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채널

어쩐 일로, 리아스 선배가 아닌 키바가 명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시스템'을 수중에 넣은 후, 손에 넣은 지식으로 언어의 장벽은 뛰어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못 읽는 척, 물어보았다.


"뭘 읽고 있어? 기독교 신자에 대한 조롱 기사?"


사진 속에는 신부 복장을 한 초로의 남성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보자......몰살의 대주교, 바르퍼 갈릴레이?


"한때 가톨릭의 주교였던 남자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거야."

"......흐응."


키바의 표정과 목소리가 이것도 지뢰라는 걸 알려주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 자체가 키바의 지뢰인 듯 하다.


"내용은?"

"평소처럼 토죠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키바는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누가 보면 생리하는 줄 알겠구만.

힐끔, 토죠에게 시선을 돌리자 언제나처럼 구석에 처박혀 단 음식을 먹고 있던 그녀는 한숨을 내쉰다.


"효도 선배는 분위기를 읽을 줄 모르는 건가요?"

"기사의 내용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거잖아. 키바의 과거를 캐물은 것도 아니고. 그럼, 언제나처럼 부탁한다고. 토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부탁한 대로 움직여주는 토죠에겐 감사하고 있다.


"......호오, 성검 탈취 사건이라고?"

"네. 이 바르퍼 갈릴레이라는 남자가 수많은 성검술사들을 이끌고 여러 교회를 습격해, 3자루의 성검을 탈취한 모양이에요."

"수많은 성검술사?"


뭔가 이상하다. 보통 성검이라는 건 전설의 명검 같은 취급으로, 그 수가 적다는 희소성에 특히 가치가 있는 물건일 텐데.


"기자의 추측이지만, 아마 성검 창조<블레이드 블랙 스미스>라는 신기를 가진 사람이 함께 있는 것 아닐까, 싶다네요."

"키바의 신기는 마검 창조였던가. 그럼 반대로 성검 창조도 있을만 하겠네."


말하면서, '시스템'을 통해 찾아본다......관측되지 않는다. 거리의 문제인가, 아니면 특수한 방법으로 자신의 신원을 감추고 있는 걸까.


역시 가까이에 있지 않으면, 간섭할 수 없는 거려나.


"하지만......아무리 신기로 만든 양산형 성검이라 해도, 그 진짜 힘을 이끌어내는 건, 자격이 없으면 힘들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자격이라는 건?"

"교회가 인정한 성검술사, 라든가. 타고난 재능 같은 거죠."

"키바의 마검은 아무나 쓸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무나 쓸 수 있어, 그 힘에 취해 매몰되어 가니, 마검이라는 거 아닐까요?"

"오오......그런 해석도 가능한 건가. 토죠는 머리가 좋구나."

"선배의 머리가 딱딱하게 굳은 거겠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는 토죠. 하얀 머리카락만큼이나 피부도 하얘, 새빨개지면 눈에 확 띈다.

귀여운 후배야. 리아스 선배가 귀여워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기사가 너무 빨리 나온 것 같지 않아? 대놓고 움직였다 쳐도, 저쪽의 사정을 너무 깊숙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기자의 은신술이 뛰어나다든가?"

"응. 그럴수도 있겠네. 하지만, 나는 이렇게도 생각해. 교회 내부에......악마와 손을 잡은 배교자가 있어, 그 정보를 흘려주었다든가."


미카엘은 전직 성녀였던 마녀가 악마를 치료해 이단으로 낙인 찍고 버렸다 했다.

기적이라 불리는 치료계 신기를 가지고 있던 성녀가, 악마를 치료.


──그 둘은 어떻게 만난 것일까?


그 정도의 고급 인력을, 아무리 호위를 붙였다 할 지언정 막 싸돌아 다니게 했을 것 같지 않고, 하물며 성녀라는 타이틀이다. 발걸음이 그리 가벼워서는 안 되는 입장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


만약 교회 내부에 악마와 결탁한 배교자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야기가 좀 그럴싸해진다.


처음부터 성녀에게 침 발라둔 악마가, 부상을 가장해 성녀에게 접촉했다, 라든가.


성녀와 접촉케 하는 걸 유도하고, 그 판을 짤 정도면 교회 내부에서도 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 터.


그런 사람이 사건을 조작하고, 진상을 덮었다면, 미카엘도 모를 수 있지 않을까.


