피닉스의 눈물'이라는 포션? 을 독점 판매하는 피닉스家는 엄청난 부를 쌓아올렸다고.

아우라나 마력으로는 기껏해야 신체의 자연회복력을 촉진하거나 생채기를 지우는 정도가 고작.
치유의 힘을 이능력으로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연구 목표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라는 모양이다.

"얼마나 교회 쪽 소식에 귀를 기울였으면, 마녀로 추방당한 여자를 바로 낚아채 간 걸까요."
"외모가 취향이었다든가? 멀리서 보고 한 눈에 반했다는 소리 나오면 꽤 낭만적일지도 모르겠네."

그레모리 선배가 조금 부럽다는 듯 웃는다. 귀족 나으리가 한두 번은 꿈꾼다는 사랑의 도피, 뭐 이런 거려나.

아마 그레모리 선배에게도 약혼자 정도는 있겠지. 귀족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약혼자, 약혼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니까.

가문을 잇기 위해서, 귀족의 피를 잇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남자와 여자로서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이해 못할 건 아니다.

"그래봐야 그 디오드라 또한 약혼녀가 있을 것 아닙니까. 쇼윈도 부부라고 한들, 진짜 신혼생활 하는 건 약혼녀와 겠지요."
"......그렇겠지. 순혈악마의 존속은 귀족 사회의 중대사니까."

은근슬쩍 흘리듯 말하기를, 순혈악마의 출산율은 끔찍할 정도로 바닥을 긴다고 한다.
100년 간 쉴새 없이 침대 위에서 굴러도 낳을까 말까라고.

"지난 전쟁 때, 수많은 상급악마가 목숨을 잃어, 단절된 가문도 적지 않으니까. 상급악마만이 아니지. 중급, 하급악마도 적지 않게 죽어나갔어."

그야말로 종족 보존의 위기에 맞닥뜨린 악마들.

물론 악마의 수명은 1만 년 정도고, 100년에 한 명 꼴이면, 꾸준히 하기만 해도 천천히 인구수가 늘어나겠지만.
교회 전사라든가, 천사/타천사라든가, 전쟁이 끝났음에도 악마를 노리는 이들이 워낙 많아, 급하게 수를 늘리기 위해 이블피스 제도를 체택했다는 듯 하다.

"우리처럼 전쟁을 모르는 세대는 뭐......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게 있지."
"천년의 사랑도 식을 만큼?"
"백년이나 가면 다행일걸. 결국 애만 낳으면 별거. 각자 정부나 애인 거느린 채 휘휘 살아가려나."

손에 턱을 괴고서 중얼거리는 그레모리 선배. 나는 침묵했다.
잠시 후, 그레모리 선배는 한숨을 내쉬며 이쪽을 돌아본다.

"너도 참 눈치가 없다. 상심한 여자를 앞에 두고, 거짓말이라도 사랑을 속삭이면, 조금은 흔들렸을지도 몰라?"
"도둑 고양이 노릇 따위나 하기에는, 제가 그렇게 여유가 없는 사람도 아니라서요."
"너 설마 혼전순결이니,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파니?"
"어이쿠야, 그 누구보다도 혼전순결을 중요시 해야 할 귀족 여성에게 그런 말을 듣다니. 저도 남자로서 퇴물 다 된 모양입니다 그려."
"......비꼬기는."

쓴웃음을 짓는 그레모리 선배. 기분 나빠 보이는 기색은 없다.
주인의 상황변화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권속과 달리, 남의 일이라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상대가 앞에 있으니 가벼이 말할 수 있던 것이리라.

"아아......어디, 이런 굴레 같은 거 다 때려부수고, 나 데려가 줄 백마 탄 왕자님 없으려나."
"그레모리 선배. 요즘 트렌드는 걸즈 캔 두 애니띵이랍니다."
"공작가 차기 당주, 마왕의 동생. 이 타이틀 걸고?"
"웁스."

하긴 뒷감당 하긴 힘들겠지. 마왕과 가문에 먹칠을 하게 될 테니.
그래도, 그레모리 선배의 말에는 나름대로 진심과 그에 뒤따르는 미련이 묻어 나왔다.

"......"