"그건......악마로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겠네."


토죠의 반응으로 보건대, 악마라는 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린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리아스 선배의 권속으로서 악마라는 입장에 서 있을 뿐.


태어났을 때부터 악마였던 종과 전생악마로 악마가 된 종.

인식의 차이는 이렇게나 크다. 과연 전생악마가 제대로 악마 사회에 녹아들 수 있을까.


빠르게 악마의 수를 늘리기 위해 채택된 이블피스. 단기적으로 보면, 악마에게 이기적이기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악마라는 종에 이득이 될까.


이블피스라는 건 귀족이나, 그 귀족의 권속이 출세하고 독립해서 받는 것. 당연히 왕<킹>의 권속들은 일반적인 하급악마들보다 지위가 높은 취급이겠지.


태어났을 때부터 하급악마로 태어난 그들이 보기에, 전생악마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시간이 흐르면, 전생악마와 악마 사이의 혼혈들이 악마 사회에 자리를 잡겠지만. 상급악마가 아니라 해도, 출산률은 바닥을 기고 있을 텐데.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건가.'


상부에 대한 불만을 외부, 또는 핍박받는 소수자에게 돌리는 건 늘상 있던 일이니.


귀족에게 날아드는 불만을 대신 받을 고기방패로 권속을 거느리고 있는 귀족도, 분명 없진 않겠지.


어디까지나 리아스 선배가 특별한 것 뿐이리라.


'그나저나 전직 성녀와......예의 디오드라 아스타로트 건. 굳이 말해서 좋을 것 없겠지. 심증 뿐이고. 물증은 이미 사라졌을 테니까. 설령 진짜라 해도 누가 문제 삼겠어. 차기 당주, 마왕의 동생이라는 타이틀에 적지의 최심부에 아군을 심고, 고급 인력을 빼돌려 온 공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전직 성녀 개인에 대한 동정은 한다. 훗날 내가 세상을 바꾸면 평범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겠지.


이미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보상은 될 수 없겠지만.


***


『2학년 효도 잇세 군은 학생회로 찾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방과 후의 교내방송. 친구인 키류 아이카가 입가를 이죽거리며 말한다.


"뭐야, 효도 군. 무슨 사고라도 쳤어?"

"왜 사고쳤다는 전제인 거야."

"효도 군과 전혀 인연이 없는 곳에서 불렀는데. 보통은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겠어?"

"정말 그런 거라면 교무실에서 먼저 불렀겠지. 학생회가 아니라."

"그래도 최~근, 미소녀들이 많은 곳에서 부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학생의 신분을 망각하고 불순이성교제를 하다가 걸렸다던가? 막이래."


푸후후훗, 하고 기분 나쁘게 웃는 이 여자는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악우다.

생긴 건 보다시피 그럭저럭 미소녀 축에 들지만, 특유의 숙녀기질과 더불어 『남성의 존엄』에 관련된 것을 수치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장인'이란 별명이 붙었다.


덕분에 남자들에게는 여자 취급을 못받고 있는 건 덤.


"키류.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법이야. 멀리서 지켜보면 꽃들의 정원처럼만 보이겠지만."

"오오, 펀치라인 좀 치는데. 그래서, 실상은?"

"리아스 선배 제외하면 전부 지뢰. 그나마 토죠가 낫달까"

"호칭이 성에서 이름으로 변한 거 보면 그런 모양인갑네."


사실 오컬트부를 꽃들의 정원이라 하기는 했지만, 그건 학생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디까지나 학원의 2대 누님이 오컬트부에 포진해 있고, 아기 고양이 같은 토죠와 어지간한 여학생 뺨치게 잘생기고 예쁜 키바가 있어서 더 눈에 확 들어올 뿐이지.


"들어오세요."


학생회 문을 똑똑 두드리자 들려온 목소리.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못 보던 얼굴이 둘 추가되어 있었다.

학생회 인원을 좀 더 늘렸나.


이미 회장, 부회장, 서기, 회계 등은 다 채워져 있을 텐데.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

"어머, 리아스가 아직 말해주지 않은 걸까. 소문의 적룡제가 어떠한지, 한 번 보자고 해서 불렀는데."

"......과연, 그런 겁니까."


설마 학생회마저 악마들 텃밭이었을 줄이야. 이 리하쿠의 눈으로도......!


"그저 얼굴 한 번 보는 것치고는, 너무 거창하게 부르신 것이 아니신지? 교내방송이 아니라 병사<폰> 하나를 전령으로 보내시는 게 서로 더 편하지 않았을까요."

"서프라이즈, 라고 하면 재미 없었으려나."

"학생회와 인연 없는 제가 어느날 갑자기 그런 식으로 불리면 아무래도 이상한 소문이 흐를 수가 있으니까요."

"어머, 그건 미안하네. 그럼, 빨리 끝내줄게. 사적인 건 이걸로 끝. 다음은 공적인 거야."


부회장이 서류 한 장을 내민다. 입부신청서였다.


"이건?"

"리아스는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 넌 이미 반쯤 오컬트부의 부원이나 마찬가지인데, 제대로 수속을 밟아두는 게 좋지 않겠니? 곧 있을 구기대회를 생각해서라도."

"아......벌써 그런 시기인가요."


쿠오우 학원 구기대회. 그 중에서도 부활동 대항전을 염두에 둔 모양이다.


"그 구기대회, 문화계든 체육계든 부활동이라면 무조건 참가해야 하는 거, 좀 별로라 생각하는데요."

"전통인데 어쩔 수 없잖니."


부활동 대항전의 종목은 당일 발표되기에, 무엇으로 대결할지는 모른다. 

인원수로 차이가 있는 경우, 적은 편의 부활동에 맞춰 참가인원을 정하는데, 배치하는 인원수가 많아지는 종목은, 학생회 공인의 예비 인원에게 가입시켜 보충한다.


"......하핫."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아뇨. 최근, 이런저런 일이 있다 보니까......갑자기 평범한 학생다운 이벤트가 찾아와, 무심코 웃음이 나서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이게 당연한 거였을 텐데. 분명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비일상의 하루는 일상의 하루보다 진하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너에 대한 이야기는 리아스로부터 어느 정도 들었어."


부드럽게 웃으며, 회장이 말한다.


"그래도 의외인걸. 과감하게 천계까지 쳐들어 가길래, 얼마나 파천황적인 성격일까 했더니. 내용물은 감수성 풍부한 그 나이대의 남학생이란 말이지?"

"저도 아직, 완전히 비일상의 영역에 발을 깊숙이 들인 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거 하나는 좋네요."

"이제 더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니?"

"......평범하게 살아갈 겁니다."


인외 따위에게 친구나 가족을 비롯한 일상에 위협을 당하는 일 따위 없는.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세계로.


그렇게 만들 거니까.


***


귀갓길의 호위는, 이제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그레모리 권속들보다, 리아스 선배보다 더 강하니까.


리아스 선배가 조~금 자존심 상해하는 것 같았지만. 가족의 안위를 지켜준다고 했으니까.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귀갓길에 무엇과 맞닥뜨려도, 내가 부르지 않는 이상 그레모리 권속은 달려오지 않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일까나. 이번 대의 적룡제."

"내 신상 정보라는 거, 너무 가볍지 않나 싶네."


제복 위에 중국 전통의상을 두른 차림의 흑발의 미청년과 제복 위에 로브를 두른 차림의 마법사처럼 생긴 안경 청년.

누가 봐도 나 수상한 놈이오~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원래 신상정보라는 건 가벼운 법이지. 핸드폰 새로 개통만 해도 알 수 있는 거잖아?"

"눈 가리고 아웅은 하란 소리야."


리아스 선배가 말한대로, 천계에 닥돌한 것은 역시 눈에 너무 띄었던 모양이다.


그럴만한 가치는 있었지만.


"초대면에 이런 말하면 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래 보여도 난 네 팬이야."

"팬?"

"그래. 패도를 추구하는 적룡제. 단신으로 천계에 쳐들어 간 남자. 거기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내심 신경 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멋있잖아?"


악의 없이 순수하게 호의만을 보내오는 남자. 내가 한 행동이 누구나 마음 속에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중2중2함을 자극한 것은 이해하지만.


"계속 서서 이야기 하는 것도 그런데, 근처의 카페로 자리를 옮길까?"

"사주려고?"

"그쪽에서 초대하는 거 아니었나?"

"미안하지만, 이 나라에 온지 얼마 안 되어서 말이야. 현지의 화폐가 없네. 하하하."