거기에 느끼는 바가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레모리 선배. 만약......만약의 이야기입니다만. 그레모리 선배는 스스로 짊어진 것들을 내려놓고 살 각오가 있으십니까?"
"잇세?"
"악마 리아스 그레모리가 아니라, 인간 리아스 그레모리로 살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블피스라는, 인간만이 아니라 온갖 종족을 악마로 바꾸는 기술이 있다면, 그 반대도 이론상 가능하겠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 악마는 이제껏 없었겠지만.

"신에서 인간으로, 혹은 신에서 요정으로. 그렇게 '떨어진' 신화, 전설, 설화 등에 기반을 둔 마술이 있다면......어쩌면."

피암마가 올레루스와 함께 만들었던 요정화 술식.
십자교가 이교도의 신들을 박해해 악마, 타천사, 요정 등으로 격하시킨 과정을 술식화한 것으로, 이교도의 신인 오티누스의 마신으로서의 힘을 실패 100%로 고정시켜 마신의 힘을 잃어버리게 했다.

그녀가 세계를 카미조 토우마가 원래 살던 세계로 되돌리지 않아도, 마신의 힘을 잃는 건 변함없다고 단언했던 것처럼, 여기서도 그에 준하는 술식을, 언젠가 만든다면......

"농담하지 마렴, 잇세. 공작가의 차기 당주도, 마왕의 여동생이라는 것도, 내 긍지와 직결돼."
"......"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지겹고, 때로는 힘들 수도 있어. 거기에 불평하거나 불만을 토로할 수는 있지. 그럼에도 난 이 길을 택했어. 그건 내가 이것들을 다 버린 채 살아갈 용기가 없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도망치면 수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이야. 그런 것들 모두 등진 채, 뻔뻔하게 살아갈 만큼 난 영락하지 않았어."

그녀는 역시 귀족으로서 군림하는 걸 택했다.
이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칭할 수 있을런지. 

"피곤한 스타일이네요. 현명하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어요."
"그런 걸 자각하면서도, 견디고 살아가는 게 귀족이야. 우리는 전통을 고수해, 효율과 담을 쌓은, 융통성 없이 고리타분한 악마들이니까."

하지만, 피식 웃으며 단언하는 리아스 그레모리는, 틀림없이 귀족이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녀는 귀족 그 자체였다.

그건 꽤 호감가는 모습이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걸로 충분할 테지. 반드시 좋을 필요 따위는, 어디에도 없으니.
오늘 하루는 나쁘지 않았다고. 그런 생각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래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썩 나쁘진 않겠네. 선택한다는 건 즐거운 거야. 그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각오하고서 하는 거니까. 적어도 태어난 시점부터 짊어지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낫지."
"탈선할 생각은 없으면서."
"누군가 깔아준 레일 위를 달리는 삶이라 해도, 그걸 긍지로 생각한다면, 나름대로 즐거운 면도 있다고?"

자신의 힘으로 삶을 개척한다. 그것은 틀림없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봐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찬사받아 마땅하며, 존경받아 마땅한, 멋있는 삶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틀렸다고, 실패했다고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는 건, 거기에 의미를 찾거나 부여하는 건 결국 자기자신이다.

책임지는 게 두려워 받아들이는 것도 선택, 책임 따윈 생각치 않고 저질렀다가 훗날 피눈물 쏟아내며 후회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와 책임.

누구나 스타트선이 다르다. 똑같아도 중간의 선택이나 외적 요인에 따라 결말이 다를 수 있다.

그걸 생각치 않고, 단 하나의 잣대로 모든 걸 판단한다면, 억울하게 악으로 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분수에 맞지 않게 선으로 추앙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 머릿 속이 조금은 개운해졌어. 이런 말, 우리 애들 앞에서는 말할 수 없으니까."
"그레모리 선배는 지뢰 한두 가지 씩 떠앉고 있는 권속들을 수집하는 취미라도 있으신 건지?"
"난 너처럼 지뢰를 밟지 않고 포용할 자신이 있거든."
"이것 참, 누가 들으면 제가 지뢰를 터뜨리기만 하는 줄 알겠습니다. 저는 안전하게 발을 떼,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여기 지뢰있다고 선을 긋고서 알리는 타입이거든요?"

고귀한 것을 보았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덕분에 나도 조금은 생각이 변했다.