전언철회. 뻔뻔한 놈이다. 그래도 이야기는 들을 거고, 차 하나 둘 정도는 사줄 생각이지만서도.


카페로 자리를 옮기자, 안경 청년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반투명한 돔이 우리를 감싸더니 곧 허공에 스르르 녹아들듯 사라졌다.

결계인가.


"헤에, 마법사야?"

"게오르크 파우스트라고 한다. 잘 부탁하지, 효도."

"어이어이, 게오르크. 나부터 소개해야지. 난 조조야.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 효도."


파우스트? 조조? 진지하게 말하는 걸로 보아 어디의 닉네임 같은 건 아닌 모양인데.

......괜히 파고들지 말자. 뒤숭숭한 세계에서 일하는 인간들일 테니, 그야 가명 한두 개 정도는 달고 살아가겠지.


"이미 다 까발려졌지만. 이번 대의 적룡제, 효도 잇세야. 잘 부탁해."

"호오......의외로 시원시원하게 받아들이는군. 보통은 우리들의 자칭에 의아해 하거나 당황하는데. 역시 적룡제. 그릇이 넓어. 사내대장부로군."

"너무 비행기 띄우지 말아줘, 조조. 그래본들 나오는 건 내 애정 밖에 나오지 않아. 뭐 더 먹을래? 얼마든지 추가 주문해."

"......칭찬에는 약한 모양이군."

"칭찬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하긴 그것도 그렇지."


그 후에는 한가롭게 잡담이나 나눴다. 주로 자기들에 대한 화제는 은근슬쩍 피하며 이쪽의 사정을 물어오는데.

나도 자세한 이야기는 피하며, 적당히 둘러댔다.


"미인들 사이에서 학교생활인가. 부럽군 그래."

"너도 주변에 여자들이 많을 상이지만?"

"잘생겼다는 말은 자주 들어. 그래도......음. 그런 학교생활은, 꽤 부러워. 이건 진심이라고?"


사람의 눈은 마음을 비추는 창이라고 한다. 정말로 진심인게, 조조의 눈에서 엿보인다.


신기 소유자의 삶은 그닥 밝다고 할 수는 없다. 타천사에게 살해당하거나, 악마의 권속이 되거나, 교회 같은데 불려갔다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든가.


신의 기적이라고 하기 보다도 '악마의 업'이라고 오해받아 박해를 받는 소유자도 많다는 듯 하다고, 리아스 선배에게 들은 기억이 난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참 쓰레기 같은 세상이다. 역시 수라신불 이매망량 그딴 거 다 미신에 불과한, 인간들만의 세상으로 만들지 않으면. (사명감)


"그래서 말인데, 효도. 슬슬 본론을 이야기하지. 이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 없어?"

"그 이야기, 자세하게 들려줘 봐."

"하하, 그 적극적인 자세, 아주 좋아."


설마 이제와서라고 하지만, 뜻을 같이할 동료들이 찾아와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도에게도 12 제자라는 동료들이 있었다. 혼자서 하는 세계구원은 역시 좀 외로운 싸움이고. 동료들이 있으면 편하지.

최악의 경우......가족들이 악마들의 인질이 될 수도 있으니.


"우선 우리들에 대한 건데──."


조조가 말하기를, 그와 그 동료들은 모두 유명한 영웅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조조야 뭐, 동양권이라면 모르는 사람 없을 이름이고, 게오르크는 진짜 파우스트 박사의 자손이라고 한다. 메피스토 펠레스와 계약을 맺었던 파우스트 박사의.


"너도 알다시피, 만물의 영장은 인류라고 배우지만, 사실 이 세상의 주인은 수라신불 이매망량들이야. 픽션에서는 악마가 인간계에 강림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게 묘사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지. 안 그런가?"

"당장 내가 다니는 쿠오우 학원만 해도 악마들 텃밭이니까."

"그 말대로. 악마 중에서도 상급 악마 정도면 일격에 산을 날려버린다더군. 그야 인류에 비하면 숫자가 적지만......전쟁을 벌이면, 인류 따위, 가볍게 패할 수 밖에 없어. 악마 하나만 상대하는데도 말이야."

"......음, 부정할 수 없군."


나도 전력을 다하면 대륙을 갈라버리는 것 정도는......무리겠지? 아직은.


"우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래서 뒤집어 버리려는 거야."