처음에는 천국을 제외한 나머지 위상은 전부 치우고, 인간계에 인간 이외는 전부 쫓아낼 생각이었거늘.

선택할 기회를, 각오를 다질 시간을 주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아니, 남겨진 하나의 위상 아래에선, 수라신불 이매망량 가릴 것 없이 전부 인간으로 격하된다고.
그럼에도 여기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당신을 받아들인다......그렇게.

캔버스는 하나. 위상이라는 그림을 그리려는 화가는 아마도 여러 명.
선빵필승인 점은 아직 변하지 않았으니.

"뭐야, 너도 은근히 속 시원해졌단 표정을 짓고 있잖아."
"시야가 조금은 넓어졌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의 이상을, 야망을 위한 고집은 더욱 확고해졌다.

***

신기에는 금수<밸런스 브레이커>라는 게 있다는 모양이다.

말 그대로 금지된(禁) 불길한 기술(手). 평상시의 파워업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소유주의 마음과 바람이 세계의 흐름을 거스를 정도로 극적인 변화를 일으켰을 때, 신기 역시 그에 호응해서 각성한다고.

[딱히 너에게 그 정도로 극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는데.]
"옛날에 본 만화 속 대사인데. 겨우 운 없는 하루면 세상에서 제일 맨 정신이던 양반도 광기에 빠질 수 있다네요. 겨우 하루의, 운 없는 날만으로. 그럼 그 반대도 이론상 가능하겠죠."

깨달음이라는 건 표현하는 그 시점에서 최초의 신비한 무게감을 잃는다란 말도 있고.
리아스 그레모리와의 대화는 내 심경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게 패도가 아닌, 구도를 걷는 적룡제의......아종 금수인가.]

평소 건틀릿의 형태를 띄고 있는 신기는, 지금 내 왼팔에 자리하고 있지 않다.

어떤 것이든 꿰뚫고 부술, 강인한 랜스.
어떤 것이든 막아내고 빗겨낼, 튼튼한 방패.
그 등 뒤에 선 자를 지켜낼 것을 명시하는 듯, 펄럭이는 망토.
그리고 용의 등 뒤에 달린 안장 위에 앉은, 위풍당당한 용기사의 모습이, 내 머리 위로 둥둥 떠 있었다.

그 용도, 그리고 용기사도 드래이그다.

[날 수 있다고는 해도......역시 이족보행은 어색한데.]
"익숙해지세요. 그래야만 백룡황과의 싸움에서 결착을 낼 수 있을 테니까."

이천룡 간의 적백대전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싸우는 건 그들끼리 해달라는 마음의 구현.

[애시당초, 왜 하필 용기사인 거야?]
"사악한 용도 회개하여, 주의 적을 무찌르는 기사가 될 수 있다, 뭐 그런 의미인 거죠. 백룡황 상대로 상성 상 우위를 차지하게 된 기분은?"
[......힘을 시험할 필요가 있겠군.]

전성기 시절의 드래이그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저 형태가 지금의 내 최선.
내가 강해지면, 드래이그의 힘도 조금은 더 늘어날런지.

[용의 가호를 필요로 하는가, 인간.]

연달아 계속해서 울리는 Boost라는 목소리. 아우라로 신체를 강화한 지금의 나는, 얼만큼의 배가를 이 몸으로 견뎌낼 수 있을까.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용의 힘이든 뭐든, 쓸 수 있는 건 뭐든 써야죠."
[변명은 청산유수로군 그래.]
"하하하핫, 칭찬 감사."

나는 용기사의 등 뒤에 올라탔다. 또 G에 의해 의식을 잃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자, 그럼 천계에 올라가 볼까요. 그 잘난 천사님들 상판떼기 한 번 보고 직접 이야기를 해야, 협력해 줄 것 같으니까."
[힘이란, 억지를 관철하는 것......크크크, 조금 방향성이 다를 뿐, 너 역시 나의 숙주로군. 좋다. 물리적으로 천계에 올라보실까.]

용기사가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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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사건이 진행되다 말았으니 아시아는 디오드라에게로.
잇세가 적극적이지 않으니, 리아스도 약혼 거부에 생각 없어 2권도 생략.

이게 나비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