"오오, 멋있는데. 괴물을 쓰러뜨리는 건 언제나 인간, 그런 느낌인가."

"그래. 쉽게 표현하자면 그렇지. 그럼,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뭔지 알겠지?"

"물론. 나도 너희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졌어......그 전에, 하나 확인하고 나서."


그 뜻은 높이 산다. 칭찬할 만 하다. 정말로 그게 가능하다면.


"아무리 그래도, 인간들의 힘만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 어느 한 종족만을 공격한다면 모를까. 수라신불 이매망량 모두를 적으로 돌리면, 공공의 적이 되어 집단으로 두들겨 맞을 뿐."

"그래. 우리도 그 정도로 우리들의 힘을 과신하지 않아. 아무리 영웅의 후손이고, 초인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범주. 상급악마까지 갈 것도 없이, 중급악마의 일격도 잘못 맞으면 살해당할 수준이야."


종족의 벽은 너무나 크다. 하물며 싸움에 체급차는 거의 절대적. 테크니션의 극한이라 한들, 스치기만 해도 위험하다는 불안을 안고 싸워야 한다.


"그걸 염두에 두고, 세워둔 작전 같은 건?"

"이이제이. 삼파 간의 전쟁으로는 규모가 너무 작아. 전 세계 모든 신화체계가 휘말리는, 대전쟁을 야기할 거야. 우리에게도 일단 스폰서가 붙어있고, 그 스폰서를 중심으로 여러 조직의 연합체를 결성하고 있거든."

"호오......"


악마나 타천사 뿐만 아니라 타 신화 체계의 비주류들과도 동맹을 맺고 있다고 한다.


"악마 측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타천사 측은 언제든 내분을 일으킬 수 있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지. 삼파가 다른 세력으로부터 각개격파 당하는 걸로 끝나선 안돼. 최대한 항전해 줘야지."

"기독교 신화 체계라는 틀 안에, 삼파 전부를 밀어넣겠다고? 냉전에는 끝이 오기 마련이라고 해도, 과연 그들이 서로 손을 잡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해. 악마 측도, 타천사 측도 우리가 등 떠밀 수 있어. 하지만, 천사에는 끈이 없지. 그에......네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천사가 이번 일은 불문으로 그치자고 전한 건, 눈 앞의 남자들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는가.

그 통지는 리아스 선배만이 아니라 명계에도 흘러들어간 모양이다. 그러니 거기에 끈이 닿아있는 이들도 알고 있는 거겠지.


"네가 천계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천사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사건을 일으키고 왔겠지?"

"뭐......가능, 불가능의 여부를 놓고 보자면, 가능이야 하지만."

"삼파 간의 휴전협정을 맺게 할 거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도와줘."


이야기 자체는 꽤 그럴싸하다. 이쪽에 큰 불이익도 없고, 품고 있는 뜻도 마음에 든다.


"알았어. 나도 돕도록 하지."

"고마워. 기한은 이쪽에서 알려줄게. 뭐, 아마 금방 알게 될 거야. 다만, 여파가 좀 클 수 있으니, 그 정도는 감내해줘. 너 정도라면 간단하겠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두 사람. 어디서 피어나는지 모를 안개가 두 사람의 몸을 감싸간다. '시스템'의 반응으로 보아 게오르크가 하는 것 같다.


"너희들의 조직 이름은 뭐야?"

"일단 대외적으로는 비밀로 해줘. 재앙의 단, 개중에서도 우리는 영웅파야. 그럼, 오늘은 이만. 다음에는 정식으로 데리러 오지."


그 두 사람이 안개에 감싸여 사라지고 난 뒤, 결계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바르퍼 갈릴레이가 성검 군단을 이끌고 다시 나타나, 성서의 신이 죽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는 소식을 명계 신문으로 접했다.


명계에서는 비밀이 까발려진 이상, 다른 신화 체계가 침공해 오기 전에 삼파가 손을 잡아 대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도 오래된 악마들, 특히 전대 마왕의 혈족들이 중심이 되어 외치고 있다는 점이, 기사의 주목 포인트였다.


재앙의 단......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규모가 큰 조직인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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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빔과의 싸움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이계에 사는 기계신과의 싸움까지도 가지 않습니다.


대신, 재앙의 단의 활동 방식을 조금 바꿔보았습니다.